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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보고왔음
게시물ID : animation_4457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프로불편러
추천 : 4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9/10/03 16:26:17
1.

개천절날에 가족들하고 볼 영화는 아닌걸로. (그 적절성과는 별개로 본 사람들과 오랜 시간 열띤 토론을 하게 될거임.)



2. 

이게 어떻게 15금이냐는 말을 할 수 있는데 단순히 폭력의 수위만 따지면 그리 높지는 않음. 곡성이 수위가 훨씬 높아보임

하지만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을 따지면 상영불가등급도 나올 가능성이 있는 영화임.

당장 개봉한지 이틀밖에 안지난 시점에서도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377022

이런 글들이 올라오는걸 보면..



3.

비슷한 소재를 다룬 기생충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비교적'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뒤틀린 황천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기생충에 비해

조커는 역병걸린 구울같은 등장인물이 직설적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는 느낌. 둘이 비교할만한 이야기는 아님.





여기부턴 스포주의.



4. 

굳이 한 문장으로 영화를 표현하자면 사회보장제도의 중요성을 강렬하게 느끼게 해 주는 영화. 정도가 되겠음. 

하지만 그 접근방식이 비범하고 ( : 참신하다기보단 약간 비정상적이라는 뉘앙스로) 주인공이 택한 선택이 딱히 다른 출구를 찾을 수가 없기에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영화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건덕지가 없는 정신병자다 라는 의견을 봤었는데, 사실 영화 내에서 직접적으로 주인공 '아서'를 관객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음.

단순히 나쁘고 괴팍한 성격이 아니라, 자신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행동방식이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범죄적이어서

작중에서 아서를 괴롭히거나 혐오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될 지경임.

하지만 아서가 가지고 있는 병과, 거기서 나오는 어느정도의 반사회적인 성향 때문에 떠안게 되는 무시와 압력은 혼자서 짊어지기에 너무 컸음.

영화는 흔한 정신질환자가 어떠한 사회적 도움도 받지 못했을 때 어떻게 진짜 미1친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음.

그리고 그 결과가, 아서가 극중 처한 환경에서 지극히 있을법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 딱히 다른 선택권이 있지도 않다는 점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괴롭혀서 끔찍하고 소름끼침.

이 영화는

인터넷에서 흔히 월급쟁이들이 우스갯소리로 노비계층이네 하면서 웃어넘기는 그런 의미의 서민 말고

가난의 스펙트럼의 끝에서도 끝에 있어서 일말의 희망도 없는 진짜 소외계층의 마음을 헤집어놓을 그런 영화임.




5. 

영화는 일관되게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끌어들이고 있는데, 일단 광대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걸음걸이부터 그렇고,

중간에는 아예 대놓고 극장에서 모던타임즈를 상영하기도 함. (그 '모던타임즈' 를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기득권들이라는 장면이 가지는 모순은 덤.)

마지막에 가서는 누가 봐도 모던 타임즈의 엔딩 장면을 오마주하고 있는데,

모던 타임즈의 엔딩은 주인공과 주인공 여친(인가 와이픈가 기억은 안나는데) 둘이서 힘들더라도 웃으면서 희망을 놓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세지를 담고 있음.

..

조커도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면서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 

하지만 그것은 정상인의 웃음도 아니며 사회에서 말하는 희망도 아님. 그는 완전히 '자신의' 웃음과 자신의 희망을 찾았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설득할 방법도 없음. 

감독은 마치 안티 모던타임즈 같은 영화를 만들어놓고 사회에 대고 사회보장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데

이건 사회고발적 영화라기보다는 사회협박적이라고 느껴짐.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거기에 있는 담론은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해 보아야 할 것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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