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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오해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69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5
조회수 : 2901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6/10/18 11: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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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어린 시절 죽마고우처럼 거리낌 없이 지내는 대학 1년 후배가 있다.
고작 1년 선배이지만 항상 우리에게 깍듯하게 대하던 녀석이 우리와 말을 편하게 하게 된 건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아마도 3년 전 술자리였던 것 같은데 나와 친구들은 녀석에게 이제는 우리에게 편하게 말을 놓으라고 말했다.
 
"어떻게 형들한테 말을 놔요..1년 선배도 선배인데.."
 
"괜찮아.. 이미 생긴 걸로는 신입생 때부터 넌 우리와 동갑 아니 네가 오히려 우리보다 선배로 보였어."
 
녀석도 본인의 타고난 노안을 인정하는지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
 
"그래? 그럼 한잔해야지! 이 새끼들아!"
 
정확히 16년간 참아온 녀석은 나와 내 친구들을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가장 적절한 '새끼'라는 호칭으로 불렀고, 잠시 적막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새끼" 라는 호칭을 거부하지는 않았고 "이제 저 새끼도 우리를 새끼라 부를 나이가 됐지.. 머리도 이미 까질 대로 까졌잖아.."
라며 인정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녀석은 갑자기 우리에게 월요일부터 술을 마시자며 연락이 왔다. 많은 유부남은 공감하겠지만, 평일 저녁 술을 마시려면
그분의 승낙을 받아야만 했다.
 
"난데.. 오늘 **이가 저녁에 좀 보자고 하는데 술 좀 마시고 들어갈 거 같아."
 
"**이? 그게 누군데?"
 
"내 후배 있잖아..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아.. 그 오빠... 월요일부터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말고 적당히 조금만 마시고 들어와." 
(정확히 제대 후 탈모가 시작된 녀석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외모의 김광규 아저씨를 많이 닮았다.)
 
약속 시간과 장소에 나와 친구들 그리고 후배 녀석이 모였고 후배 녀석은 우리에게 오늘 술을 살 일이 생겼다며 우리를 이열종대로
세우고 참치 횟집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메뉴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스페살로 다섯!!" 이라 외쳤다. 매번 보급형 서민 참치회만을 먹던 우리가
스페살를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오늘 형들 보자고 한 건..."
 
"그만! 난 뭔지 알 거 같아!"
 
후배 녀석이 우리에게 소주를 한 잔씩 따라준 뒤 말을 꺼내려 할 때 친구 중 한 녀석이 후배의 말을 끊고 말했다.
 
"너는 오늘 우리에게 대략 가로 152mm 세로 304mm 사이즈 봉투에 들어있는 약간은 두꺼운 재질의 종이로 된 초대장을 몸을 베베 꼬며
한 장씩 주겠지. 그리고 그 초대장의 내용은 지극히도 상투적인 문구와 너와 너희 부모님 이름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여인과 그 부모의 이름이
적혀져 있겠지. 물론 네가 센스있는 놈이라면 계좌번호도 넣었을 것이고....."
 
"뭔 개소리야?"
 
"뭔 개소리긴. 넌 한 번도 우리를 만날 때 가방을 들고나온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가방을 들고 나왔어. 그리고 우리가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넌 지금까지 가방을 풀어 놓지 않고 결정적으로 평소 칠레산 대패 삼겹살 사는 것도 망설이던 네놈이 우리에게 두 당 5만 원
상당의 고급 참치회를 쏜다고 했을 때 이미 난 눈치챘어! 후후훗..."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코난을 거의 20년간 보더니 녀석도 코난이 다 된 것 같았다. 녀석은 마치 미제 사건을 해결한 코난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녀석을 바라봤다.
 
"만화가 사람을 완전히 망쳐놨네.. 무슨 내가 청첩장을 주려 왔다고? 결혼할 여자도 없는데?"
 
"맞다.. 저 녀석 여자친구 없잖아. 저 녀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웅동체 아니었어?"
 
"닥쳐 새끼들아! 결혼을 꼭 여자랑 하는 게 아니잖아! 난 이해할 수 있어. 어서 우리에게 청첩장을 꺼내고 말해! 고백해!"
 
"미친..  형 미쳤어? 내가 오늘 보자고 한 건 다다음주 토요일이 우리 어머니 회갑이신데 와서 분위기 좀 띄워달라고 부탁하려고 한 거야!
그리고 뭐? 자웅동체? 나도 한때는 여자친구 있었거든!"
 
녀석의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말에 언제부터 사람의 손을 여자친구라 불렸냐며 반박하고 싶었지만 녀석의 투박하지만 가끔은 섬세할 거
같은 여자친구에게 맞을 거 같아 참았다.
 
"아... 어머니 회갑이셔? 추..축하드린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그래 녀석이 뜬금없이 결혼할 리가 없잖아.." 라고 안도하며 스페살~ 참치회를 먹었고 2차는 노래방으로 가 회갑연 리허설을
간단하게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 .....
 
그런데... 후배 녀석 고향이 부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단독무대로 민요 메들리 하기로 했는데....
이런...
출처 그래도.. 장가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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