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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목줄 안한 아줌마에게, 친구가 따드린 사이다.
게시물ID : soda_44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25
조회수 : 7112회
댓글수 : 44개
등록시간 : 2016/10/06 09: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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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먼저 결혼할때는 부럽지??? 하고 떠나갔던 것들이,
지금은 혼자사는 나를 엄청 부러워한다.

쉬는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고
먹고싶으면 먹고
놀고싶으면 놀고
자고싶으면 자는
신선과 같은 나의 휴일을 몹시 부러워하더라.

그래서 종종 주말에 친구야!!!하며 찾아오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하며 내쫓고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철벽과도 같은 나의 약점을 발견했는데...
자기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거다...-_-

AT필드를 찢어발기는 폭주초호기같은 것들...
실제로 왔다가면 조카들의 폭주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곤한다...




작년 여름, 지방에 사는 친구가 올라갈테니 2박 3일간 묵고가겠다길래,
성수기요금을 적용하구요. 아이 둘은 성인 1명 요금 받습니다.랬다가 욕만 왕창 먹었다.

금요일 저녁, 터미널로 마중을 나갔다.
분명 저번 봄에 닭백숙먹으러갔을때 살 발라줬다고 삼춘 아이조아~했던 5살 3살 꼬마숙녀들이 
계절바뀌고 본다고 낯을 가린다...

왜 또 낯가려~이 삼춘 니들 진짜 애기일때 똥기저귀갈아주고 했던 삼춘인데.라며 
아빠가 묵직한 핵펀치를 날려버렸다.
아직 사춘기도 안 온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다니...
역시 이 집은 아빠가 안티여.

수치심에 울음을 터트린 막내를 내가 안고 서둘러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제수씨는?"
"학교연수."
"그럼 그냥 집에 있지 그랬냐."
"코엑스에서 애들 뭐 한다는데 거기 데려가라고 어명이 떨어졌어."
"잘 다녀와."
"너도 데려가줄께."
"내일 바뻐 임마."
"데이트아니면 따라오지???"
"...숨쉬어야되고 빈둥거려야해서 바빠..."
"우리 공주님들~ 삼춘도 내일 같이 갔으면 좋겠지???"
"응!!!"
"네!!!"
"...바...반사..."




3:1로 다수결에서 지고 내일 따라가는걸로 결정되었다.
보나마나 내일 인파에 퍼질테니 맛있는건 미리 먹여야겠구만.하며, 
어느 단골밥집에서 맛있는 밥을 맥이고 
(우리 총각은 언제 자기 자식 데려올거야? 데려오면 내가 밥값 안받을께.
사장님은 왜 그런 쓸떼없는 소리를 하셔서. 제 친구 기를 살리십니까ㅠ.ㅠ)

더운 여름밤. 더위 좀 식히고 가자고 집 근처 몇없는 녹지인 어느 공원으로 향했다.

노점에서 파는 비눗방울 총 하나씩 사서 들려주자,
밥사줘서 완전 좋은데 이런것까지!!!라며 두 공주님들에게 슈퍼스타가 되버렸다.
너네 아빠딸맞네...돈에 이렇게 약하다니;;;;

아빠랑 삼춘보이는데서 놀아야돼.라며 풀어주고, 
술못하는 친구는 음료수를. 나는 맥주캔을 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빠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친구의 두 딸이 우다다다다다다하고 달려든건 내가 막 한캔반쯤 비웠을때였다.
"왜? 왜 이렇게 놀랬어?"
"저기 개!!!! 큰 개!!!!!!"
너네 아빠딸맞네...개 무서워하는거 보니까.

개는 덩치만 컸지 순하게 생기긴 했다.
주인따라 사람많은 공원와서 신났는데, 거기에 비눗방울이 막 날아다니니까 호기심에 친구 딸들한테 접근한게지.
문제는 덩치큰 개가 목줄이 없엌ㅋㅋㅋ

주위에 있던 애엄마들이,
저 개 또 목줄 없이 왔어. 
저러다 누구 물리면 어쩔려고!!!라며 투덜대는게 상습적인가보다.

개는 아직도 떠다니는 비눗방울만 주목할뿐 사람들을 위협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그러나, 군대있을때 그 멍충멍충한 중대에서 키우던 개가, 
고라니 꿩만 보면 사냥개로 돌변해서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물어와서 
그거 판 돈으로 우리에게 간식거리를 진상한 추억이 있어놔서, 얼른 가서 개를 눕혀버렸다.

낯선 이가 가서 눕히는데 배를 까뒤집고 헥헥헥 거리며 거기거기 긁어줘~라며 꼬리를 흔들 정도로 순하긴 했다.
(녀석. 숫놈이구나.)

개 무서워하는 사람한테는 그게 그거여서 그렇지.




"아니!!! 남의 개한테 무슨 짓이예요!!!!"
생긴것부터 말투까지, 거꾸로 매달아 고문을 해도 말한마디 안통할것 같은 아줌마가 와서 나를 밀쳤다. 
어이쿠. 어디서 모기가 와서 부딫히나.
그러나, 정의를 행하고도 불의의 공격을 당한 나도 가만있지않았다.

나도 어디가서 인상으로 80점은 먹고 들어가는 사람이라
벌떡 일어나서 뭐요?라고 하면, 언성높히는 일은 거의 없기에 화를 삭히고 평소처럼 나왔다.

그런데 상대는 물러서지않았다. 아, 이거 보통 미친게 아니군;;;;



"아줌마-_-+ 여기 개데리고 들어오면 안된다고 공원입구에 써져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큰 개를 목줄도 안채우고 다니면 어떡합니까.
개무서워하는 사람들한테 민폐잖아요."
"우리 개는 순해서 사람 안물어. 총각이 우리 개 알아?"
"언제봤다고 반말이요-_-? 봐요. 애들 겁먹어버린거."
"오밤중에 애들 데리고 나온게 이상한거지, 그게 내 잘못이야?"

주위에서 장탄식이 터져나왔다.
나도 찐고구마랑 별사탕없는 건빵을 꼭꼭 씹어서 삼킨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날도 더운데 사람 한대 때리겠다 싶더라.

그러나, 이미 여론은 내 편이었다. (나도 승산없는 싸움은 시작조차 안하는 편이라...)
사방에서 그 아줌마를 성토하는 말들이 터져나왔고, 이거 조금 더 하면 화형식이라도 벌어질 기세였다.

이런 부류의 공격수단. 빼애애애애애액!!!!이 터져나왔고,
술기운 + 열대야 + 짜증 = 너만 소리지를줄 아냐 < 나도 소리지를 줄 안다.
등식이 성립되어 나도 목청껏 질러버리려는 찰나.

이런 나를 20년째 봐온 친구가 슬쩍 가운데 끼어들었다.

"아주머니. 이 친구도 말했지만, 여기 개출입금지구요. 
법이 바뀌어서 목줄안하고 다니면 벌금물어요."
"글쎄!!! 우리 개는 사람 안문다니까!!!!"
"모를 일이죠. 저기 가는 벌레 한마리 못 죽일것같은 사람도, 얼마 뒤에 살인범이라고 신문짝에 실릴지 누가 압니까. 
하물며, 말 안통하는 개가 본능을 못이기고 여기서 난동부리면 큰일이잖아요. 
거기다 이렇게 털이 복실복실한 개가 이 여름에 얼마나 덥겠어요. 
그러다 짜증내버리면...아줌마. 제 친구도 못 밀치던데 목줄도 없는 개 통제가능하겠어요?" 

그러나. 또 원점으로 돌아가 
우리 개는 순해빠져서 사람 안문다고!!! 빼애애애애애액!!!!!을 시전했고,
나와 주위 사람들은 다시 찐고구마와 별사탕없는 건빵을 집어삼킨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친구도 살짝 짜증이 났나보다.

"내가 목줄 안한 개 보면 물어요. 
개 다치는거 보고싶잖으면 목줄 하고 다니라고.-_-"




미친...니가 개를 왜 물어;;;;




미친것 상대할때는 더 미친것이 맞상대해줘야 잠잠해진다더만.
그 미친 논리에, 그 아줌마의 방언은 멈추었고,
어디서 누군가 박수까지 쳐주었다.

그 와중에 그 개는 자기 주인과 우리 손바닥을 핥으며 
나 목덜미 긁어줘~핥핥핥.하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투덜대며 가려는 그 아줌마를 붙들고
여기 개출입금지이니 산책은 다른데에서 하시고,
목줄 꼭 하고다니겠다고 약속하고 가시라며,
친구는 마지막까지 패기를 부렸고,
그 아줌마는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 그만 놔줘!!!! 내 HP는 이미 제로야!!!라며 씩씩대며 떠났다.





잘도 저질렀네.라니까,
뭐 어때. 내가 여기 사는것도 아니고.라며, 
여기서 앞으로 10년은 더 살아야할 나를 물먹였다. 

아차 싶더라. 이게 이 놈의 빅픽쳐였군.





이제 큰 개 없으니까 놀아도 돼.랬지만, 
겁을 먹어 오돌오돌떠는 두 공주님에게 음료수하나씩 사줬더니,
풀충전되서 다시 꺄르르르륵.하고 놀기 시작했다.

물약필요하면 말을 하지 그랬니. 현질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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