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다.
얼핏 스쳤지만 잔상만으로도 몸을 이토록 경직케 하는걸로봐서 그녀가 틀림없다.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혹시라도 그녀가 먼저 봤을때를 대비하는 순간이지만 아직 남아있는 배려.
저기 겨울바람 사이로 드러난 햇빛 한줌에 유난히 빛나는 머릿결 너머로 그녀 또한 빛나고 있다.
옅은 카키색 더플코트에 짧은 스커트와 흰색 컨버스. 보라빛 머플러에 돌돌쌓여 있지만 여전히
쌀쌀해 보이는 코디를 선호하는게 하나 달라진게 없는 그녀다.
그녀를 제외한 시야가 줌아웃되면서 머리에 핀하나가 빠져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핑-
그대로 한참이나 바라만 보아야 했다.
"자기는 구름같아
거기에 비하면 나는 눈이랄까?
점점 쌓여서 딱딱해 지고
바람 불면 얼어버리는
그런 눈 같은 나라면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만들어지면 만들어지는대로
자유롭게 흘러가도 누구하나 머랄 사람없는
그런 구름 같아 자기는"
정작 눈은 녹아 사라졌는데
구름은 아직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