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능? 가볍시리 생활형 덕후 쌀이라고 함.
여자인데 여자와 남자를 시각적으로 구분지어주는 신체기관이 심하게 음스므로 음슴체.
가볍다곤 해도 생활형 덕후인지라
감히 플러그 슈트를 구입한다거나 에바 액션 피규어를 모셔온다거나
아스카 등신비 피규어 및 등신대 베개를 구입한 적은 음고...
책상에 딸린 책장 한 칸을 내어드리고
이사하면서 재활용수거로 나갈 뻔한 내 UCC 캔들을 소중히 안고 있고
전셋집 현관문에 NERV 로고 스티커를 붙인다든가
새벽에 목이 말라 거실로 나와보면 초호기가 러프하게 포효하고 있다든가
제레 옹기누스의 쌀독
...그런 정도임 ㅇㅇ
사실 이거 말고도 더 추가하라는 어명이 계셨는데
내가 다른 덕질하는 것도 있어서 좀 셀프자제.
...뭐 굳이 따지자면 냉장고는 사실 이사하고 며칠 지났는데
뮤지컬 보고 돌아왔더니 친구 M군이 '너를 위해' 라면서
붙여놓고 간 거임.
...어찌나 고마운지
한동안 새벽에 거실 나올 때마다 심장이 육두문자가 오토로 나가더라구
...전세기간 끝나면 난 저 냉장고를 들고 어디로 나가야 하지.
용달은 쓰지 않을 거야. ┐-
여하튼 가벼운 자기소개를 마쳤으니 본론으로.
지금으로부터 한 달여 전.
여론의 음모에 의해 나도 모르게 컴퓨터만 켜면 야후웹에서 에바를 검색하고
에바스토어를 뒤지던 어느 날.
요런 것을 발견하고 말았어.
러ㅣㅁ럭러ㅣㅈ러ㅑ제러ㅖㅉㄸ러제ㅓㅐ제ㅓ럔:어<ㅊ몌쨩ㅊ쟁ㅈ먱체ㅓ엦러아ㅣ런ㅇㄹㅇㄴㄹ!!ㅓ@ㅓ!
끄아아아아아아아앙악!!!!!!!!!!!!!!!!!!!!!!
정줄은 놓는 게 아니더라구.
놓이는 거더라구.
난 그렇게 강제로 어딘가에 정신을 소환당했고
휴대폰을 꺼내들고 죄 없는 H-ero군(남친)에게 문자를 쳤지.
[당장 이것을 나에게 사주고 결혼합시다]
나를 잘 알고 있는 H-ero군은 가뿐하게 대꾸.
[결혼을 하고 싶은 거예요, 반지를 갖고 싶은 거예요?]
[롱기누스를 갖고 싶습니다]
[................]
H-ero군은 극장에서 '신극장판 서'를 볼 때 졸았다는 그에게
견딜 수 없으니 당장 헤어지자고 외치던 오덕 여친을 기억해낸 듯했어.
보살에 가까워졌으니 내세에서 그 복을 받으실 거야.
그러나 평소에도 워낙에 도서관을 사 달라,
만다라케 주식을 삼만 부 사달라,
책 천 권을 사주며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해 달라 등
밥 잘 먹고 숨도 안 쉬고 헛소리만 내뱉는 나인지라 H-ero군은 쿨하게 제 말을 스루하는 듯했지.
(혹시라도 오해마. 안 사줄 거 아니까 하는 거야.
나는 요 몇달 전에 남친이 나랑 십년간 사귀면서 영화 예매하는 법을 몰랐다는 소리에 분노했던 녀자야. 끄앙.)
사귄지 십 년.
커플링을 하느니 커플북이나 커플DVD를 서로 선물하자는 덕후들인지라
커플링은 딱히 없이 그냥저냥 살았거든.
사실 몇 년 전에 생일선물로 반지를 선물받기는 했어.
일명 캡틴플래닛 반지랄까.(...)
이거 아는 나이면 내 연배가 가늠이 될 거야.
물론 가늠된다고 덥석 하지말고...
물론 땅 불 바람 마음이 모이면 뭔가 나올 것 같긴 했지만!!!!!!!
문방구에서 뽑았냔 소리도 가끔 들었지만!!!!!!!!!!!!!!!!
라피스라즐리는 이뻐. 더불어 가공석이라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지.
여튼 그런데 정말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H-ero군이
정말 롱기누스 반지를 커플링으로 하자더라고.
머리 싸매쥐고 고민했지.
...비싸니까.
물론 갖고는 싶지만 에바스토어는 해외배송도 안 하는데다
둘 다 비자나 마스터 카드 따위 키우지 않는지라 결제도 문제고.
결정적으로 스토어에 비치된 것 중에 사이즈가 없엉...:Q
고민했어.
그리고 그 과장에서 차라리 H-ero군이 원했던 커플링인
절대반지로 해버릴까. 그럼 이거보단 싸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
난 참 기특해 으쓱으쓱하면서 바로 알아봤지.
84?
...생년월일 같은 건가?
...뭐지?
에미야 내가 눈이 침침해서 그러는데 이것 좀 대신 읽어주겠니...
공이 2개여야 하는데 3개 같은데...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이었어.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렸지.
아 맞아, 요새 금값 비싸졌지 아하하하하
이게 순금이라 저럴 거야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럼 한 18K 정도로 보면 좀 할만 하지 않을까?
에미야...에미야....나 라섹 시켜다오 에미야...
겨우 정신 수습하고 다시 보니 처음 본 14K가 84만원...
;ㅁ;
결국 절대반지 순금은 마이 프레셔스니 결혼반지로 미뤄두기로 했지.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니 결국 내 손꾸락은 롱기누스를 원하더라구.
살면서 이런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고,
절대반지 덕에 멘붕을 한 차례 거치고 난 결국 롱기누스로 커플링을 하자고 했어.
[그럼 형 거는 제가 살테니까 형이 제 거 사주세요.]
(나는 대학에서 남친을 만난지라 형이라고 불러. 오해 마, 여자야...)
[아녜요, 돈은 제가 낼 테니까 대신 쌀이는 결제할 방법과 문의와 발주를 도맡아 해줘용]
[.............누구시죠?]
[제게는 카드라는 템이 있습니다 쿄효효]
태어나 남친에게 처음으로 받는 엄청나게 비싼 선물이 오덕이야...
매력적이야.........
오덕의 신이시여 저에게 이런 남자를 점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너를 갖겠어 롱기누스!!!!!!!!!!!!!!!
삼세번 사양의 미덕? 롱기누스 앞에선 그런 거 없ㅋ엉ㅋ
여튼 그 뒤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쳤어.
일단 에바스토어에 사이즈 문의를 했는데 자기네는 팔기만 한다면서 공방에 문의하라고 꽁냥꽁냥.
그러면서 공방 연락처도 안 알려주고 꽁냥꽁냥.
그래서 사이트맵 이상한 그 공방 뒤져서 메일 주소 찾아내서 꽁냥꽁냥.
제발 팔아달라고 그리고 사이즈 맹글어주고 해외배송해달라고 꽁냥꽁냥.
다행히도 그쪽에서 다 해준다고 해서 엎드려 절했는데
결제를 페이팔로 해달래서 2차 멘붕 꽁냥꽁냥.
앞서 말했다시피 카드 없이 살아왔긔, 결혼 전까지 만들 생각 없는데
롱기누스를 위해 하나 만들까 꽁냥꽁냥.
다행히 비자체크카드가 있어서 그걸로 결제하고
수주부터 들어가서 만들어서 받고 나니 거의 3주쯤이 지나있었징.
참 별 상관은 없지만 난 일어를 전공했어.
그래서 H-ero군이 문의를 몽땅 나한테 맡겼던 거지.
그리고 회사로 EMS가 왔을 때.
나는 춤을 추고 말았지.
이...이뻐.
캐...캡 이뻐.
사장님 저를 자르지 마세요.
사장님 저는 그저 가끔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출 뿐입니다.
사자님 저는 소와 같이 일을 잘 합니다.
사장님..............................................음메...
그냥 잠시 코끝이 찡해지더라고.
이렇게 좋을 수가.
롱기누스 반지를 끼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어쩔 줄을 몰라했지.
그래 이제 초호기 가습기는 필요없어...
AT필드 우산도 괜찮아...
샤키엘 머그컵도 안 사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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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사진 따위 찍는 사이가 아니지만
가증스런 설정샷.
그 와중에 손이 못생겼으니 용서해줘.
왜 찍느냐며 손을 빼는 H-ero군의 손을 억지로 손등 위에 얹어놓고.jpg
내 건 롱기누스 남친 건 카시우스라고 명명하고...
그런데 눈썰미가 있는 오유인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둘 다 반지를 중지에 끼고있어.
뷁유를 간지나게 하려고 중지커플링을 했다 하면
그럭저럭 마무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헤헤헤.
사이즈 잘못 주문했엉...
또르르...
그르게...
결국 다시 국내 공장으로 보냈어.
내 반지고 형 반지고 둘 다 호수가 4호쯤 크게 왔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