초 5학년때 20대 중반의 어린 여자 담임샘을 만났습니다 3월초 청소기간에 교무실에서 전화를 받으시더니 잠깐 다녀오신다면서 교실에 가방을 두고 내려가셨어요 제가 그때 왜그랬는지, 뭐가 씌었는지 가방안에서 쌤의 지갑을 꺼내 내 가방에 넣고 집에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짓이었어요
그때 교실엔 뒷정리하는 저만 남아있었으니 누가 봐도 제가 가져간 거잖아요
다음날 샘께서 절 조용히 부르시더니 쌤께 할말 없냐고 하시길래 없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아무말 없이 바라보시다 알았다고 하셨구요
그날 도덕 시간에 하필이면 그런 비슷한 내용이 나왔어요 양심 어쩌고 하는 그런 내용
선생님께서 일화 하나를 말씀해주셨는데 내용이 후달렸어요
예전에 한 학생이 어떤 선생님의 지갑을 슬쩍했는데 그걸 하필이면 교실을 넘어다보며 기웃거리던 그 샘의 제자가 목격하게 되고 사실을 알게된 그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고민한다는 내용의 일화,
전 딱 듣고 내 얘긴줄 알았지만 태연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선생님께선 본인이 어렸을때 친구 장난감 훔쳤던 일을 말씀해 주시며 선생님도 그때 실은 훔치고 나서 너무너무 무서웠었다 아마 그 학생도 지갑을 훔치고 너무 무서웠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반전체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그랬다면, 혹은 가까운 친구가 그랬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써보라고 했어요 애들이 다 쓰자 뒤 전부 게시판에 게시하셨구요 원래 그 쌤께서는 항상 학습지나 학습 결과물을 매일매일 뒤에 붙이셨어요 그날도 평소처럼 뒤에 붙여놓은 건데 전 찔려서 견딜수가 없었어요
애들이 써놓은 걸보니 다들 "나도 그런적이 있어" "내가 그 학생이라면 일기장에 편지를 써서 사과하겠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전 그날밤에 용기를 내어 일기를 썼습니다 내용은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모르게 그랬어요 죄송해요
이렇게 썼는데 다음날 제출했다가 돌려받은 일기장에는 제가 쓴것보다 더 길게 선생님께서 쓰신 편지지가 끼워져있었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한단다. 선생님은 네가 평소에 뭐든 너무 잘해서 아낌없이 칭찬하고 싶었는데 그 일이 마음에 걸려 그렇게 못했는데 이제 아낌없이 칭찬할수 있게 용기있는 행동을 해줘서 내가 고맙구나^^"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화를 내지 않으신데다 훈계도 없으셨고 앞으로 그러지 마라 어째라 하는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일년동안 너무 잘해주셨구요 저도 마치 선생님의 그림자처럼 딱붙어다녀지만요 ㅎㅎ 지금도 너무 고마우신 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