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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 파키스탄인을 만나지 말라? '박싱헬레나'(BOXING HELENA)란 영화가 있다. 극단적인 사랑, 아니 집착에 빠 진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헬레나를 사랑하던 남자는 그녀가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헬레나의 팔다리를 절단한 채 자신의 집에 가둔다. 그런데 나는 그 이야기가 실재한다는 이야기를 한 한국인 배낭여행객을 통해서 들었다. "한 일본인 친구가 있었다. 인도 여행길에 어쩌다가 사창가를 지나가게 됐다는 거 다. 그런데 자꾸만 포주가 잡더란다. 잡다잡다 안 되니까 살며시 귀에 대고 얘기 하더라고 했다. 일본인 여자가 있으니 구경이나 하라고. 일본 사람이니까 귀가 번쩍 뜨일 거 아닌가. 일단 그 여자가 누군지, 왜 이 먼 인도까지 와서는 몸을 팔고 있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단다. 그래서 그 포주를 따라 일본여자가 있다는 그 곳으로 갔다. 그런데 실지로 일본인 여자가 있더라고 했다. 눈앞엔 참혹한 풍경이 있었다. 일본인 여성이 사지가 절단된 채 그곳에 있더라고 했다. 그녀는 충격으로 일본어를 거의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고, 여러 가지를 묻던 그 일본인 친구에 게 단 한 마디만 했다고 한다. '나는 벌레야'라고." 중동국가의 여성인권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을 이은 세 중동국가에 대한 여성인권 척도지수는 그야말로 '최악'이라는 소문이었다. 물론 편견에 사로잡힌 이야기들이 많았겠지만 예의 '소문'들은 내 발을 얼어붙게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교민사회엔 '파키스탄 에 붙잡혀 사는 한국인 여성들'에 대한 문제가 떠들썩했다. 심지어 대사관의 한 관계자의 입에서조차 비슷한 류의 이야기들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어느 교민이 전 해준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이곳 국제공항에서의 일이다. 어느 동양인 아주머니가 한국말로 "미1친년, 미1친년" 하며 울고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 내가 한국 사람인데, 대체 왜 울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의 말이, 자신의 딸이 파키스탄 남자와 살고 있어 잠시 다니러 와서 보니 사는 꼴이 말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아주머니의 딸은 한국에서 8급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전문대 야간 출신이었다고 하더라. 아버지는 모범택시를 몰고 있었다.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딸이 이태원 등지에서 파키스탄 남자와 눈이 맞아 결국 파키스탄으로 시집을 왔다는 것이다. 보통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파키스탄은 아주 깡촌이다. 그런데 그곳은 진흙바닥에,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금방 무너질 듯한 통나무 침대가 가구의 전부다. 음식은 짜파티(파키스탄식 빵)에 겨우 고추, 감자, 좀더 나아봤자 콩을 기름에 볶은 것 정도다. 양고기나 닭고기쯤은 한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하는 음식이다. 보통 방 세 개짜리 정도 되는 집에 11식구가량이 생활 한다. 그러나 한국 여자들은 집 근처 30미터를 채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시집 식구들이 여자를 붙잡아온다. 게다가 한국 여자들의 여권을 남자들이 붙들고 있어 여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 엄마도 그런 집에 살고 있는 딸을 탈출시키려고 갖은 애를 썼다. 결국 어떤 한국인 사장의 집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딸의 남편이 사설 경찰을 불러 다 집을 포위하고 그 사장을 협박하는 통에 딸은 남편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엄마는 할 수 없이 혼자서 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길거리에서 간혹 한국말을 하고 있으면 차도르를 쓴 어떤 여자가 휙 돌아본다. 눈이 분명 한국 여자다. 차도르 안에서 눈물이 한 방울 주룩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사라져버린다." 글과 사진/ 이유진 기자 ( [email protected]) : 여자와 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