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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간의 군병원스토리2
게시물ID : military_140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cid
추천 : 10
조회수 : 87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1/31 10:39:40

아무래도 내용이 많다보니 적절히 끊어서 짬날때 마다 올리려고 마음 먹었는데, 댓글에 '6주? 풋 ㅋㅋ 난 600일 ㅋㅋㅋ' 이란 댓글을 보고 식겁하여 자체 종결 하려 했으나 어차피 군생활 추억팔이는 누구나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계속 올립니덩


*수술


1탄에서 병명을 안적었다. 댓글러들은 정말 박학다식 한듯.. 맞다 봉와직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봉소염이라는 것이었다.


난생처음 MRI라는 것도 찍었음. 씐나는 음악이 나오는 헤드셋을 주더니 끼고 있으란다. 헤드셋을 꼈는데도  MRI 기계음이 상당히 컸었다. 


계속 그 통 속에 누워있자니 사뭇 공포감 까지 밀려왔다. 


꽤 긴 시간의 MRI 촬영을 마치고 병실로 올라오니 선임간호장교가 이 봉소염의 발병원인이 무엇일까를 나와 진중히 논의해보자고 제의하셨다. 


나는 도무지 왜 내 종아리에 염증이 생겼으며 그게 한순간 증상이 발현되었을까를 고민하다가, 무심결에 파견 나오기 전 자대에서 축구하다 후임병한테 종아리 까인 게 기억이 나서 그거 때문이 아닐까요? 라고 말해버렸다.


사실 그게 원인일 수도 있고 다른 게 원인일 수도 있는건데, 당시 내 기억에는 그것 외엔 외상이나 내상을 입은 적이 없었기에 그리 대답했고, 후에 자대로 돌아가 보니 날 깠던 후임이 내 후임이자 지 선임한테 된통 갈굼 먹었다고 한다..(미안하네 내 자넬 골탕먹일 의도는 아니었는데..)


쨌든 수술 날짜가 잡히고 수술실로 향하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살면서 수술대 올라가 본 적이 없던 나는 군대 와서 참 별 경험을 다 해보는구나 싶은 생각에 겸연쩍은 미소를 머금은 채 수술실로 들어갔고, 잠시 후 상냥하신 거구의 정형외과 군의관께서 등장하셨다.


! 여기서 부턴 개인에 따라 혐오일 수 도 있으니 주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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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 부분에 국소 마취 몇 방을 놓고 잠시 뒤에 매스로 째는 느낌이 들었다. 종아리를 타고 무언가 흘러내리는 느낌은 들었지만 통증은 없었다. 곧이어 군의관이 숟가락 모양의 의료기구를 들더니 이제 속에 있는 염증을 긁어낼거라고 하셨다.


어, 어? 어라? 아픈데???


마취를 해서 안심했던 나는 그 숟가락이 내 종아리 속을 휘저으메 전해오는 짜릿함이 마취약을 뚫고 내 중추신경계로 전달됨을 느꼈다.


그와중에도 군대라는 걸 잊지 않았던 나는 군의관에게 "악! 아픕니다! 아픕니다! 아악!" 을 연발해댔고, 내 양 팔을 의무병 아자씨들이 친절히 잡아주메 "쫌만 참으세요~" 라며 다독여 주었다.


서포트 하던 간호장교님도 피식 웃으며 "다 끝났어 쫌만 참어~" 라고 상냥한 어조로 달래주셨고 그 말씀 뒤로 15분 가량 수술은 더 진행되었다 -_-;


내 종아리를 파헤침 당한 나는 어안이 벙벙 하여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30분이 채 안되는 수술시간 동안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수술실의 한기 때문인지 나는 내내 덜덜 떨며 춥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술은 끝났고, 군의관님 왈, "이 수술은 바로 봉합 하지 않고 소독을 해야 하니 절개 부분 사이로 거즈를 넣고 종아리를 붕대로 감아줄거야" 라 하셨고 난 그것이 내게 닥칠 시련의 신호탄이란 걸 그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소독, 그 지독한 아픔 속에서



수술 후 3일 이 지났을까, 오전 회진 시간에 군의관께서 나를 소독실로 호출하셨다. '올 것이 왔구나..' 소독실로 향하려는데, 간호장교가 날 부른다. 


'아플 테니까 진통제 맞고 가자^^'


소독하는데 진통제라니.. 난 무엇인가 본능적인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진통제 한 방 콱 맞고는 소독실로 갔더니, 이게 왠걸 초임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이 넓지도 않은 소독실을 가득 메우고 문밖에서 줄을 서서 구경까지 나왔다 .. ㅡㅡ 제기랄


담당 군의관님은 여느때처럼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금방 끝날테니 좀만 참아.." 라고 짧은 한 마디를 하시고는 곧바로 내 종아리를 감고 있던 붕대를 풀고 상처부위를 덮고 있던 거즈를 걷은 뒤, 절개 부분 속에 쑤셔-_-넣어두었던 거즈를 핀셋으로 떼내는데.. 




악!!!!!!!!!!!!!!!!!!!




으아아아아아악!@!!!!!!!!!!!1



씨바!!!!!!!!!!!!!!!!!!!!!


호로롤로로로로로로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난 정말 순간 눈앞에 번쩍하며 영혼의 이탈을 맛보았다. 생 살에 들러붙어있던 거즈를 떼내는 그 느낌......



진통제는 왜 놔준거야 시발.... 



아.. 진통제를 안맞으면 더 아픈건가? 흑흑




속으로 온갖 지랄 발광을 다해댔지만, 겉으로는 그저 비명도 신음도 아닌 억, 억 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빌어 쳐먹을 관람객들은 나름 진중한 눈빛으로 내 소독과정을 견학했고, 개중에 개념말아쳐잡순 초짜간호장교들은 뒤돌아 큭큭 거리곤 했다.(내가 다 봤다 이 잡것들아 )


꿀통만한 빨간약통을 은색 스테인래스 양동이에 붓더니 왕주사기로 쭉 빨아들여 내 개복 상처 속으로 쭉쭉 쏴보내는 걸 몇 번이나 반복하고


마무리로 링거액 용기 처럼 생긴 식염수를 가위로 툭 짤라 마찬가지로 주사기로 쭉쭉 빨아 상처부위에 찍찍 쏴댄 뒤 또다시 ㅡㅡ 거즈를 빨간약에 듬뿍 담갔다가 상처부위 사이에 쑤심쑤심... 



아... 시발 이거 또 하는구나..



난 내 평생 스스로 그렇게 나약해졌던 적은 없었다. 한 번 그 고통을 맛보니 찰나의 통증이 마치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졌고 그 무량대수의 번뇌를 또다시 겪을 생각을 하니 나는 왠지 덧없이 살아가는 미물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신선하고 충격적인 첫경험.. 아니 첫 소독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온 나는 소독의 쇼크 탓인지 진통제의 약기운 탓인지 뭔지 모를 피곤함에 곧바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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