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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에서 보고 싶은 모습들
게시물ID : drama_44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빵
추천 : 22
조회수 : 149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12/02 16:27:38
여건이 되지 못하여 드라마는 거의 보지 못하고 살다가 응4에 빠져서는, 한 번 보고, 좋아하는 장면은 다시 보고, youtube에 가서 하이라이트 장면 또 보고, 그렇게 정줄을 놓아버린 92 학번 아줌마입니다.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아 꼭 보고 싶은 것은 아주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전 응4가 하이킥 이후 오랜만에 빠진 드라마입니다.
악당도 없고, 상식에 크게 벗어나게 행동하는 인물도 없고, 어찌보면 명랑 쾌활 로맨틱 동화같은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가슴을 뻑!하고 치는 그 시대와 개인들의 아픔들이 물에 잉크 번지듯 녹아있어서 기다리는 일주일이 길기만 합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야기의 전개가 이렇게 되면 좋겠다, 많이들 상상하고 바래보기도 하시죠? 저도 이번주 에피소드들을 보고 난후 빨래 널다가, 밥솥에 눌어붙은 밥풀을 불려 씻다가 수퍼 계산대에서 제 차례를 기다리다가 문득 문득 이런 저런 즐거운 상상이 들어서 그냥 한 번 써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과 바람을 가지고 이 잘 만들어진 재미있고 눈물나고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를 보고 계신가요.

1. 해태 - 해태 너무 불쌍해서 어째. 내가 누나가 된 양, 엄마가 된 양 속에서 불이 납디다. 아니 이런 경우가 있나요...있을 수도 있겠지요. 인간이 하는 일이라 실수는 있을 수 있긴 한데, 나라에서 한 실수 (방위도 나라 소속이고 결국은 군대건은 나라의 책임이지 않나요)에 항의라고는 동사무소에 가서 싫은 소리 몇 번 해 보는 것밖에 없었던 해태네. 바로잡아 지지도 않는 실수. 제 발등에 불덩이가 떨어진 양 가슴이 쿵, 한 사건이었어요. 해태 어쩌니, 나정이 짝사랑 비슷하게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렇게 준비도 없이 끌려가다니!  그래서 전 해태가 군대에서 좋은 일이 있길 기대해요. 여군장교라던가, 군인병원 의사/간호사언니와 달달해져서, 그리 끌려간 군대지만, 결국은 좋은 점도 있었다, 라고 보여주길 바라요.

2. 쓰레기와 나정이 -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극복하지 못할 큰 굴곡이나 갈등 없이 보통 우리 평범한 사람들처럼 힘든 일도 겪지만 인생 자잘한 장애물들을 넘어갈 만큼 사랑도 촘촘하게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흔하지 않죠. 쉬운 흥미를 찾다보니 찐하게 만나고 막장으로 헤어지고 한 번의 연애로 인생이 바껴버리는 그런 extreme한 경우를 많이 다루는게 드라마의 흔한 경우인 것도 같아요. 하지만 응4 스태프님들! 이왕 이렇게 신박한 드라마를 만드신 김에 그 아이디어와 총기를 발휘하여 드라마의 남여주인공이 조금씩의 어려움은 겪으면서도 달달한 힘을 보여주는 모습을 남은 응4에서 기대해 보아요.

3. 칠봉이 - 쓰레기가 천재라서 의대 수석이 아니라 항상 공부하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칠봉이 역시 노력으로 이뤄낸 천재성이라, 가정에서의 외로움을 겪으면서 어린 아이가 그리 진득하고 독하게 연습하고 노력하여 지금의 성과를 거둔 것이 기특하다 못해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칠봉이에게 나정이는 매우 특별한 존재겠죠. 자신의 가정과는 달리 따듯하고 풍요로운 (대형잡채도 풍요롭고 일화어머니와 성동일코치의 사람도 풍요롭고 그 속에서 자란 나정이의 까칠함속에 숨겨진 따듯한 오지랖도 풍요롭죠) 가정에서 자란 밝은 모습이 많이 보이는 키 크고 늘씬하고 얼굴까지 이쁜 나정이. 보통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짝사랑도 해보고 puppy love도 해보고 하는데 반해 칠봉이는 대학에 입학하여 나정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성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죠. 동기들이 이런 저런 풋풋한 사랑과 아픔을 겪으면서 사춘기를 거치는 동안, 칠봉이는 엄마 아빠의 이혼속에서도 강해야 했고, 운동 선수로서의 자신을 키우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자신이나 주변에게 틈을 준 적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터널 끝의 빛을 보면서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 듯 하죠. 그런 모습 그대로 칠봉이는 나정이에게 마음을 줍니다. 서투르기 그지 없죠. 처음 느껴본 감정이기도 하고요. 야구에 집중했듯이 나정에게 집중한 칠봉이는 자기 위주의 사랑을 합니다. 사실 술 마시면서, 그리고 고백을 하면서 나정이에게 한 키스는, 칠봉이의 캐릭터가 매우 멋지게 그려져서 넘어가지는 장면이지, 여자로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영 다른 사람이 나에게 키스를 해 버린다면, 좋게 말하면 좀 벙찌는 상황이고, 사실 매우 적절치 못한 상황입니다. 여자가 불쾌해하고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해요.

많은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칠봉이의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칠봉이가, 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행복하다는 사실로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칠봉이는 아프기만 하죠. 나정이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 아프고, 나정이가 좋아하는 쓰레기도 나정이를 좋아한다니 속상하고. 그치만, 많이들 경험하셨듯이, 쓰레기에게서 사랑을 받는 행복한 나정을 보고 이상하게 행복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칠봉이. 나정이가 행복할 걸 알기에 나정이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접을 수 있는 칠봉이를 보고 싶어요. 경기의 진짜 시작은  9회말 2 아웃부터라고 해도, 시합이 끝났을 때 패배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한 내 모습을 격려하고 다음 시합을 준비할 수 있는 칠봉이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헉헉. 이번 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물들만 써 보았어요.
결론은, 전 모두가 행복해 지길 바란다는 거죠.  왜냐하면요,

응4를 보면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때 느꼈던 분노와 무기력함이 다시 기억나더군요. 인재로, 그것도 백화점측의 욕심으로 기가 막히게 희생되어간 사람들. 그 사건을 예견할 수도, 피할 수도 없었던 우리 소시민들. 백화점 임원진들을 가루가 되게 빻는다 해도 다시 살아오지 못할 사람들.

응4를 보면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얘기도 다루어 집니다. 아직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병에 걸려 죽어가는 엄마,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가족들과 소소하지만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찾아온 고칠 수도 없다는 뇌종양.

살다보면 사람들은 참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태어나서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때까지 사람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동물도 없죠. 육체적으로는 아무 무기도 없이, 사람은,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는 뼈와 말랑한 살만으로 이뤄진 존재가 사람이지 않습니까.

이런 소소한 우리가 살아가고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겠어요. 해태는 군대에서 희망을 보고, 나정이는 첫사랑 오빠와 행복하게 살고, 칠봉이는 대나무처럼 유연하게 강한 멋진 남성으로 커가고, 우리는 응4를 보고 일주일에 이틀은 즐겁고.

삼풍백화점 에피소드가 마지막을 나정이와 쓰레기가 손을 잡고 뮤지컬을 보러 가는 뒷모습으로 마무리 한 것처럼. 인재 천재 병에 다치고 꺾이는 우리네들이지만, 그런 한 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음을 나누는 것과 같은 일상의 작은 행복으로 우리는 또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을 얻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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