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의 북한 연평도 포격 옹호 발언을 겨냥해 "용납·묵과하지 않겠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일부 세력이 의도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흔들려 한다는 인식에 따른 엄단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안보 문제를 부각해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국정원의 대선 관련 트윗이 총 121만건으로 확인돼 야권의 대선개입 의혹 공세가 강화되면서 수세에 몰린 여권은 국면 전환이 필요한 처지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야당과 종교·시민단체의 국정원 사건 확전을 막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가 정체성 흔들기 경고
청와대는 국정원 트윗 추가 발견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제는 박 대통령도 '내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기에도 망설여질 것"이라며 책임론을 다시 제기했다. 더욱이 일부 천주교와 시민단체가 박 대통령 퇴진론을 주장하며 정권의 정통성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 내몰렸다.
다급해진 청와대에 예상치 못한 해법이 저절로 찾아왔다. 박 신부가 22일 시국미사 강론에서 "북방한계선(NLL)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며 국가정체성 논란을 일으켰다. 여권은 일제히 종북 논란 쟁점화에 나섰다.
박 대통령도 연평도 포격도발 3년(23일)에 즈음한 이날 한 달여 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론분열과 국가정체성 흔들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합리적인 결론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안보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무기보다 애국심과 단결"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반정부 세력에 대한 검찰과 경찰 등 공안당국의 감시와 처벌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금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뉘우치기는커녕 이제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포탄이 날아오는 그 위기의 순간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했던 장병들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휴가를 포기하고 전운이 감도는 서해5도로 복귀하던 장병들의 애국심이 새삼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 신부 발언과의 대비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과 고강도 개혁 주문
박 대통령은 민생과 공공기관 고강도 개혁을 주문하며 정치권에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예산과 법안 통과도 촉구했다. 국정원 특검 추진 등 정치공세를 펴는 민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연말 물가 점검, 취약계층 동절기 지원, 미세먼지 대책, 복지재정 누수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공공기관 비리 근절에 대해선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등의 기관 감사, 그리고 (기관) 자체적으로도 수없이 많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의지와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이번에도 건드리다 말지 않겠나, 그냥 솜방망이로 넘어가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끝까지 (해결)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재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