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전에 패키지게임 개발자였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억으로 전해오는,
"라면만 먹고, 일주일에 한두번 집에 들어가며, 박봉을 참아가며"
헝그리한 직업이었지만
단지 게임이 너무 좋아서
우리가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즐겁게 하는 것이 좋아서
무난히도 역경을 참아가며
패키지 게임을 만들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 대박이라는 것이 터졌습니다.
개발하던 패키지 게임이 6만장이나 팔린거죠.
당시 패키지 게임 시장은 5천장을 기준으로 계약을 하던 시절에 말이에요.
6만장이 팔린 게임의 패치 다운로드 사이트에 다운로드 횟수가
110만건이 넘어서더군요. (거의 20배가량이 됩니다.)
어떤 불법 카피 유져는 아예 회사에 전화를 해서 '다운받은 사람인데 게임이 안되요'라고 합니다.
그 모든 것보다 제가 패키지 게임 업계를 떠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의 게임을 구입한 어린 학생이 보내준 팬레터 엽서였습니다.
내용인 즉 아래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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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이 게임을 아빠한테 졸라서 사서 엔딩까지 봤는데
너무 재밌게 해서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려고 게임CD까지 들고
학교에서 빌려주며 해보라고 했더니 친구들 모두 욕을 하더랍니다
"미친놈 돈이 남냐? 다운 받음되지 뭐하러 돈주고 사! 병신새끼야"
그 학생은 자기가 정말 잘못한거냐며 진심으로 묻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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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깨달았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지적재산권'같은 건 없다고.
게임에서는 더더욱 '지적재산권'같은 걸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걸.
당시 게임 업계는 '불법복사' 캠페인도 하고 경찰과 합동으로 단속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그 때 깨닫고 게임 패키지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를 것이라고요?
유통(Placement) 전략을 스팀처럼 획기적인 안을 내놓으면 된다고요?
네 됩니다.
과거 패키지게임을 샀었고, 지적재산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뭘해도 삽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게임을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라는 의식에는 한발 빗겨나 있습니다.
출처: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id=1090685&board=0&category=203&subcategory=&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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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불법복제로 묻혔던 게임이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