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1202141707124&RIGHT_REPLY=R1 [오마이뉴스 강민수 기자]
정부·여당과 보수단체의 무분별한 '종북 몰이'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에 위치한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들에게 "종북 쓰레기 몰아내자"는 대적관 구호를 사용하게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체가 분명치 않은 '종북'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국내 특정 세력을 '국군의 적'으로 규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 같은 '종북 몰이'를 통해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종북 논란 자체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군 당국이 장병들을 상대로 '종북 척결'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으로 SNS 상에서 정치댓글 작업을 벌이는 등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훈련병에게 '종북 몰이' 교육?... "국민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문제"
육군 17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지난달 28일 '2013년 14기 수료식'이 열렸다. 5주간의 신병 훈련 기간이 끝난 뒤 진행된 이날 수료식에는 280여 명의 훈련병과 부모·친지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수료식 말미에 훈련병들은 일제히 오른손을 치켜들고 대적관 구호를 외쳤다. 구호는 "3대 세습 추종하는 종북 쓰레기 몰아내자, 다시 한 번 도발하면 김가 왕조 끝장내자"였다. 뒷부분은 북한 도발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지만, 앞부분은 종북 세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수료식에 참석해 이 모습을 지켜본 한 훈련병의 부모 ㄱ씨는 "주적인 북한을 상대로 구호를 외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종북 몰아내자'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한 구호"라며 "일부 국민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구나 종북은 개념도 모호해 실체가 분명치 않는 정치적인 단어"라며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작태"라고 꼬집었다.
훈련병들은 평소에도 이 같은 대적관 구호를 사용해왔다. 특히 식사 전과 이동 간에도 구호로 제창했다. 이러한 내용은 신병교육대를 거쳐간 장병들이 사단 홈페이지에 남긴 게시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전 군에 배포한 '종북 실체 표준 교안'을 통해 장병을 상대로 종북 관련 교육을 강화한 바 있다. 당시 군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 오마이뉴스 > 와 한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하면 그것이 야당이든, 시민단체든 천주교 신부든 다 종북 세력이 돼 왔다"며 "무분별하게 적용하지 말고 적과 내통한 세력 등으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단 관계자 "민간인 향한 것 아냐... 대적관 일깨우기 위한 것"
17사단 관계자는 이날 < 오마이뉴스 > 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구호는 지난해 대적관 구호 공모대회를 통해서 선정된 것"이라며 "사단 지침으로 하달된 것은 아니고 신병교육대가 이를 채택해 구호로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군에서는 북한 정권과 이에 동조하는 종북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장병들이 나가서 싸울 수 있도록 올바른 대적관을 통해 정신교육한다"고 말했다. 또 "수료식에서 대적관 구호를 외친 것은 민간인들을 향한 게 아니다"며 "훈련병들의 대적관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