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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은하철도 999 - 뜨겁게 달아오른 메탈과 차장(19)
게시물ID : humorstory_3563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2
조회수 : 10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26 08:12:53

"이번 행성은 안드로메다, 안드로메다 행성입니다. 30분 후 도착할 예정입니다."

차장의 방송을 듣고 철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단잠을 깨웠는데도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차장의 목소리가 사뭇 반갑게 느껴졌다. 과장되게 하품을 하며 크게 기지개를 켤 때, 마주보는 의자에 앉아있어야 할 메텔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장실이라도 갔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철이는 창 밖을 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들은 기차가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따라 별들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안드로메다 행성에 도착할 기대감에 부풀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철이는 안드로메다 행성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 메텔이 돌아오지 않자 철이는 메텔을 직접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기차에 승객이라고는 메텔과 철이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곧장 화장실로 가서 메텔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어디로 간거야.."

이곳저곳 찾아 헤메다가 결국 도착한 곳은 차장실이었다.
철이가 차장실 문 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차장실 안에서 메텔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차장님... 그곳은.. 안돼요. 하아"

"가만히 있으십시오. 메텔양. 하아.. 하아..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뜻밖의 소리가 차장실 안에서 들려오자 철이는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메텔.. 지금 뭐하는 거야...'

믿을 수 없었기에 차장실의 문에 귀를 데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차장님.. 너무나도 강렬하네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하아!"

"메텔양.. 저도 메탈양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하악.. 이런 자리를 함께하게 되다니 평생의 영광입니다."

"하아.. 하아... 좀 더..! 좀 더..!!"

"최선을.. 하아.. 다하겠습니다 메텔양!"

철이는 나이가 어려도 알 건 다 알았다. 메텔이 차장과 어떤 음란한 짓을 하고 있을지 자신도 모르게 상상이 되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메텔의 매끈한 몸을 차장이... 차장이..!!.

배신감과 불쾌함, 굴욕감, 상실감, 분노 그 이상의 어떤 감정들로 뒤죽박죽 된 철이는 메텔과 차장이 나눈 대화에 순간 이성을 잃고 말았다.

"철이한테는 하아.. 비밀로 해야해요.. 절대로.. 하아.."

"당연하죠.. 흐흐흐흐 절대 이런 걸 들켜서는 안되니까요."

"으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철이는 차장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뿌연 수중기가 휘날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욱한수증기 때문에 순간 숨이 막혀버린 철이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도 자신이 갖고 있는 총을 겨누는 것은 잊지 않았다.

"철이군...?! 이런.. 비밀로... 해야됐는데.."

수증기 사이로 비친 차장의 두 노란 눈이 철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늘 정감이 갔던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들이 한 짓이 들켰다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내심 기쁜 듯한 말투였다. 차장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의 검은 얼굴은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음흉하게 웃고 있을까. 아니면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까. . 그런 생각이 들자 철이는 차장이 괴물처럼 보였다. 악몽에서나 나올법한, 형체 없는 노란 눈의 괴물...

"메텔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러자 수증기 속에 가려져있던 메텔이 등장했다

"철이야.. 결국 들키고 말았구나.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아쉬운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철이는 지금까지 메텔과 함께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그 빠르게 스쳐가는 주마등은 그대로 마음 속 낭떠러지에 낙하하며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메텔은 옷을 벗고 있었다. 속옷은 입고 있었지만 브레지어 끈 한쪽이 내려가 있었고 홍조를 띈 얼굴에는 묘한 흥분으로 헐떡이고 있었다.

"메텔...!! 으아아아...!!"

순간 힘이 빠져버린 철이는 총을 떨어뜨리며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것을 꾹 참았다. 그러자 메텔은 그에게 다가와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였다.

"생일 축하해. 철이야."

"?!"

차장은 차장실 한켠에 있는 가열로에 석탄을 빠르게 삽질하여 집어넣었다. 메드로 행성의 석탄은 타오를 때 수증기를 내뿜는다. 그래서 차장이 삽질을 한 번 할때마다 자욱한 수증기가 생겨났다.

"메텔양! 생일 축하는 이미 들켰으니 계획대로.. 하아.. 안드로메다에 도착을..!"

메텔은 다급하게 외쳤다.

"난 네가 방송을 듣고 30분 동안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안드로메다에 빨리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귀엽게 윙크한 뒤, 메텔은 후다닥 가열로로 달려갔다. 그리고 차장과 함께 삽으로 석탄을 그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외쳤다.

"더 빨리요! 빨리 해야해요! 하아... 계획은 들켰지만, 예정 시간까지 얼마 안남았어요.! 이제 십 분 남았네요. 꺄악! 차장님 그곳은 안된다고 했잖아요!!"

그들이 지나고 있는 곳은 암석지대였다. 수많은 암석들을 처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되지 않은 옛날 철도였다.

"저만 믿으십시오 메텔양! 전 베테랑 입니다.!"

삽을 놓고 레버를 능숙하게 조종하자 기차는 암석을 이리저리 피해나갔다. 순간 철이와 눈이 마주치자 차장은 즐거운 듯 그에게 윙크했다.

철이는 어리둥절해하며 메텔과 차장의 모습을 번갈아 보았다.

둘 다 웃고있는 모습에는 강한 활기가 느껴졌다.


안드로메다에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빠르게 도착했다.

차장과 메텔은 전부 기가 빠져서 너털걸음으로 객석에 왔다.
메텔이 손에 든 케잌에는 철이의 나이만큼 촛불이 켜져 있었다.

"생일 축하해! 철이야!"

"생일 축하드립니다. 철이군!"

아직 가열로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 홍조가 남아있는 그들의 얼굴은
지금까지 철이가 본 것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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