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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이야기(긴글 주의)
게시물ID : wedlock_44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악동o
추천 : 17
조회수 : 1047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6/09/10 10: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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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는 형제가 총 2남3녀중 차녀세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엄마랑 큰외삼촌이랑 나이차이가 예닐곱살 정도 나는거 같아
왜 그리 되었나 하고 여쭈었던게 생각나 적어봅니다^^
(편의상 음슴체...)
 
외할머니는 경주 어느 마을 땅부자집 막내딸, 외할아버지는 같은 동네 소작인 아들이셨음.
외할머니는 형제분이 아들이 없고 딸만 내리 다섯이었다고 함.
외할아버지는 그런 땅부자네집 데릴사위로 16살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고 함.
두분이서 소꿉친구로 지내다가 갑자기 어른들의 결정에 부부가 되었지만 넘나 금슬이 좋아
딸 둘을 내리낳고 분가를 하였으나 외할아버지 6.25 동란에 징집되시고 수년을 외할머니 혼자
부산으로 피란와서 정착하시면서 외할아버지를 기다리심.
 
전쟁후 무사히 돌아오신 외할어버지는 외할머니와 재회하셨고 주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애처가셨다고 함. 그뒤로 2남 2녀를 더 두셨으나 막내 이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심.
 
아기때 아빠를 겪어보지 못한 2녀(울엄마)는 돌아오신 외할아버지를 엄청 무서워하시고 내치셨다는데
이런 딸이 안쓰러워 매일 무등태우고 동네 한바퀴 도시는게 일이었다고 하심.
 
친정엄마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셨는데 버는 돈은 거의 개인소비하셔서 외할머니께 월급을
차압당하시고 용돈을 받아 쓰셨다고 함. 그래도 돈이 모자랄때면 외할아버지 쌈지돈을 조달받았다고 함.
마당에서 머리를 감고 마루에 앉아 머리를 말리면서 외할머니 모르게 거울을 보면서 살짝 머리위로 손가락
두개를 펴서 외할아버지께 보이면 헛기침을 하시면서 뒷마당으로 가셨다고 함. 뒤따라가면 이천원을 주셨다고함. 
 
한번은 야근한다고 거짓말하고 신작영화 개봉하는 극장앞에서 친구분이랑 도로가에서 줄서서 기다려서 보고옴.
집에 갔더니 외할아버지 하신 말씀
"우리 둘째 00극장에서 야근하고 온다고 수고했다~" 줄서서 깔깔대는 모습을 보시고도 말없이 모른척 집에 오신거임.
그외 월급날이면 닭이나 꼼장어 등을 사오셔서 마당에 연탄불 피워 자식들 둘러앉혀 놓고 직접 구워주셨다고 함.
 
내가 기억하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은 여느 경상도 남자랑은 다르게 항상 목소리가 나긋하시고 부드러우셨던거,
내가 중고등학교 즈음에는 아파트 경비 교대근무를 하셨는데 우리가 가면 안주무시고 같이 놀아주셨던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셨던 외할머니 대신에 요리하시던 모습,
통증이 심하셔서 힘든 외할머니께 담배 한개피 불붙여 건네시며 한대 푸아~하신 모습
(어린 나이에 할머니가 담배피시는 모습이 살짝 놀랍기도 했지만 쪼그리고 앉아서 보던 나는 외할아버지 뒤로 후광이 보였음)
(추가-외할아버지 미남이셨...)
친정아빠가 사업 망해서 엄마가 엄청 고생하셨는데 명절때 가면 아빠 손잡고 우리 옥희 고생 좀 안하게 하면 안되나 달래던 모습...
 
그리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게 됐는데 외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 호국원에 들어가셔야 되는데 생존해계서서
급하게 납골당을 알아보는데 며칠이 걸림. 그동안 부산 영락원 장례식장에 며칠 모심.
"느그 엄마가 여 있는데 내가 우찌 집에 가노... "
납골당에 안치할때까지 집에 오시지 않고 외할머니곁을 지키셔서 엄마외 자식들 애를 태우심...
그리고 재작년에 노환으로 돌아가셔서 영천 호국원에 모셨네요...
 
그냥.. 친정엄마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얘기하다가 추억하다보니 내 주변에서도 저분들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신 분들이 없었던거 같고
또 다른 감상으로는 우리 친정엄마도 외할아버지께는 너무나 소중하고 예쁜 딸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엄마에 대해서는 그저 내 엄마이고 아내이고 이제는 할머니가 되버린 모습만 제가 기억하는데
연예인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깔깔거리고 잘 웃던 소녀였었다는걸 미처 몰랐다는...
그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두분 모습만큼 오롯이 서로 한사람에게 아껴주고 기대고 사랑하고 살면 젤 행복하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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