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나를 받아줬다.
왜 받아줬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왜였을까? (A가 이정현 닮았다고 말하는 지인도 있었다.)
이쁘고, 귀여웠던 A가 날 왜 받아줬을까?
그 날 이후, 우리는 정식으로 사귀....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화로 문자로 고백하는건 아닌것 같아. 우리 얼굴 보면, 그때부터 1일하자."
A는 공부를 잘했나보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자기는 국립대에만 지원했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밤, 다음카페 카페채팅을 하고 네이트온을 또 했다.
A와 같이 게임도 했다. 소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테일즈위버.
A는 티치엘, 나는 시벨린으로 같이 던전을 다녔다. 나만 힐주는 A의 그 캐릭터 마저 너무 사랑스러웠다.
A는 나름 유명한, 컷트라인 높은, 자기가 원하던 모 대학에 합격했다.
그리고 3월 초...나는 A의 학교로 출발했다.
우리집은 외박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집이었지만, 나는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를 보러 가야 한다고 했고...
지방을 당일치기로 갈 순 없었으니...간신히 1박을 허락받았다.
사장형도, 친구들도 다들 이 상황을 알고있으니 알바는 아주 쉽게 뺄 수 있었고...
그렇게 도착한 지방 모 대도시.
집돌이였던, (그리고 지금도 집돌이인) 내 생애 첫 홀로 기차여행이었다.
역에서 내려서 나오는데, 역 앞에서 쪼그만 아가씨 한명이 걸어왔다.
하얀 털이 복슬복슬한 두꺼운 코트, 하얀 얼굴에 까만 생머리.
그날 하늘도 참 맑아서, A의 모습은 진짜 천사같았다. 아직까지 생각나는 거 보면... 임팩트가 컸나보다.
난 장난치고 싶어서 모르는 사람인 척 걸어갔고, A는 당황해하면서 '이 사람이 아닌가?' 라는 표정으로 내게 손을 뻗으며
"저기요..."
하는데, 너무 귀여워서 순간 웃음이 풋 터졌다.
그게 A와의 1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