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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이슈추적] 국정원 '댓글 활동'과 꼭 닮은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사이버 안보 관심 많은 군 통수권자가 진상규명해야 꼭 닮은꼴이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기밀과 정보를 다루는 '요원'들이 업무 시간에 총선·대선 관련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트위터로 뿌린다. 의혹이 제기되면 '보안 사안' 운운하며 증거를 삭제한다. 감출 수 없게 되면 '개인적인 일'로 치부한다. 조직적인 불법행위라는 정황이 드러나면 '자체 조사' '자체 개혁'에 나선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겨우 댓글 몇 개 가지고" "국가안보를 해하려 한다"고 악을 쓴다.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사건을 '제2의 국정원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국정원과 연계 활동한 정황 드러나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인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530단) 소속 군인·군무원들이 지난해 총선·대선 때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책을 전파하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 등 야권 인사와 정책들을 비방하는 활동을 한 사실이 < 한겨레 > 취재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현재까지 정치 댓글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진 사령부 요원은 모두 4명이다. 보도 직후인 10월15일 부랴부랴 합동조사에 착수한 국방부는 "요원들이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시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글들은 파악된 것만 800건이 넘는데, 이미 삭제됐거나 삭제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은 서해 NLL을 북한과 공유하겠다고 한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자격이 안 된다" "이정희 저 여자 떠드는 것은 소음" 따위의 글을 올리고 퍼트렸다.
한국 사회에서 군의 중립성은 아주 예민한 문제다. 30년 가까운 군부독재 경험 탓이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이뤄진 직선제 개헌 때 군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 조항(제5조 제2항)이 헌법에 명시됐다. 군 형법에는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연설, 문서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정치운동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금고에 처한다는 '정치 관여죄' 조항도 있다. 국정감사 초반을 강타한 이번 사건의 파장을 의식한 듯 국방부는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사이버사령부 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것을 4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된다는 것도 강조했다"며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적 개입은 물론, 사이버사령부가 국가정보원과 연계해 활동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최소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한 요원이 블로그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다른 요원들이 이를 리트위트(재전송)한 것으로 확인된다. 작업 장소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들은 근무시간에도 지속적으로 '댓글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댓글 활동'과 꼭 닮았다. 국정원 요원들도 글을 작성하는 '콘텐츠 생산 그룹', 리트위트를 위한 '배포 그룹', 특정 주제를 자동 리트위트하는 '봇 그룹'으로 나눠 일했다. 국정원 요원의 트위터 글에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댓글을 달아 리트위트한 사례도 발견됐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과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같은 방식으로 올리고 퍼트린 것이다.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고속승진' 민주당은 두 기관의 '연결고리'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의심한다. 이 전 차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육사 35기로, 2011년 4월 국정원으로 발령 나기 전까지 합동참모본부 민군심리전부(민심부) 부장으로 일했다. 현재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단장도 민심부에서 근무했다. 합참 민심부 출신으로 국정원 심리전을 총괄했던 이 전 차장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다리 역할을 하며 공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점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사이버사령부는 "3천여 명에 이르는 북한 사이버전사들과의 '4세대 전쟁'을 목표"로 2010년 1월 창설됐다. 예산 일부를 국정원에서 충당하는데, 2012년 총예산 170억원 가운데 45억원, 2013년 255억원 가운데 57억원을 지원받았다. 국방부는 "국정원과는 협조 관계일 뿐 지시 관계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국정원이 예산을 통제하면서 '대북 심리전'이라는 명목으로 사이버사령부와 함께 정치 댓글 작업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범정권 차원의 공작'인지 의심하면서,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고속승진'에 주목하고 있다. 연 비서관은 2011년 11월부터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까지 사이버사령부 2대 사령관으로 근무했다. 일정 기간 이후 퇴직하는 조건으로 진급하는 '임기제 준장'임에도 소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핵심 보직인 정책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 사이버사령부도 정책기획관 산하로 배속됐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연 비서관이 영전에 영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사이버사령부를 통한 댓글 작업에 대한 보은 인사가 아닌지 청와대는 대답하라"고 말했다. 연 비서관은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정치 개입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군의 정치 개입'이라는 어마어마한 의혹을 군 스스로 규명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다른 기관에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10월16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이버사령부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0.2%로, '개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25.3%)보다 훨씬 많았다. 상명하복이라는 군의 특성상 정치 댓글 달기를 개인적 차원에서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또다시 '안보 타령'으로 군의 불법행위 의혹 감싸기에 나섰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군의 비밀조직과 조직원의 비공개 활동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 가장 좋아하고 기뻐할 조직은 바로 북한"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인터넷상에 군사정보 5급 담당자 이름 등을 포함한 '1011부대(사이버사령부) 군무원 특채 최종 합격자 명단'을 공고하는 등 '비밀조직'이 이미 공개돼 있다는 사실은 무시됐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안보와 국익을 위해 지켜야 할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선거에 악용하고 내용을 공개한 새누리당이 안보 비밀 준수를 운운한다는 건 낯 뜨거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댓글이 사이버 안보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10월17일 청와대에서 영국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대규모 사이버테러를 여러 번 당한 경험이 있어서 사이버 안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북한 사이버전사'들에 맞서기 위해 창설했다는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대선 댓글이나 달고 있었다니, 사이버 안보에 관심이 많은 군 최고통수권자가 앞장서 진상 규명에 나설 일이 아닐까.
이제 군대가면 총기을 지급하는게 아니라 키보드를 지급하면 되겠습니다 멋진 나라 입니다 제2의 유신이 왔습니다 역쉬 피는 못속이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