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를 덜어놓은 바구니 안에 나물을 팔기위해 식료품점으로 갔다. 주변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바구니를 흘릴 뻔 했다.
“후아, 후아. 아주머니, 나물 따왔어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말을 했다. 가판대가 커서 내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엔젤! 그래, 그래. 오늘도 그 작은 키가 유난히 돋보이는구나.”
“아주머니! 이래봬도 여덟 살이라고요!”
“아, 그래, 엔젤. 언제 아홉 살이 되지?”
나물을 트레이(tray)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마, 한 달에서 두 달 남은 것 같네요.”
아주머니가 가판대 뒤에서 나오고,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엔젤이 벌써 아홉 살이 되는구나. 할머니는 잘 계시지?”
“네, 뭐, 여전히 잘 계시죠.”
“뭐, 그래. 겨울이라 추워지는데, 보닛도 두껍게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괜찮아요. 겨울에는 산에 올라갈 일도 많이 없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말하셨듯이 겨울이라 나물 캐기가 힘들어졌는데, 어떻게 가격 인상은 안 될까요?”
아주머니는 고민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내 수긍하는 듯하다.
“그래, 엔젤. 고생하는 건 알지만, 많이는 못 올려줘.”
이 아줌마는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나의 돈을 후려쳐 먹으려는 악질에 불과하다. 주근깨가 많아서 시집을 못 간 탓을 당최 어디다 돌리려고 돈을 무식하게 모으는 줄 모르겠다.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이딴 마을 버리고 산에 틀어박혀 할머니와 같이 살……. 아, 아빠도 올 테니, 좀 더 기다려볼까…….
“여기, 44소와. 자 저번보다 양은 적어도 괜찮아져서 더 줬어. 그럼, 잘 가렴.”
“네, 안녕히 계세요.”
한시 바삐 아줌마의 가게에서 나왔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장작 주문, 식품을 사는 것이다. 설렁설렁 걸으며 나무꾼의 집으로 갔다. 모두 마을 안에서 살고 있어서 찾기 쉽다. 마을이라는 곳에 살기 때문에.
도착한 집의 문을 두드렸다.
“아저씨! 엔젤이에요!”
큰소리를 내며 말했다. 잠에 들면 쉬이 깨이 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라, 종종 큰소리를 내거나 기다려야 한다.
안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약 2분 뒤에 문이 열렸다.
“아, 엔젤. 그래, 뭐 하러 왔니?”
나는 약간 고개를 기울여 집 안을 들여다봤다. 카펫(carpet)이 젖어있는 것을 보니 물 같은 것을 흘린 것 같다.
“물, 흘리셨나보네요?”
“아, 그래. 끄응. 얼른 치워야지. 오늘도 장작 사러 온 거니?”
“네, 겨울이 다가오니까 미리 사 놓으려고요. 80소와 정도, 저희 집으로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아저씨는 골몰히 생각하고 나서는 긍정했다.
“그래. 해가 지기 전에는 가져다주마.”
앞으로 3시간 이내에 가져다주겠다는 말이네.
“네, 그럼. 제가 없어도 놔주세요.”
돈을 건넨 뒤, 말을 해 놓고 식품을 사러 다시 시장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는데…….
시장이 북적거리는 소리가 도리어 불안감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돌아다녀서 부딪히지도 않지만, 부딪힐만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차저차해서 식빵과 토마토, 양배추를 사서 시장을 나가기 위해 걸었다. 뒤에서 누가 좇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손에 낫지 않은 상처가 아직 쓰라리다.
봐주시고 댓글 하나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4차 항암치료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엄청 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