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를 맞아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인 감상평을 앞으로 스포를 최소화 하면서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처음의 인트로 부분이 꽤 인상이 깊었습니다.
보통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면 처음 1분은 올라가는데 소비되죠. 2~3분정도의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그 1분을 기꺼이 소비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시간을 안전바 내리는 시간만 줍니다.
요즘 이렇게 출발하는 코스터들 있더라구요 달나라 갈것 처럼 생긴... 그런 영화입니다.
세상은 망했어. 그리고 맥스는 여기 있지. 이 도마뱀 좀 봐. 세상은 망했다니까?
그리고 맥스는 곧 X될꺼야. 부앙~!
이 영화는 세계관 설명에 관해서는 김첨지같은 영화입니다
아무런 설명도 안해주지만 다 알게됩니다.
왜냐, 너무나 인간적이거든요. 너무나 그럴듯 합니다. 인간의 본질이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자원을 가지고 "권력"을 만들어내고 다른 인간들을 "지배"해왔습니다.
그 자원이 이제 굉장히 한정된 세상에서의 인간은 그럼 다를까요?
고작 많아야 지금으로부터 한세대가 지나온 그곳은 이곳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인간은 고대의 인간과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아주 다른 환경에서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옆동네에서 자원을 교환하는 일도 창대하게 권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거의 종교적 의례로 만듭니다.
자신들이 사는 곳을 마치 올림푸스와 같이 고립시킨 높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신인류" 워보이.
신인류라 하지만 단지 피해자들일 뿐입니다. 세뇌교육과 방사능의 피해자.
우리의 귀여운 눅스도 그들 중 하나이고 말이죠.
천국(발할라)!를 외치는 그들은 자신의 피폐하고 상처투성이의 삶을 죽음에서 해방하려고 합니다. 교육도 그렇게 받았구요
Witness! 내 삶의 증인이 되어달라는 그들의 외침은 오히려 죽음을 준비한 그들의 전장의 함성이 된, 아이러니 가득한 상황입니다.
눅스의 대사인 What a day! What a lovely day!를 들었을때 찾아온 카타르시스와 동시에 아련함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장하면서도 그에게 연민이 가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더라구요.
뜬금없지만 브루드워에서의 커세어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커세어 대사 들으면서 "다크템플러의 삶은 참 힘들었겠다" 싶었거든요.
그들은 스타게이트에서 소환되자마자 "It is a good day to die"를 외칩니다.
의미있는 죽음은 삶에서 도망칠 가장 정당한 변명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기에 기타리스트와 드럼/앰프 워머신은 인간적임의 극을 달린다고 할까요
무거운 베이스와 날카로운 기계음이 내 심장박동을 움직일때마다 크아...
이보다 더 멋진 War Drum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어른거려요
광기에 찬 불뿜는 기타, 미친듯한 음악 (음악은 진짜 미쳤어요. 음악때문에라도 다시보고 싶어요. 미쳤습니다)
소리가 꽉 찬 웅장한 클래식 오케스트라로 각 캐릭터를 정확히 표현하면서, 심장을 터트릴듯한 일렉기타로 추격의 선율이 합쳐지면...크아...
진짜 연출하신 감독님 오래사셔야 됩니다.
이런 음악에 미친듯이 흥분하고 있는 이 오징어를 돌아보니 인간은 참 단순하구나..를 또 다시 느끼게도 됩니다. (저만 그럴수도 있음)
그리고 이러한 멋진 소품과 배경들을 뒤로 하고 진정한 여전사 퓨리오사와 그녀가 지키려 하는 임모탄의 어여쁜 처자들이 나와요.
빅토리아 씨끄릿 모델분들이라 그런지 어휴..몸매를 잘 가꿔주셔서 제 눈이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총알세던 여인네가 제일 이뻤ㅅ.. (근데 다른영화에서는 별로 안이쁘게 나오던데 ㄷㄷㄷ)
아무튼
이 영화가 페미니즘, 여성성, 이런 것들을 참 잘 표현을 했습니다.
액션영화라고 기대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표현이 굉장히 세련되게 되어있더라구요. (아 이영화의 거의 모든것이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기는 합니다. 미칠듯한 세련됨의 천국)
생존본능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가진 여성캐릭터들은 "여전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였구요, 그러면서도 "여인"이었구요
보면서 이렇게 세심하게 표현을 하려면 얼마나 고민을 하고 수정하면서 준비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의 삭발 선택은 진짜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하구요. 핸들에서 나오는 기름을 이마에 바를땐 진짜 멋있더라구요... 와...
우리의 눅스찡
눅스 생각만 하면 아련하네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제 삶이 젊은 나이에 끝날 수 있다는 선고를 받은적이 있어서...
참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캐릭터였습니다.
보기에는 이래보여도 참 착한아이에요 (?!)
의미있는 죽음을 위해 살아가는.
We Live
We Die
Witness Me.
우리의 눅스찡은 결국 그 의미를 찾은 거 같습니다.
제 경우엔... 잘 살아있지만 (다 나아쓰요 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심 ㄷㄷ) 그땐 저도 참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기도 했거든요. (오징오징해서 ... 사랑은..)
그리고 마지막으로 맥스.
이 영화에서는 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아주 설명이 불친절하게 거의 하나도 안나오지만... 그의 과거는 그를 쫒아다니며 괴롭히죠. (트라우마 치료 시급 ㅠㅠ)
그는 그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환영을 보며 괴로워합니다.
그건 맥스가 가진 양심이기도 하겠죠. 그를 사람답게 만드는.
그리고 저는 그 양심이 그를 살아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거의 환상때문에 죽다 살아나는 장면이 그것을 증명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인간의 본성이 불뿜는 기타에 총쏘는 것인가 하다가도
맥스는 사람으로 사는 것 - 에 대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게 참 대단한 성격이다... 역시 경찰관 출신? 싶기도 했습니다.
영화 평점은 100/100
약간 잔인하고 다 보면 사람 진이 빠지는 면은 있습니다만
롤러코스터를 2시간 탄다, 생각하고 그냥 영화관 의자에 몸을 맡길 만한 영화였습니다.
특히 한 연결된 장면들이 끝나고 막이 내리는 것처럼 화면이 암전되면
잠시 숨쉬는 것을 기억하면서 지난 장면들을 회고하게 되어서 매우 독특하더라구요
이렇게 호흡이 빠른 영화에는 저런 어찌보면 맥이 끊기는 연출도 어울리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영상미 또한 매우 뛰어나고, 추격전의 영상, 음향, 음악,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상상도 못했거든요
우리나라의 김치 웨스턴인 놈놈놈도 나름 꽤 잘 만든 사막추격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한국영화에서 만주 사막으로 했다는 아이디어와 연출은 꽤 마음에 듭니다)
이 영화는 그냥
"현대 촬영기법들을 총 동원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서 찍으면, 이런 영상을 뽑을 수 있습니다. 참 쉽죠?"
의 느낌이 들만큼. 진짜 앞으로의 액션영화는 이 영화를 기준으로 판도가 바뀔 듯 합니다.
거기에 메시지도 이렇게 단순하면서 간결하고 세련되게 심어놓다니.. 아 감독님.. 사랑합니다. 오래사세요..
개인적으로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등에 땀이 날 정도로 날 긴장하고 흥분시킨
사막밖에 안나오지만 정말 시원~!했던 영화였습니다. (가지고 들어간 나쵸는 영상에 집중하느라 하나도 못먹음...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