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애플잭)
지은이: 레리티
가자, 언덕으로
태양이 머금은 황금빛
붉은 햇살, 빠알간 사과들이 잉태되는 곳.
가자, 언덕으로
묵은 바람이 사과내음을 품고 살아
지친 이들의 발굽,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가자, 언덕으로
지친 할매, 나무그늘 흔들의자에 앉아
촉촉한 땀방울,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가자, 언덕으로
사과들이 무르익어 붉게 물들 때
우리들 땀방물, 사과향이 베어 나오는 그곳으로
허물 (레리티)
지은이: 레리티
그대가 저를 보러 오기 싫다하여
저를 버리시려거든
차라리 흙발로 짓밟아주시와요.
순결을 뺏긴 백합처럼 고이 짓뭉게서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을 만큼
소녀의 기억 속, 그대가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도록.
그 님에게 보내는 편지 (트와일라잇)
지은이: 레리티
묵은 책냄새 발굽에 베어
종이 냄새 넘쳐흐른다.
둥실 뜬 먼지 나락
갈기털에 뒤엉켜
하늘하늘 흩날리고
일에 지쳐 잠든 용
숨소리 새근거릴 때에
오늘도 지친 발굽
그 님에게 편지를 쓰기에
발굽에서 살아 숨쉬는 묵은 책냄새.
루나님 달이 활짝 피어난 밤.
그대님께 가는 이 편지에서도
이 냄새 느껴지실런지.
케이크 (핑키 파이)
지은이: 레리티
어릴 적 살던 고향은
돌 캐던 농장이었지요.
멈춰버린 바다처럼
침묵과 정적속에 죽어 있던
고독의 공간이었어요.
어서 집에 들어오렴
내일도 돌을 케야 한단다.
아버지, 전 이런 삶이 싫었답니다.
그래서 파티를 열었어요.
케이크도 사고
풍선으로 장식도 하고
멋진 음악도 나왔었지요.
돌처럼 굳어버린 그대 맘, 풍선에 담아
둥실 떠보낼 수 있도록
당신의 웃음은 곧 나의 행복.
돌냄새 자욱한 곳
화려한 케이크 덩그러니 우뚝 서
회색 공간 돋보였던
나의 케이크.
창공 (레인보우 대쉬)
지은이: 레리티
시린 바람이 갈기를 어루만져
더욱 차갑게, 어쩌면 20% 더 차갑게
날고 날아서 얼어버리도록
아니면 무지개가 나오도록
어찌 날개를 퍼덕이냐 물어본다면
불나방처럼 그 어떤 이상향을 찾아 퍼덕이는
날개짓일 뿐이라 말하겠지.
소설 속, 데어링 두처럼
창공을 날며
날다가 날다가
닿지 않는 무언가를 찾을 때 까지.
나무 (플러터샤이)
지은이: 레리티
손을 내밀어보세요. 저는 그대를 헤치지 않아요. 오직 그대를 바라만 보겠습니다.
필요하면 먹을 것도 주고 물도 주고 보금자리도 내어줄거에요.
그저 당신이 절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전 행복하답니다.
전 나무에요. 그대에게 먹을 것을 주고 쉴 곳을 제공해주고 그러다가 이 내몸 시들어 잠들면 그대는 저를 버리고 떠나가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그대의 나무가 될거니까요. 이유는 묻지 마세요. 저는 플러터샤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