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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후진을 하려했을 뿐이다.
게시물ID : humorstory_4462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1
조회수 : 20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05 17: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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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몇년전,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집크기만 확장해가며 이사를 다녔던, 
(중간에 빚보증으로 쫄딱망해 단칸방으로 다운그레이드한적도 있지만)
(나름)동네유지집안이라 유치원때부터 알던 친구놈의 결혼식이다.

안갈라니까 너도 내 결혼식안와도 됨.하고 퉁칠려고 했는데,
어릴때부터 알던 친구라 우리 오마니랑 얘네 오마니도 친한 사이여서 가족들까지 출동을 하게 되어, 결국 나도 가게 되었다. 
쳇. 교통비에 축의금에 화환비에...내가 장가드는것도 아닌데 뭔 지출이...



당연히 나 아니면 다른 개구쟁이친구를 사회로 내세울거라 생각했는데,
엄격근엄진지컨셉을 30년째 유지중인 친구에게 맡겨서 (우리로서는)재미없게 끝나버렸다. 
저번에 개구쟁이친구가 사회보다가 대형사고를 쳐서일거다...




"야. 한잔받아라!!!"
"아. 나 술마시면 안돼."
술을 권하던 친구뿐 아니라, 테이블에 함께한 친구들 전원이 숙연해진다.
"왔구나...지방간이냐? 간염? 간암?"
"그러니까 술 좀 작작먹지 친구야...ㅠ.ㅠ" 
"내 장례식 안와도 되니까, 나도 니 장례식 안갈께. 귀찮다."

앞에 놓인 맥주병입구로 저 주둥아리들을 콩콩 찍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다...닥쳐...-_- 이 중에 나말고 군대신검 1급받은 놈들 있어??? 다 2~3급 나온 놈들 아냐???
이따가 신랑놈 차 내가 끌고 가야해서 안마시는겨. 멍청이들아."
"아...운전수시구나. 그럼 우리끼리 말지 뭐."

아이맛나~아이조아~이 달콤쌉싸름한 알콜함유음료를 못마시다니라며 막 ㅋㅋㅋㅋㅋ 웃어댄다.
진짜 때려주고 싶다.




예식장의 맛없는 고기덩어리와 
예식장의 녹이다만 연어와 
예식장의 녹이다만 육회와 
예식장의 찐고구마를 먹는듯한 초밥을 먹고
뭔가 국물이 먹고 싶어 갈비없는 갈비탕국물을 받아오니
테이블에 두고 온 전화를 친구놈이 받아주고 있다.

"여보세요...하??? 누구십니까??? XXX오빠요? 오오빠아? 여기 오빠는 없소. 배나온 아저씨전화라고!!!!"
"내놔 미친노마. 술을 얼마나 퍼마신거야...여보세요."
"아. XX오빠맞구나."

오늘 결혼한 친구의 여동생이자, 내 사촌동생1의 초중고동창.
알고지낸지...당시에는 26년된 아이였다.
전화번호주고받을만한 사이는 아니어서 저장된 이름말고 번호로 뜨니까 친구놈이 오해를 한거였다.

"어. 왜?"
"우리 오빠 차키. 오빠한테 있지? 밥다먹었어? 여기 오빠짐가지고 집에 가봐야될거같애서."
"엄마아빠는?"
"여기 더 계시다가 이모네 차타고 오신대."
"어. 그려. 여기 술꾼 3명 같이 태우고 가자."
"어. 천천히 먹고 이따가 오빠차 앞에서 봐."




주차장으로 가다가 친구부모님뵙고 인사 한번 더 드리고, 주정뱅이 세놈들 데리고 친구놈 차로 갔다.

"잠깐 기다려라. 얘네들 담배핀단다."
친구동생은 벌써 지 오빠 차 앞으로 나와있었다. 차문열어주고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뭔 담배를 곰방대에 끼워피나. 드럽게 오래도 피네. 차뺄라니까 저기로 가있어."
뉘예뉘예 김기사님. 하며, 친구들은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기다리게해서 미안. 바로 집으로 가면 되지? 너 어디 약속있으면 거기 태워주고 차는 집에다가 두고 갈께."
"아냐아냐. 나도 바로 집으로 갈거야."




빠른년생이지만 내 친구들 중에서 운전면허는 내가 제일 먼저 취득했고,
그 중에 유일한 무사고이며, 그 흔한 딱지 한번 뗀적없는 모범운전자...그냥 걸릴만한데서는 조심히 운전할 뿐인 베스트드라이버다.

거기다가 운전을 오마니한테 배워놔서, 
후진할때 후방카메라보다는 조수석에 팔걸치고 고개를 뒤로돌리고 "엘리제를 위하여"를 흥얼거리는 클래식한 운전자이다.

"풋."
후진하려는데 사람들이 때맞춰 차 뒤로 지나다녀서 잠시 멈췄는데, 친구동생이 웃는다.

"뭐 왜? 날라다니는 참새 똥구녕이라도 봤냐?"
"아니ㅋ 오빠 지금 나한테 작업걸어?"
"뭐?"  
"후방카메라두고 왜 후진 그렇게 하는데? 왜? 멋있어 보일라고?"




싸늘하다. 목구녕에 삶다만 고구마가 들어와 위장에 얹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예전부터 이 뇬은 우정파괴자였다.

중학교때 학교운동부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뇬이 오빠친구 나 좋아하는것 같애. 그 한마디로, 내 친구는 그 친구를 잃었다.
고등학교때 얼굴이 정말 잘생긴 친구가 있었는데, 이 뇬이 그 오빠 나 좋아하는것 같애.래서, 내 친구는 친구를 또 잃었다.
대학교때는 학교가 달라지고 기숙사에 군대에 해서 이 뇬 못 본지 몇년이 지났는데...아직도 그 G-Ral병을 못고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기. 
내가 만일 결혼을 한다면 아침에 눈떳을때 제일먼저 보는 신부얼굴이 
친구얼굴을 닮아있으면 안된다는 확고한 AT필드를 치고 사는 나에게는 어림조차 없었다.




어릴때 친구가 지 여동생 손잡고 놀이터나오면 
오빠친구들 등에 업혀 숨박꼭질하고 시소타고 미끄럼틀타던...내 동생같은 애라,
이 애가 눈도 깜빡하기도 전에 이마에 주먹을 날려버렸다-_-
...정권지르기 말고 꿀밤...손가락 하나 세워서...



"어~임마. 왜 AA울리고 그러냐. 너 AA한테 사귀자했냐? 언어폭력 ㄴㄴ."
"이 쉐키.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AA한테 작업쳤어? 안돼. 아무리 외로워도 가족끼리 그라믄 안돼."
"뚜욱~울면안돼 울면안돼~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서언무울을 안 주~신대~"

생각보다 제대로 꿀밤이 들어가버려서 당황해버린 나와, 뒤늦게에 아파서 눈물을 흘려버린 친구동생을 보고,
술먹고 정상적인 사고회로가 안돌아가는 친구들은, 이것들 차안에서 했네했어.하며 오질라게들 놀려댔다.

내 차마...그때 그 자리에서는 친구동생 더 쪽팔릴까봐 이 뇬이 먼저 오해한거라고 말은 안했다.




"어어어어어어어어어. 김기사님!!!!!! 앞에 차요 차!!!!!!"
"그 브레이크밟을 타이밍에 계속 악셀레이타 밟으시는것 같애요!!!!!!"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아이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곧 뵈러 갑니다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빠!!!!! 브레이끄브레이끄!!!!! 아씨!!!!! 내가 잘못했다고!!!!!!"




니들 목숨이 내 양손과 오른발에 달려있는데 나한테 장난질이여?
(참고로 그때 시내라 50도 채밟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술먹으면 사람들이 저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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