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8/29(목) 10:19
K-리그 선수들에게 묻고싶다..
축구에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승리? 돈? 국가대표 유니폼? 혹은 좋은팀?
이 네가지 중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선수가 있다면
그건 축구를 이용해 돈벌이에 급급하는 장사치일 뿐이다..
적어도 내게있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처럼
그라운드를 찾아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웃고 우는
팬들이다..
축구에 있어 그 무엇도 팬위에 군림할수 없다
최근들어 K-리그에 불미스런 사건이 많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으로 유감이다
팬들을 내몰면서까지 얻어내려고 하는 승리는 아주 추잡한
것이며 그건 승리가 아니라 탐욕이다
난 내가 직접 지휘한 수많은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이나
편파판정으로 질때도 있고 이길때도 있었지만
그런 점들에 대해 제소를 하거나 지나친 항의를 한적이 없다
단지 그런일이 일어난 후에는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반성하고 계획했다
심판때문에 졌다고 말하는것은 어린학생들이나 하는 아주
철없고 유치한 짓이다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욕을해대는게 승부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자기가 가진것을
잃지않기 위한 집착일 뿐이다...
선수나 감독은 단지 경기에 몰입하고 집중해야지 승부에 집착해
서는 안된다.
한때 나는 한국팀을 맡으면서 거친항의로 퇴장당한적이 있다.
그때는 화가나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 얌전히 플레이하는
선수들에게 경기적인 자극을 주기 위한것이 였다
경기에 집중하면 승리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패배일지라도 팬들이 격려해주고 기회를 준다면
전혀 문제될것이 없다
언젠가 황선홍 선수가 나에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걸 알고있다.."
나는 그러면서도 월드컵에 왜그렇게 나가고 싶어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황은 "적어도 나를 응원하는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진않다.."
이처럼 팬들의 성원은 선수들에게 큰힘을 주고 동기유발을 한다
내가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이탈리아전을 치를당시 후반 말미에
여기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게 사실이었다.
이탈리아 선수들도,감독도,국민들도,전세계가 이탈리아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가득메운 팬들은 그 사람들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설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난뒤 관중석에서 울면서 대한민국을
외치던 한 소녀의 모습은 나에게 말할수 없는 힘과 감동을 주었다
그떄 이탈리아를 상대로 공격수를 총투입했던 배짱도
한국팬들의 응원덕이였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열성적인 팬들앞에서 축구를 하는 한국선수들이
부럽기 조차했다. 그런데 정작 자국리그에서는 팬들이 별로 없었던
것은 나로서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팬들은 왜 축구장에 오지않는가? ...
그건 전적으로 선수들의 몫이다
선수들 스스로가 프로의식과 동업의식을 가지고 플레이
해야하며 감독들은 철저히 이들을 이끄는 조연이 되어야 한다
수많은 관중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있을수없다.
난 수중전이 열리는 날이면 경기내내 비를맞고 선수들에게
지시한다. 팬들은 자기돈 내고 비를맞으며 선수들을 격려하는데
감독이 느긋하게 앉아서 비를 피할수는 없다
나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한다..
한 관계자로 부터 최근 K-리그에서는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의미에서 선수들을 락커룸으로 불러와 경기를
지연시키기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럼 그경기를 관람하러 온 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감독들은 좀더 프로의식을 가져야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야 한다..
네델란드 없는 월드컵은 얼마든지 있을수 있지만..
팬없는 월드컵은 절대로 있을수 없다는걸..
팬들위에 그 어떤논리도 군림할수 없다는걸 명심하길 바란다..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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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이라는 단어보다는 스승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군요
실력 이전에 정신자세를 강조하는 히딩크감독님.. 당신은 진정한 스승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