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아무리 열받고 억울해도 울진 않았는데 병원 가서 찢어진 고막을 보니까 눈물이 팍 터지대요. 내가 병신같이 믿고 사랑한 시간, 그 사람 배려해 신고하지 않았던 일들, 힘들었던 나날 중 품었던 희망 같은 게 진짜 개씨발 부질 없는 것들이었구나, 그런 생각에 그냥 막 눈물이 나대요. 타지에 따라와서 외로웠어도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았고 같이 한 고생들이 쌓여갈수록 지치면서도 더 힘내보자 하는 오기에 질질 끌어온 내 마음을 찢어진 고막으로 돌려받았습니다.
내가 병신 머저리였단 거 알아요. 믿을 걸 믿어야지, 그런 전과도 있고 외로우니 술 먹는 횟수 좀 줄여달라 부탁을 지나 호소를 해도 일주일에 네다섯번은 새벽 서너시에 들어오던 사람을 뭘 믿고 여기까지 왔는지, 진짜 제가 개병신 머저리였던 건 알아요. 만날 때도 알았어요. 근데 씨발 진짜 가끔 너 고생하는 거 안다고, 미안하다고, 꼭 나중에 잘 살자 하는 말들, 나는 너랑 결혼할 거다, 너 같은 여자 없다는 달콤한 말에 그래, 이 사람 내가 보듬어주고 싶다 하고 또라이가 됐었나봐요.
어젯밤엔 꿈까지 꿨어요. 그 여자랑 삼자대면 해서 내 입장 구구절절 설명하는 꿈. 깨고 나니 꿈이었구나, 싶다가 아 현실이지? 좆같네 싶더라고요.
지금도 여러 마음이 공존해요. 쌍방 합의하고 그냥 지 갈길 가게 냅둘지, 끝까지 갈지. 다만 변호사 선임할 돈 없는 우리 집과 내 처지, 스트레스 받을 부모님, 벌금이 얼마 나올지도 모르고 그게 집에 부담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그냥... 어딘가엔 제 심경을 남겨두고 싶어 적고 갑니다. 멘붕은 맞으니 용서해 주세요, 산산조각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