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어께에 힘 넣어 주려
고무신이 꽃가신 되는 날
혹 그가 기다리다 지칠까
십이구곡 훨훨 나는 날개신 되는 날
멀찍이서 걸어오는 그는
훌쩍 커버린듯 하기도하고
겨울산처럼 말간 머리가
어색하기도해서 고무신은
연신 웃음만 짓지요
오랜만에 만난 그는
키만 컸지 애기 같아서
무슨 말을 하든
그저 헤벌쭉 웃기만하고
여기저기 묻혀가며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공복마저 잊고선
흐뭇한 엄마미소 짓지요
헤어지는 시간 아이는
쥐어준 풍선 놓칠까 노심초사하듯
고무신의 손 꼭 잡아요
그 모습이 차마 안쓰러워
가슴 깊이 꼬옥 안아주며
그를 보냅니다
저승사자 같은 선임병들과
노을따라 걷는 뒷모습
짐짓 늠름한척 청년 같다가
한쪽으로 닳아있는 전투화 뒷축이
일 마치고 귀가하는 아빠 같다가
어느새 축처진 어께와 굽어진 등이
황혼의 문턱을 넘는 노인 같아서,
그 뒷모습이 고무신 한가득
비좁게 들어차서,
무거워진 고무신,
차마 벗지 못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