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아내는 이제 결혼한 지 햇수로 6년차에 접어듭니다.
신혼의 설레임이나 두근거림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티격태격 다툼도 있지만 세살 딸아이와 함께
나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저는 나름 덕후로서 콜렉션이 많지는 않아도 그래도 조금은 있는 편인데, 아내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며
애니 같은 걸 거의 안봅니다. 끽해야 블리치 정도...? 그래도 제 콜렉션들을 잘 이해해주는 편이라, 아량이
넓은 아내를 만났다 생각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어젯 밤 저녁 먹으면서 티비를 틀었더니 퍼시픽 림이 방영중이었던 데서 시작합니다.
저는 퍼시픽 림을 영화관에서 못본 게 천추의 한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개봉 당일 4D 예매를 해놨는데,
아내가 보내준 임테기 2줄 사진 한장에 바로 예매 취소하고 집으로 달려갔지요. 후회는 없습니다만 못본 게
원통하긴 했습니다.
집에 있는 커다란 티비로 보는 퍼시픽 림은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어딘가 아날로그틱한 그 맛이...
저녁을 입에 넣고 씹으면서도 멍하니 티비를 보고있었는데, 그 앞에 세살 제 딸아이도 밥을 먹다말고 멍하니
티비 속 로봇들의 격투를 보고있더군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아내 : 어쩜 그리 부녀가 로봇 좋아하는 건 똑같나 몰라...
저 : 아니 뭐 커서 로봇공학자 되고 그럼 좋지.. 독일 같은데서 로봇공학자 하면 명예도 있고 좋잖아?
아내 : 뭐 그렇긴 하네요.
저 : xx(딸 이름) 야, 넌 커서 에반게리온 같은 거 만들어야 돼~ 멋있잖아~
아내 : 그래 그러다가 에바에 막 흡수되고 동화되고 손자가 타러 오고 막..
저 : 에이 설마 ㅎㅎㅎㅎ
저 : 응? 당신 지금 뭐라고...?
아내 : 밥이나 먹어요.
저 : 아니 잠깐만 당신 방금 뭐라고...? (동공지진)
아내 : 밥이나 먹어요!
저 : 아니 지금 밥이 아니라 당신 지금 에바에 흡수되고 그런 걸 어떻게 알...?
아내 : 밥 다 먹었으면 치울게요
저 : 아니 잠깐만... 여보? 여보? 어떻게 알...?
저는 궁금합니다. 지금도 그러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절 회피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내의 자백(?) 을 받아낼 수 있을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부끼리의 덕질 라이프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막 설레고 그러네욯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