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한국을 빠져나와 더 나은 삶을 찾으려 하십니다. 한국의 높은 노동강도와 그에 반해 적은 보상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이 되는 점이기도 하지요. 여기는 노동강도나 보상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긴 합니다만, 자리가 없어지는게 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바다 건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얘기나 하나 짤막하게 나눠보기로 하죠.
IT나 하드웨어 분야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전진에 전진을 거듭했었습니다. 경제가 호황이기도 했지만, 테크쪽, 특히나 IT나 하드웨어쪽도 성장세를 보이며 엔지니어들의 수요도 컸었죠. 그 당시까지 이어진 엔지니어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현재 한국에 전해진 여유로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미국에 있으면 좀 더 났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에게 심었었지요.
오늘 신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HP가 또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3만명 정도를 감축한다는 발표를 했지요. 신문에 발표는 안 났지만,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비공식적 전해지는 뉴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남쪽에 있는 큰 회사 하나도 최근 감원 통보를 뿌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HP에 있는 제 친구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고, 저 큰 회사에 있는 친구한테는 연락이 닿았는데 다행히 목은 붙어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회사 분위기는 완전히 개판 오분전이라고 하더랍니다. 살아남아도, 살아남은 느낌이 아니라서 빨리 이력서 수정해서 돌려야겠다고 하더군요.
물론 여기는 레이오프가 비일비재한 일이라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만, 안전하다고 생각한 직장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는 곳이라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한없이 받을 수 있는 함정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몸을 가볍게 하고 싶지만, 가족이 있으면 그게 항상 가능하지는 않죠. 게다가 나라가 넓다보니, 직장을 바꾸려면 온 가족이 이사를 가야하고, 애까지 있으면 전학을 가고 학군까지 다시 신경써야하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실밸쪽은 좀 났다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거기는 집값이 미치도록 올라서, 딴 곳에서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구요.
제가 있는 회사도 그렇게 안정적이진 않은데, 이력서 수정을 곧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HP에 있는 친구가 연락이 되서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데, 웬지 그렇지 않은거 같아 걱정이 됩니다. 물론 그 친구는 시민권이 있으니 비자 문제 같은건 있지 않겠지만, 어쨌든 연락이 오면 좋겠네요.
다들 건승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