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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라면 엎어놓고 그게 내 책임이라는 남친
게시물ID : love_45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궁댕살랑살랑
추천 : 2
조회수 : 2352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9/01/03 09:53:23
본인은 올해 33, 남친은 28살 되는 커플임. 5살 연상연하커플임.
남자친구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과 미국 왔다갔다 하면서 학교를 다녔고 대학교도 이름만대면 알만한 미국 대학교를 나왔음.
부모님도 다 한국에 계시고 교육때문에 가족이 다 붙어있었던 적이 없었다면서 MBA 과정은 한국에서 하고싶다고 하여서 한국으로 작년 2월엔가 들어옸고 4월부터 만나서 현재 약 9개월째 만나고있음.
남자친구가 미국생활 정리가 안되어서 중간에 왔다갔다 한 적도 있는데, 그러면서 우리집에 짐을 조금씩 놓기 시작하였고 6월정도부터 거의 같이 살기 시작함.

처음에는 남친이 "부모님에게는 한국에 일찍 들어온다 얘기안했고 2주정도 늦게 들어간다고 했으니까 2주만 같이 있자" 이러더니 그게 어연 1월까지 왔음. 그리고 아버지가 교수님인데 안식년이라 지금은 미국 형네서 조카보면서 있고, 남친은 부모님 집에서 혼자 학교다니는 셈이 된거임.
나는 지방에서 자취하는데 서울하고 가까운 편이라 학기 중에는 버스타고 서울로 왔다갔다하고, 나도 크게 예민한 성격 아니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음.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 별별 사람들을 겪어봤는데 나를 진짜 사랑해주는 것도 느껴지고, 사랑받고 있구나, 정말 가정적이고, 그래서 비혼주의자였던 내가 '아 이런사람이라면 같이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굳혀짐.

서로 미래에 대한 얘기도 많이했고 30대 초중반에도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것에 정말 감동을 느낄 정도로 좋았음.

어제 싸움의 발단은 나는 비빔면을 먹고싶어서 골뱅이랑 사서 채소랑 넣어서 무쳐먹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비빈 것, 김치, 채소를 안먹음. 그냥 안 먹음. 편식이 심함. 그래서 내가 비빔면 해먹고 있는 동안 라면을 두개 끓이고 있었음.

그리고 6주 전에 추운 날 강아지가 아파트 현관문 쪽에서 떨고 있고 경비아저씨가 주인 잃은 강아지 같은데 잠시만 맡아달라고 하여서 맡은 강아지가 주인을 못찾아서 아직까지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

근데 이 강아지 성격이 장판에 뭐 흘리고 먹는걸 싫어해서 사료를 흘릴 것 같으면 요가매트나 이불같은데 입에 물고와서 거기서 씹음. 

우리가 밥을 먹으면서 강아지 밥도 남자친구가 줘서 먹고 있는데 요가매트에서 씹고 강아지 밥그릇에 또 갔다가 요가매트에서 씹고 왔다갔다 하길래, 강아지 밥그릇을 내 옆으로 옮겨서(내가 요가매트 위에서 라면을 먹고 있어서) 강아지가 그냥 편하게 먹으라고 하게 했음.

그 광경을 본 남자친구가 "이제는 강아지 자리도 뺐겼네 허허" 하면서 걍 웃고 넘김.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임.

라면을 끓여서 냄비째로 갔고 오다가 뜨거워서 놓쳤는데 뭔지 냄비를 상 앞에 놓쳐버림.
그리고 나도 사태를 수습(?)하려고 면발을 같이 주워담고 화장실에서 휴지랑 가져왔는데 "지금 이게 휴지가지고 될 것 같아?" 이러면서 성을 내서 내가 "왜 근데 짜증을 부려..?" 이러다가  남친이 "그냥 먼저 먹으라고" 이러면서 짜증을 내는데 이러는데 그냥 짧게  "어" 한마디 내뱉고 솔직히 그 상황에서 비빔면이 넘어가지도 않아서 그냥 뚱하게 앉아있었음.  

그러면서 남자친구는 계속 치웠음.
 
근데 계속 치우다가 괜히 나한테 불똥을 튀기는거임.. 라면 엎은거에 내책임도 있다면서 자기가 강아지 밥그릇이랑 그런걸 저기에 세팅을 다 해놨는데 강아지 피하려다가 그랬다고 내 책임ㄷ 있다고 그러는거임.

그래서 내가 "아니 라면냄비를 쥐고 옮기는 도중에 내가 밥그릇을 옮긴 것도 아니고 강아지가 여기 있는걸 인지하고 있었잖아. 그럼 진로에 방해될 것 같으니까 다시 원위치로 밥그릇 놓으라고 얘기를 해주던가. 강아지가 있는것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왜 내책임으로 돌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가." 이렇게 얘기하면서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강아지가 발 앞에서 훼방을 놓은 것도 아니고 자기가 뜨거워서 놓쳐서 쏟은 것 같은데 내책임도 있다니... 이게 ... 말이 되는거임? 강아지가 달라붙은 것도 아니었고, 멍이는 그냥 서있다가 자기가 뜨거워서 놓친 것 같은데 참...

그러면서 계속 치우다가 성질을 내면서 "아 그냥 먹으라면 좀 먼저 먹으라고!!!" 이러는거임. 정말 여지껏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음. 근데 그상황에서 비빔면이고 뭐고 넘어가질 않아서 "내가 xx(이름)이가 먹으라면 꼭 먹어야해? 안먹어" 같이 성질을 부리니 " 그럼 먹지마!!" 이러는거임..

아니... 라면 엎은거가지고 내책임이다 운운하는데 설거지를 하면서 진짜 나중에 같이살면 조금만 뭐가 잘못되면 자기 말대로 안해서 그렇다느니, 자기가 완벽하게 세팅을 해놨는데 왜 이렇게 해놨냐느니 골치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6개월동안 같이 살면서 생활비나,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장을 보거나... 돈을 낸적이 거의 없음. 돈을 낸거라면 영화관에서 팝콘 + 음료수 사기, 배달음식도, 데이트할때도 비용은 거의 98프로 내가 낸것같음. 심지어 서울놀러가면 차비도 내가 내주고, 지하철 카드? 티머니? 찍는것도 내 신용카드로 해줌.

내가 남자친구 생일 땐 연차내서 외곽 미술관 놀러가고 좋아하는 음식 알아보고 향수를 좋아해서 명품 향수도 사줬는데, 내 생일 때는 그런것도 없었음. 그래서 이런거 얘기하다가 너무 속상했다 하니, 내 생일 선물이라고 12월달초에 에어프라이기랑 크리스마스선물로 커피내려먹는 에스프레소 머신같은거 사줬음. 

나는 남자친구가 돈을 버는 입장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내가 다 부담하고 같이 사는거에 대해서 크게 신경도 안썼는데, 주위 친구들은 그건 아닌것같다며 그래도 그냥 이런사람있고 저런사람있지 하고 넘겼음.

근데 어제 저 사단이 있고나서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진짜 ... 내가 일하고 돌아와서 내 공간도 없고 이 좁은 공간에서 6개월동안 같이 사는거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와서 부모님 댁으로 갈거니까 오늘은 따로 있자고 함.

그랬더니 남친이 자기가 서울로 올라가겠다 함. 그래서 짐싸서 가라하였음. 그래서 백팩에 (원래 짐은 큰 트렁크 2개부피 넘음) 작은 짐을 꾸려서 나감. 그리고 1주일동안 시간을 갖자함.

그리고 친척동생한테 연락하고 엄마한테 상황 설명하니 둘 다 라면엎은게 왜 네 책임도 있냐 하냐며 그건 이상하다하고, 친척동생은 그동안 언니가 보살이었다며 헤어지라고 함.

그래서 그냥... 통화하고 끊고 어떻게할까 티비보고 있는데 1시간 30분만에 띵동띵동 벨이 울리는거임..

그 때 시간이 8시 30분? 9시정도였는데 자기가 생각해보니 지금 3만 5천원밖에 없는데 짐을 옮기려면 왔다갔다 해야하고 차비가 더 들고, 부모님 지금 미국 형네 계신데 이것때문에 돈 보내달라고 하기도 그러니까 오늘 하룻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한꺼번에 옮길테니 하룻밤 신세만 지겠다고 함.

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알겠다 하고 그냥 나는 양치하러 들어갔는데, 나를 의식해서인지 자기 2시간 정도만 밖에 있다 온다함.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나는 먼저 자고 일어나서 출근해서 이 글을 쓰고 있음..

솔직히 내가 여지껏 33살 먹어가며 여러 연애를 해봤지만 좋을 때는 아 이런 사람이랑 결혼해야하는구나, 라고 싶을 정도로 너무 괜찮고 좋은 사람이었음.

근데.. 라면 사건으로 그 생각이 너무 와장창 깨져버림...

엄마도 그냥 너무 섣불리 판단하지말고 그냥 내비둬봐~~ 이러면서 아무말 안하는데...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
우선 남자친구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서 나랑 분리생활을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음. 

후... 제발 조언좀 부탁드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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