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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언어
게시물ID : sisa_439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실버리버Ω
추천 : 6
조회수 : 18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8/02/29 22:18:48
최근 MB 정부의 등장으로 '비지니스 경쟁력 = 영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영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해외영업만을 하지는 않지만 외국인 회사에서 일을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비즈니스에서 영어를 쓰는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분명 경쟁력입니다.
세계 어디 누구를 만나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비즈니스에 있어 매우 큰 장점이죠.
어떤 비즈니스라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은 비즈니스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언어 그 자체의 유창함으로만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인수위원장은 '오렌지'를 '오륀쥐'라 발음하지 못하는 우리 영어 수준이
마치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는 것 처럼 말합니다.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의사소통이 불가해지고 비즈니스가 실패한다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

인수위원장에게는 애석하게도
제 경험으론 '오랜지'가 아니라 '오란지', '오랜기'라고 발음해도 듣는 사람은 모두 알아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떨때는 아무리 혀를 굴리며 원어민과 비슷하게 발음해도 못알아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인수위원장은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영어를 쓰는 사람과 해보지 못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물런 현재 자신의 의견을 외국인에게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제 생각엔 전혀 그렇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이란 것은 언어 그 자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짓, 분위기, 앞뒤정황 그리고 문장 등 대화하는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갑자기 '오렌지'라고 말하면 알아들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쥬스를 마시며 대화하던 중 쥬스를 내려놓으며 '이 오렌지 쥬스는 정말 맛있네요'라고 말할때 문장속에 있는 '오렌지'를 알아듣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특히나 외국인과 대화할때 우리는 상대방이 우리 말을 원어민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절대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역시 어눌한 발음과 틀린 문법구조로 이야기하더라도
상대방이 저에게 '너는 발음이 왜 그러냐.' '문법이 틀렸다'라고 몰아치는 경우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대화가 끝난 후 진심에서 울어나 제 틀린 발음과 문법을 친절히 지적해주는 경우는 있습니다.
상대방은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자기만큼 영어에 익숙한 원어민이 아니라는 것을.

발음이 좋다고해서 문법이 옳바르다고 해서 영어가 유창하다고 해서 
성사되지 않을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발음이 좋지 않다고 해서 문법이 옳바르지 않다고 해서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다고 해서
성사될 비즈니스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절대 없습니다.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 할 정도라면 당연히 비즈니스의 기회조차 잡을 수 없겠죠.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두 사람이 만나다면 그 이후부턴 언어 그 자체가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어떻게 표현하는 가가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중요한건 화려한 발음과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대화의 내용이겠죠.
발음이 어눌하고 문법이 틀렸다고 해서 훌륭한 내용을 허접하게 이해하는 상대방도 없고
발음이 좋고 문법이 퍼펙트하다고 해서 하접한 내용을 훌륭하게 이해하는 상대방도 없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언어를 잘하면 비즈니스에 무척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어의 화려함이 주된 경쟁력이 아니라
그 언어가 표현하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사람이 주된 경쟁력이라는 것을 명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입으로 내뱉는 언어는 어차피 머리속에서 생각한 논리가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제 경험으론...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합니다.
한국어로 논리적이지 못한사람이 어떻게 영어로는 논리적일 수 있겠습니까.
한국어로 상대방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영어로는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겠습니까.

저 역시 영어 교육이 한번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지만
지금 MB정부의 영어에 대한 시각은 
그저 막연한 서양 문물을 동경하는 노란 원숭이들의 생각인 것 같아 어줍쟎게 몇글자 남깁니다.

'오린쥐'라 발음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내뱉는 영어는
결코 상대방을 감동시키거나 내편으로 설득해 비즈니스를 성사시킬 수 없음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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