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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법 발의한 신의진 의원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게시물ID : sisa_4528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로.
추천 : 11
조회수 : 722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3/11/14 23:28:03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중독과 관련해서 여러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ㅎㅎ 한때 저의 화려했던 게임 경력 몇개만 소개해 드리자면.... 


스타크래프트 - 배틀넷 2,000승 (승률 90%, 주종족 - Random)

디아블로 2 - 모든 캐릭터 만랩 (개인적으로 소셔리스를 제일 선호, 조던링 100개 넘게 모았었음 ㅎ)

피파온라인 - 수십만의 유저들 중 전체 순위 200위 이내 들었음 (얼리크로스의 귀재 ㅎ)


이외에도 여러 RPG 게임에서 만랩을 달성했고 '신컨' 즉 '신의 컨트롤'의 경지에 이르렀지요. ㅎㅎ

예를 들어 저는 멀티 프로그램을 통해 두 개의 캐릭터(몸빵 + 힐러)를 알트+탭키 눌러가며 한번에 컨트롤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중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는 수단이었고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었지요. 각설하고... ㅎㅎ ^^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중독의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무엇인가에 중독되는 이유는 그 중독 대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심리적인 상처를 달래고 감싸고 감추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의 원인은 사실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가족과의 불화 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독을 그냥 놔둬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이 제시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이번 법안의 전문을 읽어보고 들었던 생각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사안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또 하나의 전시 행정의 사례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신의진 의원은 상담을 할 곳도, 치료를 할 곳도, 재활을 담당할 곳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 심리상담을 받을수 있는 곳은 차고 넘칠정도입니다. 


중독을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은 본인이 중독임을 깊이 깨닫고 스스로 치료를 결심하게 만들기까지가 힘이 든다는 것과, 막상 중독을 치료하려고 했을 때 들어가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감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게임중독은 알코올, 마약, 도박중독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알코올, 마약, 도박의 경우 단 한번의 접근 만으로도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결코 단 한번의 접근 만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마약, 도박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려고 하니 반발이 클수 밖에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TV, 스마트폰, 담배, 커피, 음란물 등에 대한 중독도 똑같이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알코올, 마약, 도박의 경우는 대부분 만19세 이상의 성인들의 문제인 반면 게임 중독은 성인들보다 오히려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보다 집중을 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집중되는 대상 자체가 다른 만큼 다른 각도에서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3. 별도의 중독관리 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이번 법안의 16조에는 '중독관리센터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중독관리 센터가 하는 일은 총 7가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 중독성 질환 관련된 위기관리 

2) 중독성 질환의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

3) 중독성 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연계

4) 중독성 질환자에 대한 사례관리

5) 중독성 질환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상담

6) 중독성 질환의 예방, 치료, 재활을 위한 계획의 수립

7)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그런데 사실 이러한 업무는 이미 여러 곳에서 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정신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의 병원에서 치료와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고, 상담 업무의 경우에는 각 구마다 설치되어 있는 대부분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종교단체에서도 중독과 관련된 예방과 치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에는 "현재는 중독 및 중독폐해 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고, 부처 간 협력체계가 미비하여 통합적 대처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설명하며 통합적인 중독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적인 중독관리체계는 커녕 오히려 업무의 혼선과 예산만 낭비될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 2003년 12월에 '건강가정기본법'이 통과된 후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여기저기 설치가 될 때도 기존의 사회복지관에서 하고 있던 업무와 상당 부분이 중첩되면서 예산 낭비가 심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중독관리 센터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4. 중독 관련 전문인력을 어떻게 양성할건가요?


이번 법안의 17조 '전문 인력의 양성' 부분을 보면 국가차원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중독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닙니다. 의학 + 약학 + 심리학 + 사회복지학 + 법학 + 교육학 등 갖춰야 할 소양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알코올, 도박, 마약, 게임 등 각각의 중독에 대한 치료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그냥 뜬구름 잡는 식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고 해놓으면 안됩니다. 이는 법안을 포장하기 위한 그럴듯한 문구에 불과하며 향후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여기저기 다양한 기관에서 상담가를 양성하는 교육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담가 양성 교육을 수료하더라도 정작 일을 할수 있는 기회가 정말 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중독 관련 전문인력을 새롭게 양성하는 것 보다는 이미 양질의 상담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5. 대화를 하자면서 댓글은 왜 지우셨습니까?


신의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라는 글을 직접 올렸습니다.


원문 링크 - http://blog.naver.com/yjshin674/80201679093


그리고 이 글의 말미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직접 나오셔서 토론합시다. 애꿎은 개발자와 유저, 그리고 관련 협회의 실무자들만을 논쟁의 장으로 내몰며 방관만 하지 맙시다. 직접 나오셔서 법안의 취지와 사실관계, 그리고 개선 방안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합시다."


맞습니다. 대화하고 토론해야지요. 그런데 저처럼 직장이 있고 먹고 살기 바쁜 사람은 직접 찾아갈 시간이 없답니다. 다만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을 뿐이지요. 저도 오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지만 제 의견이 100%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고, 소통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블로그의 글에 달린 무수히 많은 댓글들을 신의진 의원이 직접 삭제를 했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이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습니다. 듣고싶은 얘기만 들으려 하고 불통을 넘어 먹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모습이 꼭 누구와 닮았다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20131114_174842.jpg


제 책상에 항상 놓여져 있는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의진 의원의 책을 참 좋아합니다. 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 정말 큰 도움을 얻고 있지요.


저는 신의진 의원이 이번 법안에 대한 오해를 설명하는 자신의 글에서 말한 '아이를 키워본 엄마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 봤을 때 국민들마저 아이 다루듯이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민을 대하실 때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남긴 글은 신의진 의원이 아닌 신의진 교수의 팬으로서 드리는 저의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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