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버 공간의 광장이라 일컬어지는 이 공간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커뮤니티 간 대립. 필자는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다.
영화 ‘미스트’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 괴수의 출현이라는 식상할 법도 하지만 꽤 흥미로운 소재에 초점을 맞춰 이 영화를 감상했겠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시청자들을 더욱 빠져들게 했던 요소는 바로 ‘가게 내부 사람들 간의 관계’일 것이다. 특히 광신도의 출현은 영화를 아주 극적으로 몰아간다. 현실에서 그 누구도 못 말릴 정도의 광신도와 한 공간에 오랜 기간 지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만약 저 영화를 그대로 현실로 옮겨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리라 짐작된다.
어쨌든 필자는 이 미스트라는 영화에 나타나는 상황들이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와 커뮤니티 간 상황과 아주 흡사하다고 본다. 특히 오유와 일베의 대립에서 말이다. 어떤 점에서?
먼저, 영화에 등장하는 가게. 이 가게를 인터넷 공간이라고 치자. 그리고 영화에서 가게 밖의 모든 요소를 현실 공간에서 인터넷에 들어올 수 있고 또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실의 모든 요소라고 치자. 그러면 가게 안의 사람들은 자연히 인터넷 이용자들로 빗댈 수 있다. 괴수들은 나중에 언급하겠다.
이번엔 각자의 특징을 살펴보자. 영화에서 가게 안의 사람들은 어떤 행동양상을 보이는가? 말 그대로 원초적 본능과 이성을 억지로 붙잡으려는 모습이 혼재한 상황이다. 간신히 침착하려 하지만 조금만 건드려도 우왕좌왕할 모습들이다. 이 모습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커뮤니티에도 스며들어있다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즉, 양측 모두 익명성이 부재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어째서? 현실 공간의 가게 안이니 익명일 리가 없는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명성이라는 개념이 이성과 관계되려면 지금 필자처럼 주변 상황이 안정적이고 앞으로도 안정적이리라 기대되는 상황이어야 하며 이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명성을 인지하고 이성적으로 이를 높이 세우려고 하게 된다. 하지만 밖에 괴수가 쏘다니는 상황에선 아무도 자기 명성 따윈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처음엔 낯부끄러워 우물쭈물 하다가도 나중엔 본능에 충실한 이성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점을 가게 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다. ‘지금 명성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말이다. 현실 공간이지만, 익명인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는 영화에 등장하는 가게 안 상황과 유사하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오유와 일베의 차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유에선 본능보단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점은 굳게 흔들리지 않고 또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를 고립된 가게의 상황에 빗대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무리는 아니라 생각한다. 이를 설명하려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광신도의 대립 상황을 들 필요가 있겠다. 주인공 일당을 ‘오유’로, 광신도와 분위기에 휩쓸린 사람들을 ‘일베’로 보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서로 간 거리가 매우 짧다. 얼마나? 클릭 한 3번? 타자 1초 두들겨주면 바로 양쪽 커뮤니티를 오고 갈 수 있다. 가게 내부 공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양측의 상황 또한 이러하다. 즉, 서로가 즉각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또 상대를 관찰할 수 있다. 커뮤니티 간에 벌여지는 초단(超短)시간은 주인공 일당과 광신도 일당의 대립에 벌여지는 시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영화와 현 인터넷 커뮤니티의 유사성을 설명하려는 목적일 뿐이고,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그들의 행동이다. 주인공 일당과 광신도 일당의 괴수에 대한 행동의 차이를 보아야 한다. 사실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성’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현재 우리가 의자에 편히 앉아 이 영화를 볼 때 저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고려해봄직한 생각과 행동들을 행한다. 허나, 광신도와 그 일당은 도저히 일반인은 납득할 수 없는 대처행위를 행한다. 괴수에게 제물을 바치고, 괴수를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자는 행위 말이다. 이쯤에서 필자가 괴수를 무엇에 빗대고 싶은가 묻는다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크게 두드러진 사건은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과 새누리당 집권이니 괴수를 이에 빗대고자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라. 괴수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서는 그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없으며 또 누군가를 괴수에게 희생시켜서도 안 된다. 하지만 광신도 일당은 거리낌없이 자행한다. 일베와 비슷하지 않은가?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라 하면서, 광신도와 다를 바 없는 논리의 부재, 그리고 새누리당의 집권에 의해 피해입을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희생물로 치부해 버린다. 광신도와 일베의 차이를 말하자면, 광신도는 자기 신념을 위해, 그리고 따르는 사람들은 분위기에 휩쓸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베 역시 다를 바 없다. 일베의 이데올로기는 새누리당 그 자체가 아닐까 싶으니까. 그리고 굳이 괴수를 대선 상황에 빗댈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서 뜨겁게 화제로 오르내리는 사건들을 여기에 빗대보아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난다.
글 쓸 줄 모르면서 써 내려 가자니 머리가 휘청휘청 거린다. 왜 쓸데없이 이런 글을 썼는가. 결국 ‘영화의 상황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상황이 서로 유사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것인데, 비유한 것에만 끝나지 않은가? 너무나 옳은 말이다. 필자는 이 글을 아쉬워서 썼다. 뭐가 아쉬운가? 영화 내에서 주인공 일당(그 중에 점원)은 광신도를 의외로 쉽게 제압한다. 총 한 자루로. 그리고 유유히 차를 몰아 그들 앞을 지나간다. 가게 안 사람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본다. 이는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의 결실을 보여주며 가게 안 사람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깨부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영화엔 가게 내의 상황 전개는 주인공 일당이 현장을 벗어난 뒤로 나오진 않지만, 아마 이 영화의 결말이 반전의 상황만 일으키지 않았다면 필자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필 영화의 결말이 필자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움직여 글 쓰는데 아쉬움이 살짝 든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선 영화 내 광신도 같은 조직의 ‘수뇌’의 제거와 정의롭고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의 참한 결실을 당당히 보여주는 모습이 우리 희망사항에 머무를 뿐, 마음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총 한 자루로(물론, 극단적인 방법을 추구하자는 의도가 아니므로 오해없길 바란다.) 상황을 정리하고 지프차 슥 몰아주어 그들의 그릇된 관념을 깨뜨리는 영화의 간단하고 속시원한 상황이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선 정황상 살펴볼 때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일베라는 이데올로기에 물들고 그에 동조하며 재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쳐야 할까? 일베는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