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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센 캐 보스' 아저씨가 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78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31
조회수 : 2703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7/01/03 1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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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동네 아이들에게 "존나 센 아저씨" 라고 불리게 된 이후 일요일 아침이면 두 세 명의 어린아이들이 초인종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존나 센 아저씨가 된 안타까운 사연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story&no=447683&s_no=447683&page=3
 
"누구세요?"
 
"존나 센 아저씨! 우리 딱지 쳐요!!"
 
"이놈들아.. 일요일 아침부터!!"
 
그때 아이들 노는 데서 같이 양팔 걷고 딱지를 쳤을까 후회도 되지만, 형들과 딱지치러 나가자며 좋아하는 삼삼이와 와이프에게
일요일 오전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위로 삼으며 삼삼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향했다.
 
2017년 새해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세수 다음으로 동네 아이들과 딱지 치는 거라니..
놀이터에 내가 등장했을 때 자기들끼리 놀고 있던 아이들은 '존나 센 아저씨'와 그 아들의 등장에 하나둘 긴장한 모습이었다.
 
"얘들아.. 너희는 딱지말고 터닝메카드 같은 거 안 하니?"
 
"딱지가 더 재미있어요! 요즘은 터닝메카드 안 해요!"
 
"알았다. (플라스틱 딱지 하나를 바닥에 던지며..) 자.. 차례대로 덤벼.."
 
이제는 놀이터의 아이들도 "저 아저씨는 딱지를 따도 다시 돌려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놈 저놈 달려들어서
'존나 센 아저씨"에게 도전을 시작했다. 오늘은 딴 딱지를 들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서 놀이터를 통곡의 장으로 만들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평균연령 9세 이하로 추정되는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못 할 짓 같았다.
 
매주 내게 리벤지!! 라는 단어를 남발하던 우리 아파트 딱지 고수 초딩 녀석도 그리고 내 소문을 듣고 다른 아파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원정 딱지를 온 녀석도 검은 딱지는 1번 부활 가능하다며 좀비같이 달려들던 아이도 40년 전통의 딱지 고수 '존나 센 아저씨'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 먹기 전까지 이렇게 딱지만 하염없이 치겠구나..' 라고 생각할 때 한 아이가 아버지를 데리고 나타났다.
순간 놀이터의 아이들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애들 노는 놀이터의 딱지판에 어른이 둘 이라니..
아이의 손에 이끌려 나온 아버지 머리에 부시시하게 까치집이 완공 되어 있는 것을 보아 '저 양반도 곤히 잠들어있다 나처럼 끌려 나왔군..'
하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는 잠시 내가 아이들과 딱지치는 것을 구경하더니
 
"삼삼이 아버지 딱지 좀 치시네요?" 라고 했다.
 
"어.. 저 아세요?"
 
"네.. 얘는 저희 큰 애고 둘째가 삼삼이랑 같은 어린이집 다닙니다. 그때 운동회 때 인사드렸었는데.."
 
"아! 그러시군요.... 제가 못 알아봤습니다.."
 
"제가 지금 자다나와서.. 몰골이..."
 
그리고 내가 다시 삼삼이에게 자랑스러운 존나 센 아빠의 모습으로 딱지치기를 하고 있을 때 아버지를 데리고 온 아이가
"아빠도 딱지 쳐 봐!!" 라며 내게 도전장을 강제로 던지게 되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플라스틱 딱지를 쳐 본 적이 전혀 없다고 하지만, 확실히 그동안 상대했던 애들과 달랐다. 처음에는 애들 장난이라
생각하며 무심히 던지던 몇 번의 합이 오간 뒤부터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예상을 뒤엎고 쉽게 뒤집어지지 않던 나의 딱지가 뒤집어졌다.
이 놀이터에서 기록한 공식적인 첫 패배였다.
 
"하.. 한 판 더 하시죠.."
 
"네. 뭐 그러시죠."
 
그 아이의 아버지 목소리에는 처음 놀이터 왔을때의 '내가 여기 왜 있지.' 하는 귀찮음이 아닌 딱지 고수를 첫판에 눌렀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승부욕 아니 40년 딱지 인생의 자존심이 걸고 말했다.
 
크기와 위엄을 자랑하는 대왕 딱지로 승부를 볼까 생각했지만, 진정한 딱지 고수는 크기와 신분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킬로
승부하는 것이라는 자존심으로 일반 딱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선공하시죠.."
 
"네.. 그럼.."
 
몇 번의 합이 오갔고 놀이터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딱지치기를 뒤로 한 채 두 아저씨의 진검승부를 침을 꼴깍 삼키며 지켜봤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날린 나의 딱지에 그 아버지의 딱지가 뒤집어졌다. 나의 승리였다.
 
"이번 판은 제가 가져갑니다..."
 
"저기 한 판 더 하셔야죠!" 이제 그도 승부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 이번 판이 마지막입니다. 점심 먹을 시간도 됐고 저기 애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멀리서 팔짱 끼고 우리를 바라보는 삼삼이 엄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러시죠. 삼 세판 딱 좋습니다."
 
이제 그도 플라스틱 딱지에 대한 파악이 끝나 장기전을 예상했지만 첫 공격부터 너무 힘을 실어 던진 그의 딱지가 뒷면으로 뒤집어졌다.
나는 그 피니쉬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신중하게 그리고 힘을 실어 던진 나의 딱지는 그의 딱지를 다시 정면으로 돌아섰고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탄성이 오갔다.
 
나는 어깨를 약간 들썩이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딱지들을 아이들에게 다시 나눠주며 "그럼 먼저 들어갑니다.." 라며 삼삼이를 안고 와이프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등 뒤에서 아이들의 "저 아저씨 존나 센 캐 보스다!!" 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제 난 "존나 센 캐 보스"다!!
 
 
아.. 쪽팔리다.
 
 
출처 아.. 이제 딱지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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