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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재단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한 썰 2
게시물ID : humorstory_445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기긴
추천 : 15
조회수 : 2356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05/26 11: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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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노잼글인데도 불구하고 베오베에 올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일찍출근했으나 포상휴가로 회사가 텅텅비어서 사람이 없음으로 음슴체!


복지관에 대해 먼저 설명하면, 부지가 얼마나 큰지 운동장이 2~3개정도 되고, 배추 3천포기정도 나올 규모의 밭이 약 4개정도 되는 곳임.

본관은 산 중턱에 있고 그 위로 시설들이 있는... 어마어마한 곳임. 근데 놀랍게도 나름 수도권에 위치한 종합복지관인데 사실 이름을 알거나, 자원봉사자가 많거나 한 곳은 아님.

직접 언급은 어려운게, 나름 잘 돌아가고 있는 시설이고 수녀님들에게 폐를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근무한지 벌써 6년이 흘러 함께일했던 수녀님들이 계시지 않을테지만 유무형의 피해는 주고싶지않음. 양해부탁바람.



본원에서 2~3년정도 임기로 파견근무를 오시는 수녀님들은 각 부서의 장이거나, 사회복지교사로 요직에 배치되어 근무하심.

사회복무요원들과 교류가 가장 잦은 수녀님들은 슈스케수녀님(재활팀 복지사), 총무수녀님(운영총괄), 지역복지수녀님(지역복지 및 기부금 관리) 이렇게 세 분이 계셨고

나는 업무배치를 국장실에 받아서 수녀님들과 왕래가 잦고, 복지관에 마련된 수녀원의 수녀님들(업무 안하심)의 지원업무때문에도 마주칠 일이 잦았음.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은 총무수녀님이 시켰던 일 중에 가장 큰 배추밭 성전 썰을 얘기해볼까 함.



주로 총무수녀님이 사복요원들을 관내방송으로 호출하시면, 오로지 하나 뿐임

'힘 쓸 일이 있다!'

신체상태가 좋지 않은 사복요원들임으로 뭐 하나 들어도 건장한 동년배 혼자서 들것을 두세명이 함께드는경우가 잦은데 관이 오지에있어서 그런지 시에서 요원들을 열댓명정도 항상 배치해줘서 노동력(?)은 풍부했음.


늦여름에서 초가을정도 되면 사복 요원들은 2년 근무하는 동안 가장 큰 노동업무에 투입됨. 배추 3천포기 심기.

겨울이되면 직접 김장담구기 행사를 하시는데 직원들이나 자봉, 인근 수녀원이나 지역복지에 사용될 배추를 직접 재배한것으로 사용함.
수녀님들 성향이 직접재배를 상당히 좋아하셔서...

한 몇일 땀흘려 일하는데 사복요원들은 불만이 없음. 대게 착한친구들이기도 했지만 수녀님들이 워낙 잘챙겨주셔서 육체노동 시키지 말라는 병무청 공문이와도 사복요원들이 나서서 밥값하겠다고 일하는 그런 곳이었음. 물론 중간중간에 병원가는 인원들도 속출(...)했지만.

수녀님들의 아우라로(보통 총무수녀님) 사회에서 사고치고 온 친구들도 대게 개심해서 천주교신자가 되거나,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고 의욕적으로 살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

여튼 어느 날, 총무수녀님께 말년 3인이 호출됨. 나와 같이 첫 출근한 두명과 나는 총무수녀님께 갔음. 총무수녀님의 브리핑이 시작됬음.


복지관이 산 중턱에 있다. > 매년 운영하는 밭은 야생동물 습격의 매우 좋은 타겟 > 야생 + 인근 농장에서 탈주한 토끼 4마리가 배추밭을 유린하고있다!


할일없는 말년들이 총대매고 토끼를 잡아오라는 명령이었음(...)

'총무수녀님. 방콕 덕후질하는 놈들이 어케 잡아여... 쟤는 비만에 간염이고 쟤는 십자인대... 저는 아시잖아요. 첫날 와서 이용자들하고 놀다가 햄스트링이 나가서...'

'걍 널널하게 해. 기한은 안줄테니까. 다만 배추 많이 상하면 내가 좀 많이 슬플거야 쌤'

이건 분명... 말년들 놀고먹는걸 좌시하지않겠다는 총무수녀님의 배려임이 분명했음. 복지관생활 말년쯤되면 다들 정떼기나 업무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해서 할일이 상당히 없어지기때문.


총무수녀님이 직접 과거를 이야기하시는 적은 없음. 보통 수녀님들이 수녀되기 전에 사회에서 하셨던일은 말씀을 아예 안하고, 묻지도 않는 편인데

소문에 총무수녀님은 전에 군에 몸을 담으셨다는 이야기가 있었음(...) 삼남매인데 장남이 군장교이고, 둘째오빠가 신부님이라는 풍문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군대식임. 물론 우리는 군이라고는 4주 맛배기밖에 못해봤지만 철저한 정리정돈과 물자파악, 그리고 개관이례로 몸담고계시는 국장님도 한수 접고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와 지휘능력.

개차반 신입 사복요원들도 총무팀에서 1주일만 일하면 순한양이되는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수녀님이심.


여튼 우리는 농담조차 불가능한 총무수녀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고 셋이서 짱구를 맞대고 논의함.
토끼는 유치원시절 동물원가서 본게 전부인 세놈이 어케 토끼를 잡느냐...

지나가던 동갑내기 지적장애인 친구(사복요원들은 한 3달정도 지나면 복지관 이용자들하고 격이 없어짐. 근데 2년가까이 근무했으니...)가 왜그러냐고 물어봐서 털어놓음.

그는 씨익 웃으면서

동화책에서 보면 토끼사냥을 할때 내리막길로 몰아간다는걸 봤다는 제보를 해줌.

옳다! 저 말이 옳다! 내 토끼를 꼭 잡으면 주방어머님께 말씀드려서 토끼탕을하여 너와 함게 먹겠노라! 넷이서 굳은 결의를 하고 우리는 목장갑을 꼈음.



성지사수를 위한 성전을 위해 잠복근무를 시작했는데... 잠입할것도 없이 이 미친 토끼 네마리가 배추밭을 한가로이 뛰어다니면서 배추잎을 뜯어먹는게 아니겠음?

비만, 간염환자 동생이 우르크하이처럼 소리를 꽥 지르면서 뛰어나감. 십자인대와 위장장애 및 햄스트링(나)는 만류했으나 마치 자기가 신체1급 군인받은사람인것으로 착각한것같았음.

토끼는 비웃듯이 밭 아래로 내달리기 시작함! 아 그래! 지금이다! 아까 친구가 이야기해준 그 작전을 펼칠때다!


그러나 우리는 토끼의 방향전환능력을 우습게보았고

간염환자는 비료더미에 넘어지고, 십자인대는 조금뛰다가 헉헉, 나는 종이장같은 몸으로 열심히 토끼를 몰았으나 중력과 바람에 밀려 밭에 쓰러지기 일쑤였음.


그렇게 하루 종일 토끼와 씨름하고 우리는 안되겠다 싶어 말년의 권위를 세움. 버스터콜이다!

물론, 총무수녀님 비호아래 우리는 짬적용을 업무내용 외에는 할 수가 없으나, 일하기 싫은 사복요원들이 모두 소집됨.

배추밭 성전 이틀째, 열한명의 토끼몰이가 시작되었음.


근데 사복요원이란게, 신체등급이 4급이 나와야 할 수 있으니 다들 전과만 없으면 어디 맛이 간 친구들임. 정신적으로 불안한 친구도 있음.

거대한 포위망을 만들어 언덕아래로 몰기 시작했으나... 결과는 처참했음.

복지관 기사님들의 비웃음이 아직도 떠오름. ㅋㅋㅋ 븅x들ㅋㅋㅋ 진짜 븅x들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

기사님들은 현역, 특전사 출신들이셔서 군대얘기만 나오면 우리를 병x취급하며 놀려댔기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사실이었음.

정말 반박 불가였음. 그래서 기사님들 자존심을 긁어보았음.


셋째 날. 기사님 두분이 참전함.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아서 토끼잡이는 취미였다는 그 말에 우리는 든든한 성전기사단을 얻은 듯 했음.

두 분은 다음 날, 파스를 붙이고 참전거부를 하심.


대망의 넷째 날. 우리는 네 마리 중 한 마리도 검거하지 못했고, 이제는 두 마리만 한가로이 복지관 밭을 유린하고 있었음.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드래곤이나 와이번이 저정도는 될거라고 생각했음. 저건 토끼가 아니고 분명 폴리모프한 드래곤임이 분명했음.

우리는 드디어 머리라는걸 쓰기 시작함.

몇몇 사복요원들은 그물이나 진로를 차단할 판자를 챙겨들었고, 우리는 부지가 뒷산 하나에 가까운 복지관을 전장으로 선택하는 것 보다, 적을 몰거나 유인하기로 다짐함.

장소는 식당 뒷편의 ㄷ자형 공터. 몰아넣고, ㅁ자를 만들어 가둔 후 4일간 우리를 유린한 토끼들에게 지엄한 주님의 영광을 보이기로 하였음.

작전은 점심 이후에 시작하여...


드디어 신체등급 4급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토끼 두마리 체포에 성공하였음! 역시 인간은 머리를 써야하는거야! 근데 이 생각을 왜 못했지... 머리도 4급인가...

체포된 토끼들은 주방어머님들이 제공하는 철장에 갇혔고, 주방 어머님들이 수녀님께 얘기해서 토끼탕을 해먹자고 하셨음.

성전이 종료된 것이다!!



수녀가 아니었다면 분명 별을 다셨을 포스의 총무수녀님이 근엄한 표정으로 전쟁범죄자들의 수용소로 방문하였음.

우리 사복요원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성전에 대한 치하를 기대하였으나


'아이구~ 얘들 불쌍해서 어쩌누ㅠㅠ 기사님들 먹으라고 주든가 딴데 주던가 하려고했는데ㅠㅠ 씩씩거리면서 저 바닥차는거 봐라ㅠㅠ'

(난 이때 토끼가 심기불편할때 하는 행동을 처음봤음)

'쌤들아ㅠㅠ 토끼 풀어주자ㅠㅠㅠ'



총무팀 탕비실에 과자 한두개 꺼내먹으면 그렇게 불호령을 내리시던 총무수녀님이

밭을 망친 전쟁범죄자들을 석방하자는 모처럼 수녀님다운 멘트를 내뱉자 우리는 멘탈 붕괴에 빠짐.... 수녀님을 군장교로 보고있던 우리는 수녀님도 수녀님이셨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함.



'야들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어ㅠㅠ 근데 어케 진짜잡았대?..... 그냥 해본말이었는데... 진짜 잡아왔네... 쌤들 공익 맞어?'

ㅠㅠ....

수녀님은 사람하고 동물하고 똑같냐며(?) 혼내도 모를 애들을 차마 죽이기 어렵다고 하셨음.

막 석방위기에 빠진 찰나, 복지관 밭의 실질적인 주인인 이장님이 강림하셨음. 이장님은 딸기체험밭조차 망칠 위험이 큰 전쟁범죄자들에 대한 석방불가를 천명했고....




우리는 삼일간의 추가 노동을 끝으로

복지관에 토끼사육장을 마련 할 수 있었음.



그리고 말년을 마치고 봉사활동을 좀 하다가 소집해제하고 대학으로 돌아간 나는 어느 여름날, 오랫만에 걸려온 복무중인 후임전화를 받았음.


'형. 그때 토끼 네마리였자나여.'

'ㅇㅇ 왜?'

'근데 잡은게 두마리잖아여'

'ㅇㅇ'

'놓쳤던 두마리가 암수였나봐여'

'....?'

'겨울지나고 봄지나서 새끼쳤나봐여... 한두마리가 아니에여.. 토끼 어케잡았어여? 와서 한번 더 잡으실래여?'



이장님은 항상 산토끼 척살을 외치셨는데 그때 놓친 두마리의 토끼가 눈덩이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

여담으로 사육장의 토끼들은 어느 날, 약간의 털 흔적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오늘도 노잼글 끝...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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