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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녀의 친구였던 그녀의, 첫사랑의 나
게시물ID : humorstory_4431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썸E
추천 : 15
조회수 : 1447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1/04 03:08:55
 
예전에 적었던 글 중에
첫사랑에 관련된 얘기가 있었는데
꽤나 길 거 같은 글이라
중간중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면서 했었어요
다음 글은 언제 쓸지 모른다고 했었는데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두달쯤?)
누가 기다린다고 댓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저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까먹었는데
그분 댓글을 보고 갑자기 또 생각나서 이어서 써보는 중이에요 ㅎㅎ
 
 
 
 
 
 
 
 
 
 
 
 첫사랑은 예쁘고 아름답고 시리고 눈물겹다
사랑이 처음인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무언가를 '처음' 해나간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풋사랑도 사랑일테고 짝사랑도 사랑임에는 분명한데
유독 첫사랑만 기억에 남는 건 그저 처음이라는 상징성 때문일까?
아니면 각자의 기억에 각인될만한 무언가가 있어서 일까.
 
나는 실타래처럼 엉킨 일련의 사건들때문에
'첫사랑' 이라는 단어가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다.
 
12년전, 갓 대학생이 되던 해의 어느날
나는 첫사랑이라는 병에 걸리고 만다.
 
이게 사랑인가? 이런게 사랑이야?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가?
그런 물음을 던지고
어떤 답을 내리기도 전에 그렇게 사랑은 시작됐다.
 
첫사랑의 그녀는 예쁜 사람이었다.
 
얼굴도 예뻤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예뻤다.
아래로 동생이 둘 있었는데
나이차 얼마 안나는 동생들의 뒷바라지는 모두 그녀 몫이었다.
 
그녀와 가까워지고
그런 가까움이 고맙고 소중하게 되갈때쯤
이러다 가슴이 터져버리는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런 설렘이라니.
 
어릴때 엄마 지갑에 손을 댔다가 들키기 전보다 더 떨렸다.
 
고백은 남자가 해야해! 라는 생각에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끙끙 앓다가
그녀와 가장 가까운 친구의 결정적인 도움 끝에 고백을 했다.
바보스럽고 한심했지만 진심을 담은 고백이었다.
 
어떤 거였냐면,
 
그녀 손을 내 왼쪽가슴에 살포시 갖다대고는
 
" ... 심장 뛰는거 느껴져? 이거 너때문에 그런거야
나 맨날 너 데려다주면서 그렇게나 좋았다?
아무것도 아닌데 너 데려다주는게 좋고
너랑 만나는게 좋고, 채팅하면서 둘이 귓속말 하는게 좋고
어쩌다 학교 식당에서 만나면 같이 밥먹고 이런게 좋더라
너랑 문자하거나 가끔 전화하면 미치도록 좋았어
좋아서 미치겠는데 표현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매일 내 심장이 이렇게 뛰어
너가 좋아서 이렇게 뛰어. 어떡하지?
... 나랑 사귈래? 나 되게 보잘것없어도 너하나만은 잘해줄 수 있어. "
 
정확하진 않은데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 고백을 기점으로 그녀와는 연인이 되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사랑했고 사랑했었을 그녀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었다.
 
너무 소중하기에 아껴주고
너무 사랑스럽기에 안아주고픈 그녀.
그러나 나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도
무얼 해줘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사랑에 서툰 나는 그랬었다.
 
그녀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가 서먹했지만 그것을 즐겼고
내 친구들에게 그녀를 소개해주며 뿌듯했다.
 
자 봐라,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내 여자친구다.
그런 생각이 마음 속 가득 자리잡고 있었기에
괜히 어깨가 으쓱하고 술값을 내도 전혀 아깝지 않고 그랬다.
 
주변에 아직 솔로인 친구들이 많았기에
나와 그녀는
내 친구와 그녀 친구를 소개시켜 주자는 앙큼한 생각을 했다.
 
그렇게 소개해준 커플이 잘되면
커플끼리 만나서 놀기도 하고
데이트 장소나 재밌는 것들을 공유하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만 잘되는걸 못보는 친구놈들이
자꾸만 소개팅을 재촉했던게 큰 이유였다.
 
 
 
 
 
그녀는 대학 들어와 친해진 친구를 소개하기로 했고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녀석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녀가 소개할 친구는 나도 얼핏 아는 아이로
가볍게 안부인사 정도는 나누는 그런 사이였다.
 
둘에게 연락처를 주어 만나게 하는게 제일 쉬운 방법이었지만
우리는 네명이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내 친구와 내 여자친구는 한번 같이 술자리를 했던 사이고
나도 그녀의 친구와 안면은 있는 사이기에
처음에만 어색하고 생각보다 빠르게 분위기는 발랄해졌다.
 
나는 내 친구를 까내리고 내 친구도 나를 까내리며
서로 인신공격을 하는게 대화거리였지만
대부분의 청춘들이 그러하듯 그런 사소한 것들이 다 재밌는 시간이었다.
 
내 친구와 그녀의 친구는,
서로 썩 마음에 든거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둘이 사귄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나와 그녀는 의아했지만 축하 인사를 전했다.
 
한 커플이 탄생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고
그게 내 소개로 이루어졌다는 건, 기분 좋은 일임은 분명했다.
 
우린 가끔 더블데이트를 즐겼다.
넷이 모여 마냥 수다를 떨기도 했고
넷이서 놀러가기도 하고, 넷이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도 재밌지만
서로의 '친구'가 함께하는
그리고 서로가 '커플'인 두 개체의 모임도 재밌었다.
 
그런 재미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먼저 삐걱거린건 친구 커플이었다.
사귄지 두달이 채 안됐을 무렵 이유모를 다툼이 잦아졌고,
다툼이 계속되다보니 머지않아 이별이 찾아왔다.
 
이별은 아쉬웠지만 내가 알바는 아니었다.
친구가 헤어진건 위로해줄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끼어들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친구 커플이 깨지고 얼마가 되지 않았을 때
그냥 마냥 좋았던 여자친구와 나의 사이도 뭔지 모르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도 없었고 의견 차이가 있어 다툰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알게모르게 조금씩 피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조금씩 느껴가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한숨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고
이 감정을 말해버릴까 말까 초조하게 혼자만 삭히며 앓고 있었다.
 
근데 이게 대놓고 피하거나 티나게 싫어하는건 아니라서
뭔가 미묘한, 그리고 복잡하고 애매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냥 애인을 바라보던 눈빛이 그냥 친한 남자애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변한거 같다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갑자기 싫어진걸까?
아니면 내가 했던 행동 중에 마음에 안 드는것이 있나?
아니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걸까?
 
가슴이 메마르고 입술이 바짝 타오르는 느낌에 나는 미쳐버릴것 같았고
그 감정을 혼자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헤어진 내 가장 친한 친구-
그 녀석이라면 나를 잘 토닥여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벌어진 술자리, 집 근처 호프집에서 간단하게 먹으며 대화를 나눴고
그때까지만해도 여자친구에 대한 불안함 보다는
내가 못나서 여자친구에게 잘해주는게 없다, 더 잘해주고 싶다,
요즘 여자친구가 힘든거 같은데 내게 얘기를 안해주는데 내가 더 믿음직해져야겠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나 스스로에게 다짐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등도 토닥여주고
자기가 연애해보니 헤어짐이 슬프기는 해도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더라,
같은식의 위로 아닌 위로도 해주며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이상하게 그날은 취하지도 않고 술이 잘 넘어갔다.
 
저녁부터 먹었기에 술이 얼큰하게 취했는데도
정신은 또릿또릿했다.
오랜만에 친구랑 거나하게 수다도 떨고 하다보니
새벽이 굉장히 아쉬웠다.
한잔 더 하고싶었다.
 
소주 두병을 사들고 집으로 와서는
과자랑 생수를 안주삼아 3차인지 4차인지 다시금 술을 먹었다.
 
술이 참 달았다.
친구랑 꼬꼬마 초딩때부터의 이야기도 하면서 추억도 더듬어보고
친구의 연애이야기도 들으며 비꼬기도 하고
내 연애이야기도 해주며 다시 설레기도 했다.
 
그래 내가 사랑하는 여자인데, 내가 더 잘해야지.
요즘 그런 눈빛을 느낀건 내 남자로서의 매력이 조금 부족해서일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헬스라도 시작해보자 하는 생각도 했다.
 
둘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까
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 술자리를 슬슬 정리하려는데
친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 새끼가 왜 갑자기 조용해졌지 자나?
많이 먹기도 했고 시간도 늦었으니 자는가보다 했는데,
 
" 미안하다... "
 
친구가 뜬금없이 미안하다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나한테 무슨 잘못을 한거냐 너.
뭐 하나 의심가는게 없었다.
 
" 나 니 여친 만났다. 아니, 지금 만나고 있다. "
 
술을 먹어서 그런지 헛소리가 들리는거 같았다.
헛소리가 아니라면 내가 뭔가 잘못들은거 같기도 하고.
오늘 술을 많이 먹기는 했다, 둘이 합쳐 10병 먹었나?
평소 주량이 2~3병 사이에 있었으니 취할만도 했다.
 
" 숨기려고 한건 아니고... 말해야지 하다가 차마 말 못했다...
 유정이도 내가 좋대... 둘이 세번 만났다. 어제도 데이트 했고. "
 
어제는 그녀가 아파서 집에 일찍 들어간다고 했던 날이다.
평소 잔병 치레가 잦아서 감기는 달고 살았고
두통이랑 몸살 같은 것들이 늘 따라다니는 그녀였다.
 
그래서 내 가방 안에는 감기약도 있고, 두통약도 있고,
대일밴드도 있고, 후시딘도 있고... 다 있는데...
근데 왜 내 친구 입에서 내 여자친구 이름이 나오지?
 
" 그날 있잖아. 넷이 모여서 술 먹었던 날.
 그때부터 유정이가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
 이러면 안되지 친구 여자친구인데 이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유정이도 날 꽤 괜찮게 보고 있는거 같더라?
 그냥 문자나 몇번 하고 이야기 나눠봤는데 잘 맞는거 같았어.
 이렇게 될줄 알았던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둘이 서로 좋은거 같더라고... "
 
넷이 술 먹은게 한두번이 아니라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친구가 왠 개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몽롱했던 정신이 점차 또렷해지는걸 느껴가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이게 두통인지 숙취인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아파왔다.
 
" ... 유정이도 너 좋대? "
 
한참을 아무말도 못하다가 처음 꺼낸 한마디였다.
 
친구는 차마 대답을 못하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가 천천히 끄덕이는걸 보며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그 사이에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주먹으로 이 새끼를 내려칠까,
내려치면 어디를 칠까, 주둥아리를 쳐야하나
아님 뒷통수를 후려쳐야 하나
뺨따구를 날려야 하나
등의 고민을 하다가 그냥 그랬다.
 
" 늦었다, 가라. "
 
그냥 꼴도 보기 싫었다.
 
 
 
 
 
친구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한방울 또륵 하고 떨어지는게 느껴지는데
이대로 두면 줄기차게 울어댈거 같아서
억지로 눈물을 닦아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시를 향해 가는 시간이였고
난 아파오는 머리를 느끼며 자리에 누웠다.
 
잘 생각으로 누운건 아니였고,
시계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빨리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술기운에 잠을 자볼까 눈도 감아봤지만
가슴을 짓누르는듯한 답답함과 무언가 뜨거운 느낌 같은 것이
내 몸을 옭아매고 있었다.
 
시계의 초 바늘이 1초, 1초 지나가는걸 보고 있었고
시계의 분 바늘이 1분, 1분 넘겨지는걸 보고 있노라니
정말 1분이 1시간 같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해가 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내 생애 가장 길었던
3시간이 흐르고 아침 8시가 됐다.
 
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은 내 여자친구인,
내가 정말 사랑하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고,
그녀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린 같은 동네에 살았다.
그게 그녀랑 가까워진 계기였고 사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난 그녀를 불렀다,
집앞에서 잠깐 보자고, 아침 일찍 미안한데 지금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나온다 했고,
나는 술이 덜 깬, 몸이 착 가라앉은 상태로 그녀를 보러 나갔다.
술은 덜 깼지만 그때처럼 정신이 또렷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침이라 렌즈를 끼지 않아 안경을 끼고 있었고,
머리를 정리하지 않아 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다.
대충 걸쳐입은 옷과 슬리퍼를 신은 그녀가 보였다.
 
천천히 걸어오는 그 모습을 보는데
새벽 그때처럼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게 느껴졌다.
 
... 내 눈물을 그녀가 볼세라,
잽싸게 닦아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그녀를 맞이했다.
속으로 심호흡 몇번하고
최대한 담담하고 냉정해지자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이른 아침에 불렀는데도 나오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이기도 했다...
 
 
 
 
 
학교는 종강을 한 상태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됐는데
그녀는 동생들 때문에 일찍 일어난거 같았다.
아직 고등학생인 동생들은,
방학임에도 학교에 나가야 했고
동생들 아침을 챙겨주는건 그녀의 일과중에 하나였다.

언젠가 한번은
나도 너가 해주는 아침밥을 먹고싶다며 징징거렸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같이 놀러갈 일이 생긴다면
그때 꼭 아침이든 저녁이든 밥을 해주겠다며 그녀는 방실거리며 웃었다.
그 약속을 하고
우리가 같이 놀러갈 일은 없었지만
그녀의 그 방실거리는 웃음은 참 예뻤던걸로 기억이 난다.
 
" 술 마셨어? 술 냄새 많이나. "
 
그녀는, 유정이는 추운듯 양팔로 몸을 감싸안으며 물어왔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그 따뜻한 물음이
아침 공기의 차가움과 함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 다정한 물음이 더 슬펐다.
 
" 응, 조금 먹었어. 아침부터 불러서 미안해. "
 
나라면 이렇게 아침에 불러낸다고 나왔을까?
물론 난 나왔겠지. 감히 누가 부르는데 안 나왔겠어.
 
유정이는 왠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냐며 투덜거리면서
평소에 술도 잘 안먹는 내가
아침잠이 유난히도 많던 내가
이렇게 아침부터 자기를 불러낸게 많이 궁금한 눈치였다.
 
어제와 전혀 다를 거 없는 그녀 얼굴을 보자니
어제와 많이 다를 거 같은 내 얼굴을 그녀에게 보이기 싫었다.
그녀 얼굴을 마주보며 말할 자신이 없었다.
 
난 유정이를 잡고, 더 깊게 끌어당겨 내 품에 안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수십번 수백번을 더 고민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얼굴을 보고 말을 하려고 하니
입에 가시가 돋힌듯 따끔거리고 손에 전기가 통한듯 뜨끔거렸다.
 
평소라면 술냄새 난다며 날 떨쳐냈을 그녀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조용히 숨을 내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를 안고 있자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처음 고백했던날 뛰던것처럼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이 뛰는 가슴을 달래주기 위해선
가슴에 응어리진 말을 내뱉어야 했다.
목구멍에서 차마 넘어오지 못하고 콕콕 찌르는 그 말을 해야만 했다.
 
심호흡을 몇번 하고
그녀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 나 어제, 연우랑 술 마셨어. "
 
잠시 잠깐이지만,
그녀의 몸이 떨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은 아침 바람이 차가워서 아까부터 떨리던걸
이제서야 내가 느꼈던 것 일수도 있다.
 

난 더 쎄게 유정이의 몸을 끌어안았다.
술냄새가 그녀와 나 사이에 지독하게 풍기기 시작했고,
입안의 쓴내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말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둘이... 서로... 좋아한다며...? "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출처 12년전의 나와,
12년이 지난 지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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