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이라는 단어가 제 마음을 움직여서 덕유산 설경을 담기 위해 무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기다리는건 하얀 설경이 아닌 눈이 다 녹아 허허벌판이 된 산이였지요...
애초에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고 일출시간에 사진을 찍을 생각이였으나...
곤돌라 운행시간이 오후 4시30분이 마지막으로 중단... 그리고 저는 4시50분에 도착했습니다.
어떡하지? 하다가 스키장 온김에 야밤권을 끊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딩도 즐기고 나니 새벽2시...
애초에 목적이 사진을 찍기 위한것이니 무주리조트에서 10Km가량 걸어서 덕유산 입구에 도착한뒤
아이젠, 후레쉬같은 장비와 먹을거리도 없이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어두운 곳은 달빛에 기대어 고요한 정적을 벗 삼아 4시간을 오르니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고
졸음까지 몰려와서 아~ 이대로 탈진해 쓰러져 죽을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해본 날이였지요
사실 새벽산행을 하면 칠흑같은 어둠과 고요한 정적이 무서운게 아니라 사람의 인기척이 가장 무서운데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에 뒷쪽 멀리서 후레쉬 3개가 보이는데 반가운게 아니라 덜컥 겁이 나더군요.
막상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제가 한 것은 일출을 렌즈에 담는 것이 아닌 먹을거리부터 찾고 있었으니
그만큼 최악의 몸상태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산행을 하는중에 일출이 시작되서 제대로 된 일출을 담지는 못했지만 운해를 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