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리란 말은 퍽 두루뭉술해서,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는 크지 않은 개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아, 이렇듯 한국어의 아름다움이란! 흔히 똥개라고들 많이 부르는 그 종의 개들은, 여러 유전자가 뒤섞여서인지 퍽 똑똑한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때 목동 주택 마당에서 키우던 내 개도 그런 발바리였다. 털이 유난히 하-얀데 주둥이가 삐죽하니 꼭 하얀 여우같이 생겼었다. 오른쪽만 속쌍꺼풀 진 그 선하디 선한 눈만 빼면. 으레 그 동네 분위기가 그렇듯 동네 개들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곤 했는데 우리집 개도 예외는 아니어서, 낮에 조용히 출타하셨다가 밤에서야 돌아오곤 했다. 아버지가 퇴근할때면 대문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 흰둥이와 함께 들어오는게 일상이었는데 가끔은 흰둥이의 출타가 지연되면 아버지도 그냥 들어와버리는 수밖에 없어서, 아침에 학교가려 집을 나설때서야 대문앞에서 기다리는 그 개를 집에 들일 수 있었다. 개가 벨을 누를 수도, 사람을 부를 수도 없으니 말이다. 어쨌건 그렇게 발발거리며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다보면 어느날부턴가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 앞에선 조신한 척 하면서 온갖 음탕한 짓은 다 하고 다녔나보다. 함께 했던 길지 않은 시간동안 출산만 댓여섯번은 했던 것 같으니까. 그렇게 낳은 새끼들은 내가 다니던 태권도장에서 발발거리면서 뛰어다니기도, 충주의 어느 시골마을을 헤집고 다니기도, 목동시장에서 마리당 만원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아, 도대체 내가 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 모르겠다. 3호선 지하철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예전에 키운 개까지 생각이 닿는다. 놀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