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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아주 잠시 금수저로 오해 받은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5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30
조회수 : 3020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05/31 13: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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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다른 욕심은 없는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부터 "차"에 대한 욕심은 있는 편이어서 나중에 커서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차부터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성장한 나는 사회초년생이던 2007년 통장에 미니카 100대를 장만할 수 있는 금액의 월급이라는 것이 들어오자마자 과감하게 차를 사기로 
결심하고 찾아간 H사 대리점은 내게 좌절감을 안겨줄 뿐이었다. 그래도 차가 가지고 싶던 나는 결국 현실에 맞춰 중고차로 내 인생의 첫차를 
장만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첫차는 1992년식 스쿠프.. 내가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나온 명차였다. 

차를 가져온 날 자취방 할머니께서 준비해주신 돼지머리 고기와 막걸리를 스쿠프에 먹이면서 무사고를 염원하며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냈고, 
할머니를 모시고 시승식을 한 날 주차를 하다 식당 담벼락을 무너뜨리며 액땜도 했다.
그날 밤 내 차가 생겼다는 것에 흥분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스쿠프 옆에 앉아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너는 지난 15년 동안 몇 명의 주인을 만났니? 여자도 있었어?"

"옆집 범블비는 가끔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데 너도 새벽에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이왕이면 여자 로봇이면 좋겠는데.."

"그.. 그런데 여.. 여자는 몇 명이나 태워 봤어?"

여러 질문을 했지만 스쿠프는 묵묵부답이었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주차장이 협소해서 차를 가지고 출퇴근할 수 없었지만 나는 퇴근하면 스쿠프와 함께 남산, 한강, 양평 등 서울 경기 인근
을 드라이브하며 소중한 혼자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워크숍을 직원들의 차로 이동해서 가기로 했다. 관리부장님께서 차가 있는 직원들을 조사하는데 부장님께서는 당연히
"쟤는 차가 없겠지. 태국 소작농 주제에 차가 있겠어.. "하며 지나치실 때 나는 부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부장님 저도 차 있는데요.."

"성성씨 차 있어? 회사에 한 번도 안 끌고 왔잖아?"

"주차할 곳도 없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차 끌고 다니면 건방져 보이기도 할 거 같고 해서..."

"잘됐네! 인원에 비해 차가 모잘랐는데."

"그런데 제 차가 문이 두 개 밖에 없어 탈 때 불편할 수 도 있어요."

"트랙터야? 아니면 경운기? 아.. 경운기는 문이 없지.."

"아뇨.. 스..포츠카.." 

"스포츠카? 스포츠카가 있다고?"

"네.." 

"그럼 일단 가져와."

스쿠프도 스포츠카이긴 해서 굳이 스쿠프라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소문을 전속력으로 달리던 스쿠프보다 빠르게 회사에 번졌다.
내 차가 어떤 이는 람보르기니, 그리고 어떤 이는 페라리일거라 이야기 했으며, 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1. 저 자식 태국 소작농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태국 귀족의 자제분 이었다 2. 역시 사람은 옷 입는 걸로 판단하면 안 된다. 였다. 그리고 젊은 직원들이 서로 내 차를 타겠다고 
경쟁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워크숍 아침 자랑스럽게 회사 주차장에 경쾌한 소음을 내며 들어선 나의 애마 스쿠프를 바라본 직원들의 환상을 무참히 깨졌고, 
나의 신분은 고귀한 태국 귀족에서 원래 위치였던 태국 소작농으로 전락했으며 직원들에게 역시 사람은 옷 입은대로 판단해도 된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그리고 내가 짝사랑했던 항상 매사에 긍정적인 여직원은 

"와.. 성성씨.. 차가 상당히 앤틱하네요!" 라며 극찬해줬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못 믿는지 아니면 15년 경력의 스쿠프를 못 믿었는지 
내 차를 타지는 않았다. 만일 그때 그녀가 그 차에 탔으면 내 운명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허허허허...
출처 아직 그 스쿠프가 살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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