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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문학 학생이다.
지난 학기 때 필수로 이과 수업을 하나 들어야 했는데
호기롭게 물리학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두 번째 수업이었을 것이다.
전기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교수님께서 회로도 (이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다, 사전을 참고해서...) 문제를 풀 사람을 물색하셨고
시선을 회피하면 선택 받을지도 모를 거란 생각에 당당하게 그의 눈을 마주친 순간, 젠장 내 이름이 불렸다.
칠판 앞에 선 나는 덜덜 떨고 있었다.
등 뒤로 많은 이과 학생들이 날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께서 내게 토스터기를 포함한 회로도를 그리라 하셨고
나는 옆에 선 그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작게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교수님께서 토스터기를 가리키는 직사각형을 보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흠... 토스터기에 뭔가 빠졌군.”
“ㄴ... 네?”
“토스터기에 뭘 더 그려야 한다고.”
“……”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진 교실이었는데 말이다.
대답이 없는 날 보신 교수님은 다시 물으셨다.
“그래, 토스터기 안에 뭐가 있어야 하지?”
상냥한 교수님의 목소리에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답을 바로 드렸다.
“빵이 있어야 합니다!”
“……”
교수님도, 내 뒤의 학생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
출처 | 영문학 학생 + 물리학 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