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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15-작은오빠편
게시물ID : humorstory_4390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17
조회수 : 12512회
댓글수 : 70개
등록시간 : 2015/07/23 21: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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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작은오빠는 형제 중 가장 장난을 좋아하고, (장난이 사람의 형상이라면 이 사람일듯)
장난을 잘 치며, 장난스럽기 한이 없는 남자다.
신이 큰오빠한테 줘야할 장난스러움과 유머를 깜빡하고 작은오빠한테 보낸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오늘은 작은오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 아... 재미있게 쓰고싶다...
 
1. 작은오빠와 온화한 컨트롤러
진짜 잘 안 싸우는 형제다. 연년생인데도 불구하고 싸우는 일이 정말 거의 없다.
모두 신기해 한다. 어쩜 저렇게 안싸우냐고. 내가 지켜봤을 때는,
작은오빠가 무언갈 하고 싶어하면 큰오빠가 양보하고 그것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큰오빠가 무언갈 원할때 작은오빠 역시 그냥 따라주거나 양보해버린다.
성격 자체가 다르니까 그냥 인정해버리고 마는 부분들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 1년~1년 반 정도의 기간에는 무조건 한번 싸우기도 한다.
 
예전 큰오빠가 고딩시절 때, 1학년 차이 나는 작은오빠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
물론 등하교도 점심도 따로 먹었지만,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형제인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루는, 작은오빠가 아침부터 배가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 날 등교해서 책상에 널부러져 있는데,
반 친구 한명이 작은오빠에게 말하길...
 
친구: 야, 니네 형 XX가 좀 괴롭혔나본데?
작은오빠: (엎드려서) 아이씨, 왜.
친구: 그냥, 재수없어서 그랬겠지.
 
큰오빠네 반에서 질이 좋지 않았던 학생이 학생 식당에서 큰오빠에게 졸렬한 언사로 조롱을 했고,
큰오빠는 늘 그렇듯 온화하게 대처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온화하게가 중요하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듯)
어릴 때부터 큰오빠랑 작은오빠는 세트였고, 큰오빠를 괴롭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작은오빠는 안 참았다.
아픈 배를 움켜 쥐고, 큰오빠 교실 문을 빵차고 들어간 작은오빠.
 
작은오빠:XX가 누구냐? 따라 나와.
큰오빠: ???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안색이 좋지 않은 작은오빠를 본 큰오빠는 놀랐다고 한다.
 
큰오빠: 왜그래. 너.
작은오빠: XX나오라고! 이 씨 니가 누굴 괴롭혀. 나와. 나오라고!
큰오빠: 진정해. 일단 나가.
 
하고, 말려서 나가는데 작은오빠가 기절을 했다.
병원에 실려가서 알았는데 맹장이 터진 것이었다. (아, 미련해...)
큰오빠는 그 때 생각만 해도 웃기다고 말한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입술은 허옇게 변해서는 형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웃긴건 웃긴거다.
 
2. 작은오빠와 나
사실 오늘 비가 와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작은오빠는 비가 오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혹은 비가오고 술을 많이 마시게 된 날은 꼭 나를 데리러 온다.
주로 집 근처에서 마시니까 우산하나 들고 투덜거리면서 오는데,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날은 친구들하고 거하게 술을 마신 날이었다. 왜나면 남자친구한테 차였으니까 마셔도 되잖나.
전화를 안받으려고 계속 무시를 하는데, 십 분 간격으로 전화가 와서 받았다.
 
작은오빠: 어디야.
나: 어디면 뭐하게.
작은오빠: 야 지금 시간이 몇신데.
나: 아 몰라 마시고 죽어버릴거야.
작은오빠: 놀고 있네.  
나: 진짠데.
작은오빠: 빨리 불러. 어디야. 옆에 누구있어.
 
그렇게 어찌저찌 통화를 마쳤는데, 사실 기억이 잘 안난다. 통화를 마치고, 한참을 엎드려 있는데
누가 날 일으키는 거 아닌가. 작은오빠였다.
 
나: 어, 여기 왜있냐.
작은오빠: 니가 가봐야 여기 어디겠지.
나: 올...
작은오빠: 가자. 비와.
나: 그래. 가자.
 
그렇게 집에 가는데 비가 엄청엄청 많이 오고 있었다. 술기운에 비를 맞으면서 걷는데,
우산을 받쳐줘도 몸이 비틀거리니까 소용이 없었다.
터벅터벅 걷다가 돌부리에 채여 신고있던 쪼리도 터졌고 내맘도 같이 터져버렸다.
 
나: 아, 쪼리 비싼건데! 으아아아앙
작은오빠: 미친, 누가 쪼리 신고 쫄랑거리래?
나: 아이씽. 아아아아.
작은오빠: 뭘 잘 했다고 울어. 너 지금이 몇신 줄이나 알아? 입 다물어.
나: 어어어어엉어어어어 쪼리 터졌는데 어떻게 집에가.
작은오빠: 진짜 가지가지 하네. 업혀.
 
눈뜨니까 집이었다. 비는 말끔하게 그쳐 있었고, 이미 대낮이었다.
씻고, 학교에 가려고 신발장 앞에 섰는데, 간밤에 신고 온 쪼리 한짝은 없고 새 쪼리가 하나 있었다.
 
나: 이거 누구거야? 나 신어도 돼?
막내: 어, 나나 거야. 아까 작은 형이 운동하다 주웠다고 나나 신으래.
 
술이 깼다고도 할 수 없고, 실연으로 다친 마음이 괜찮았다면 거짓말이고, 어쩌면 이렇게 시간이 흐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새 쪼리를 신고 (작은오빠는 쪼리를 정말정말 싫어한다) 학교에 등교를 했다.
 
3. 작은오빠와 막내
막내는 작은오빠 덕후다. 큰형도 누나인 나도 좋아하겠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작은형이다.
어른스러운 큰오빠보다는 만만한 작은오빠가 더 대하기 좋기 때문일텐데,
일단은 둘다 바보라는 점에서 통하는 것 같고(?), 다음은 운동을 둘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조깅도 함께하고, 밤에 잠이 오질 않으면 놀이터 가서 농구도 한다.
물론, 겨울에 농구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질 뻔한 막내는 다시는 농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한때 막내가 딱히 할 일이 없다. 부상으로 인해서 치료를 받으면서 빈둥거리고 있어서다.
집에서 짠내 풍기는 막내를 놀아주기 위해서, 큰오빠는 그림 전시회 티켓을 구입했다.
 
작은오빠: 이걸로 걔가 기분전환이 되겠어?
큰오빠: 그냥 나가서 밥도 먹고 바람도 쏘이는거지 뭐.
작은오빠: 걔가 이 화가가 누군지나 알까?
큰오빠: ... 모를까...?
 
아무튼 그림을 보러 차를 타고 움직이는데,
평소 지식인이라는 별명으로 무수한 말실수를 뱉어내는 막내와 작은오빠가 말했다.
 
막내: 우리 어디 가는데?
작은오빠: 다같이 그림보러.
막내: 그림? (피식) 형이 그림 볼 줄 알아?
작은오빠: 야, 눈있는데 왜 못 봐! 보면 되지.
막내: 눈은 나도 있어.
작은오빠: 야, 너 피카소가 누군진 아냐?
막내: 알지. 내가 왜 몰라? 피카소는 그 총 쏜 사람 아니야?
큰오빠: 총을 누가쏴?
막내: 어, 디카프리오 아니야?
나: 그거 랭보야 이 멍청아. (그쯤 토탈이클립스를 감명깊게 본 막내)
작은오빠: 파카소는 피카츄랑 사촌인건 아냐.
막내: 아 진짜 왜들 그래?
큰오빠: 왜 그럴 거 같냐?
막내: 내가 물어봤잖아.
나: 난 알거 같은데.
 
 
 
작은오빠는 우리 형제들 중에서 엄마하고 사이가 가장 좋다.
무서운 할머니한테도 살가운 편이라, 할머니도 작은오빠한테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 말한다.
형제들 사이에서도 가장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나를 놀리는 순간의 작은오빠마저도 많이 좋아한다. 
우리는 넷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해를 배운다.
이번 여름에도 내게는 오빠 둘, 남동생 하나가 함께한다.
 
출처 남자 버블팝 작은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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