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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걱정
게시물ID : sisa_439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막
추천 : 6/2
조회수 : 3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3/01 15:18:17
새 대통령은 실용과 선진화를 국가비젼으로 내세웠다. 비능률적인 모든 것은 버리고 돈 되는 것이 최우선. 공인 꼴통 조갑제는 새 대통령이 이념을 홀대한다고 투덜거렸다. 조갑제야 물론 왜 멸공이 국시가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불만이지만, 정신적인 면이나 민주주의적 절차 따위가 홀대받지 않을까 하는 점에선 나도 비슷하게 걱정이 된다. 안 그래도 대의를 외면하고 당장 돈 되는 것에만 열중하는 기존의 '먹고사니즘' 풍토가 심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공공서비스와 사회보장을 적자가 커진다는 이유로 민영화한다고 하며, 장관 후보들은 재산 많은 게 발탁 기준인가 싶을 정도로 뽑아 놓는다. 재산 불리는 능력이 장관직 수행능력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오늘 3.1절 경축사에서는, "한국과 일본도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하며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데, 과거청산을 반대하는 세력에게서 항상 듣던, 어감은 좋은데 뒤가 찜찜한 말들 그대로인 것이다. 연속되던 교과서 왜곡, 신사 참배, 독도 망발, 위안부 망언에 대한 항의로 중단했던 셔틀외교를, 그저 역사문제는 일본에 맡긴다며 재개해 버리는 것이 실용적으로 무슨 이득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이것이 일본의 망발에 대한 항의를 철회한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일본의 새 총리는 코이즈미나 아베 따위와 격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으나, 혹여 일본 정부가 우리 영토에 대한 야욕을 다시 드러내거나 할 경우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국이 우리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전시작전권. 대선 전 부터 이 전시작전권을 다시 미국에게 주고 한미동맹 강화하겠다고 호언했었다――김장수 前국방장관의 설득으로 포기하기 전 까지. 미국 관료들의 말에 따르면 한미 동맹 관계는 이미 예전 어느 때 보다도 공고하다. 6자회담과 북미 수교에 있어서도 남한이 큰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원하는 한미관계는, 자신의 문제는 웬만하면 자신이 해결하며, 주권을 가진 양국이 진정한 친구로서 서로 도우며 안보를 지켜 가는 관계이다. 굽신굽신하며 조공이라도 바칠 듯한 자세로 미국 꽁무니에 찰싹 붙는 형상은 아무래도 좀 아니다. 진정한 동맹의 강화는 스스로 역량을 키워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란 모든 결정권을 "大國"에게 넘겨주는 것인가? 선진화란 모든 국민이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진정 실용적인 생각이라면, 며칠이 걸려도 좋은 콘테이너 운송은 3면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이용하고, 천문학적인 금전을 쏟아부어 식수원 오염, 홍수 등 환경대재앙을 초래할 대운하 계획을 철회해야 옳을 것이다. 진정 CEO적인 마인드라면 경영난에 허덕이는 건설회사 따위는 퇴출되면 되는 것 아닌가. 여기에 들어갈 예산 차라리 기초과학 연구 지원에 쏟아 부어 진정한 경쟁력의 지반을 다져 주는 것이 선진화의 지름길일 것이다. 이 실용주의 강조가, 혹 과거 군사정권의 수직적 통제로 인한 능률에 대한 향수 아닐지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이다. 기존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각각 따로 관장했던 방송과 통신의 규제와 정책, 진흥 등의 업무를 통합한다는 이 계획은 참여정부 떄 부터 추진돼 왔으나, 이것을 왜 난데없이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가? 규제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통신 사업의 민영화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때로는 역효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인데, 이명박정부가 내세우는 '경쟁과 민영화의 확산을 통한 시장주의 확립'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방향 아닌가? 오로지 "이명박 정부가 방송 및 통신 분야를 직ㆍ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일(프레시안 김성욱)" 아닌가? 교육부 폐지, 과기부 분할로 기초과학 분야는 교육부와 과기부의 통합, 연구부처는 산업부와 과기부를 통합. 산업과 기술개발을 한 부처에서 담당하게 되면? "공학의 연구는 기업의 이윤에 노골적으로 종속되게 되며 세계를 올바르게 파악하려는 기초과학 연구는 발붙이기가 힘들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 그림을 결여한, 코끼리의 각 신체부위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갈 사회는 기술관료들이 관료적 합리성에 의거해 모든 일을 처리하는 창백한 사회이다... ...이윤을 위한 전문지식으로만 가득한 두뇌의 빈곤한 세계관을 국가와 민족으로 채웠을 때 만들어지는 인간형은 이미 제 3제국에서 산화해간 수많은 사람들을 통하여 충분히 배웠다. 역사를 보았을 때 사회의 모든 물질적, 정신적 기반이 무너진 뒤에 오는 것은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파시즘이다.(프레시안 송준모)" 이 부분은 좀 과한 걱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좀 더 전체주의적인 통제에 잘 길든 엉터리 시민사회로 향한 길인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가 큰 호응을 받고 실용주의라는 말이 먹혀드는 배경에는 물론 경제가 파탄났다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돌려달라던 세력의 꾸준한 아우성이 있었다. 휴일이면 놀러가는 사람들로 국도와 고속도로가 꽉꽉 막히고 개인 해외소비액은 사상최고액수를 기록하고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때에 '파탄'이란 말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지만, '잘 살아 보세'로 치장한 유신독재를 칭송하는 천박한 시민의식이 없었다면 씨알도 안 먹혔을 일이다. 개인 재산상의 울분으로 자연스럽게 국보 1호를 태워 없애는 세상. 21세기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지. 우리의 모습이, 먹고 살기 힘든다며 나찌당에 몰표를 주던 과거 독일국민의 모습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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