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즈음 4박 5일 간 도쿄로 출장을 갔다.
학창시절 일본의 소도시는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도쿄라는 대도시를 방문하는 것 그때가 처음이었다.
첫날 일을 마치고 아키하바라 성지에 방문해서 경건한 마음으로 순례 한 뒤 호텔로 돌아와 맥주나 한 캔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갔을 때
원래 목적인 맥주보다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바로 초밥이었다.
'아니 편의점에서 초밥을 팔다니, 심지어 우리나라 일반 초밥집보다 더 생선이 도톰해.. 마치 앵두 같이 새초롬하게
도톰한 내 입술 두께랑 맞먹어!!' 나는 초밥에 한 맺힌 초밥귀신처럼 4박 5일의 출장 일정 동안 편의점 초밥만 먹었다.
나는 삼시 세끼 초밥만 먹은 새끼였다.
<원만한 내용이해를 돕는 똥트롤 고수가 남긴 5단계 / 출처 : 똥게 어느 글의 댓글>
문제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부터 배가 사르르 아프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국에 돌아가려니
이제 더는 싸고 맛있는 초밥을 먹을 수 없는 나의 다이소와 같이 저렴하지만, 성능은 믿을 수 있는 오장육부가 서운함에 치를 떤다 생각했다.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1차로 한여름 장마철의 장대비 아니 열대 우림 기후에서 내린다는 스콜이 변기를 향해 내 몸에서 내리고 있었다.
출장 동안 처가에 가있는 와이프와 5개월 된 아들을 데리러 처가로 가기 위해 공항에서 강변 터미널로 올 떄까지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강변 터미널에서 감*으로 가는 버스는 타는 순간 추진력을 얻기 위한 페이크였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버스에서는 마인드 콘트롤과 무릎과 손목을 자학하며 참을 수 있었다. 식은 땀을 흘렸지만, 음악에 몸을 맡긴 척 연기했다.
감* 터미널 화장실에서 한차례 거센 폭풍이 몰아친 뒤 나의 오장육부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뒤 처가가 있는 용*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로 추정되는 인상 좋은 기사님은 캐리어와 선물로
사온 것들을 트렁크에 실을 때 손수 도와주시는 등 친절하게 나의 탑승을 도와주셨다.
하지만 감* 읍내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드는 순간 1~3단계를 생략한 4단계 공략이 바로 진행되었다. 기사님은 계속 내게 뭐라 말씀하시는 데
기사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순간 처가에 계신 장인어른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불과 2년 전 나는 장인어른의 차에서 분수 쇼를 보여드린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도 만일 실수해서 들어간다면 아마도 친구분들에게 나를 소개하실 때
"자네 사위인가?"
"아닐세. 똥쟁이일세. 그리고 가끔은 지 마누라한테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떼쟁이고.."
지난 번 일은 묻어주셨는데, 만일 이번에도 실수한다면 지난번 일까지 공개될 거 같았다. 결국 나는 기사님께 간곡하게 부탁했다.
"저.. 선생님... 혹시 여기 국도에 휴게소 없나요?"
"반대쪽에 있는 디, 뭐 급한 일 있으세유? 한 5분만 더 가면 용포인디."
"그 전에 주유소나 식당 같은 화장실 쓸 수 있는 데는 없나요?"
"이쪽으로는 없쥬. 짓다 만 주유소 건물만 하나 있고."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미터기 켜놓으시고, 저 거기에 잠시만 세워주실 수 있나요. 제가 좀 급해서.."
기사님은 백밀러로 바라 본 나의 표정에서 '이 자식을 가만히 두었다간 오늘 영업 그대로 접겠다.' 라는 것을 감지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급한 건 나였는데, 오히려 기사님이 더 서두르고 있었다.
"참아유. 밖의 신선한 공기도 마셔보고 산 구경도 하고 잠깐만 참아유."
드디어 짓다 만 주유소 건물 앞에 도착한 나는 물티슈를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 지형과 지나가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나는 건물 뒤에서
나의 괄약근에서 '쿠알라룸푸르르, 쿠알라룸푸르'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니 바닥을 향해 물총을 쏘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남은 괄약근에 남은 잔당을 처리하고 있는데, 저쪽 반대편에 기사님도 달려 오시더니 휴지를 들고 '어이구,,, 어이구,,' 하시며
나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계셨다. 우리의 모습은 마치 야구장에 나란히 공을 받고 있는 불펜 포수의 자세라고 해야 하나...
"아.. 아저씨도... 저기 아저씨 물티슈 좀 드릴까요? 이걸로 닦으시면 시원하고 부드럽고 좋은데."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시며 '됐다. 나를 보지 마라.'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계셨다.
내가 먼저 택시로 돌아온 뒤, 잠시 후 아저씨도 돌아오셨다.
"어이구 미안해유. 손님 내릴 때 까졍 멀쩡했는디, 손님 내리고 나서 나도 갑자기 배가 아프네... 점심에 묵밥 먹은 게 잘못됐나..."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제가 더 죄송하죠."
멀쩡하시던 기사님에게 똥을 전도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나저나 시원하게 봤쥬? 이제 가도 되겠쥬?"
"네. 저는 해결했는데, 선생님도 어떻게..."
"나는 괜찮아유. 갑시다. 그럼.."
그리고 친절한 기사님은 내가 괜찮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운 여름에 어떻게 저 많은 짐을 들고 가냐며 친절하시게도 처가 집 앞 마당 까지
나를 데려다주셨다. 나는 그런 아저씨에 대한 사소한 보답으로 다음에 꼭~ 한 번 써보시라고 물티슈를 살며시 놓고 내렸다.
**다들 똥 싸면 시원하잖아요? 시원한 이야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