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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6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0
조회수 : 2886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10/05 11: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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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평일 오후 3시 30분이 되면 나는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멈추고 삼삼이를 데리러 어린이 집으로 간다. 보통의 아빠라면 일하고 있을 그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처음에는 나도 어색하고 선생님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어머니와 할머니들도 어색한 시선으로
바라봤는데 지금은 삼삼이는 아빠가 데리러 오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심지어 나는 할머니들과 수다도...)
 
삼삼이는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항상 들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어린이집 앞에 있는 편의점이다. 그 시간이 하루 중 삼삼이에게 가장 행복한
고민을 하는 시간인데 과자 두 개를 들고 오늘은 어떤 것을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빠와 과자 사러 온 아이로만 바라보던
아르바이트생도 매일 같이 정해진 그 시간에 삼삼이와 내가 들어오면 환하게 웃으며 "삼삼이 왔구나~" 하며 삼삼이에게 인사하면, 삼삼이는
아르바이트생을 웃으며 바라보며 "꿈틀이 형!" 이러며 공손하게 인사한다. (삼삼이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왜 꿈틀이 형이라고 부르는 지는 모르겠다.
전혀 꿈틀이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얼마 전 하루에 과자는 하나만 사기로 약속했는데 삼삼이가 장난감이 들어있는 과자 두 개를 들더니 모두 사달라며 바닥에 누워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도 이제 전문 땡깡꾼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삼삼아 안돼! 하루에 하나만 사기로 아빠랑 약속했잖아!" 라며 우리 부자는
편의점 매장 안에서 빠떼루 자세를 하고 있었다. 삼삼이는 아무래도 엄마를 닮았는지 버티는 힘의 수준이 3세 아이를 뛰어 넘었다.
다행히 매장에 다른 손님은 없었지만 "이런 민폐를 끼치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으로 삼삼이를 설득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우리 부자 곁으로
오더니 삼삼이에게 색연필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삼삼아 형이 이거 줄테니까 아빠 말씀 들어야지~"
 
내 말은 듣지도 않던 삼삼이가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듣더니 벌떡 일어나 한 손에 있던 과자를 내려놓고 아르바이트생이 주는 색연필을 들고
말했다.
 
"블루~"
 
"와 삼삼이 영어도 아는구나!"
 
차마 아르바이트생에게 우리 아들은 유투브로 옐로 핑거, 레드 핑거 등을 시청하며 영어를 독학한 면목동의 수재라고 자랑할 수는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물론 힘으로 들고 나가면 아마도 집에 가는 길 내내 울면서 갔을테지만..) 상황에서 도움을 준 아르바이트생이
고마웠다.
 
 
그리고 어제 밤 11시가 다 되었을 때 저녁도 먹지 못하고 야근하다 돌아온 와이프의 도시락을 하나 사오라는 지시에 편의점에 갔을 때
오후 시간에만 근무하는 줄 알았던 그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 살짝 눈인사를 한 뒤 나는 도시락 코너에서 도시락
하나를 집은 뒤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리고 내 앞의 어떤 아저씨 두 명이 음료수 두 개를 계산하려 하고 있었고 아르바이트생이 그
아저씨들에게 말했다.
 
"손님 2+1 행사 상품이라 하나 더 가져오시겠어요."
 
그때.. 그 아저씨 중 한 명이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래? 그럼 니가 가져와."
 
니가 가져와.. 니가 가져와...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르바이트생이 난처한 표정으로 "손님이 직접 가져 오셔야 하는데요.."
라고 했을 때 그 옆에 있던 아저씨까지 "니가 뭔데 건방지게 가져와라 마라 시키는거야!" 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두 아저씨 (나와 나이차도 별로 나지 않는 거 같은데..) 뒤통수를 한 대씩 때리면서 "니 자식이 편의점에서 일해도 이렇게
할거냐.." 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아 내가 그 음료수 하나를 들고 와서 그 아저씨들에게 건네줬다.
 
"이거 가져 가세요."
 
내가 음료수를 건넬 때 그 아저씨 중 한 명이 내게 물었다.
 
"누구세요?"
 
"손님입니다만..."
 
"그런데 왜 가져오시는거에요.?" 그 두 아저씨 모두 약간은 당황한 눈빛이었다.
 
"저 집에 빨리 가야하는데 아저씨들이 시간 끌고 있잖아요. 그리고 저 학생 우리 아들 친군데 왜 반말 하시는거에요."
 
당황한 눈빛의 아저씨들은 대머리 독수리 같은 매서운 눈빛으로 말하는 나를 바라보며 더 긴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폐를 바닥에 던지고
가는 완벽한 마무리까지 선보이며 뭐라 궁시렁대며 밖으로 나갔다.
 
"삼삼이 아버님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워요. 저도 빨리 가고 싶어서 그런건데요. 그런데 말로만 듣던 저런 진상이 진짜 있네요.. 그리고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네..감사합니다."
 
편의점 밖을 나오면서 젊은 학생에게 어른으로서 부끄러웠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저런 일을 많이 겪었을텐데 앞으로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와.. 와이프에게 등짝을 맞았다....
 
아차.. 우리 와이프 닭 못먹는데... 내가 와이프에게 건넨 도시락은 매콤 치킨 정식이었다.
 
 
 
 
 
출처 매콤 치킨 도시락을 먹고 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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