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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11- 오빠를 부탁해
게시물ID : humorstory_4389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20
조회수 : 14695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5/07/19 14: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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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금토일, 주말을 이용해 집안의 온화한 컨트롤러는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친구들과 오래간만에 가는 여행에 온화한 컨트롤러 아니 큰오빠도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닌척하긴)
 
큰오빠: 싸우지들 말고.
나: 알겠어.
큰오빠: 밥 챙겨들 먹고.
막내: 우리가 어디가서 굶진 않지.
큰오빠: 늦게까지 술마시지 말고.
나: 그냥 가라. 가! 쫌!
큰오빠: (못미더운 눈으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큰오빠가 떠났다. 우린 또 다시 찾아온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치킨을 시켰다.
 
막내: 나나 몇마리 먹을래?
나: 나? 한마리!
막내: 내가 한마리 먹을 거니까 두마리 시킬까? 작은 형은 어쩌지?
나: 오면 시켜주면 되잖아.
 
평소 좋아하는 순살 치킨을 시키고 막내랑 TV를 보고 있었는데,
삑삑 소리가 들리더니 작은 오빠가 들어왔다.
 
막내: 어 치킨 시켰는데. 혀엉, 맥주마실래?
작은오빠: 됐어.
 
하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게 아닌가.
막내랑 앉아서 무슨 일 있나 하는 얘기를 좀 나누다가 치킨이 와서 방안에 있는 작은오빠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저녁이 되니까,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작은 오빠가 슬슬 걱정이 됐다.
 
막내: 내가 들어가볼게, 나나는 수저 놓고 기다려.
 
수저도 놓고, 냉장고에서 반찬도 꺼내는데 막내가 나왔다.
 
나: 오빤?
막내: 형 아픈거 같은데.
나: 어디가?
막내: 모르지.
나: 넌 아는게 뭐냐.
 
평소 잔병치레 없는 우리 남매는 일년에 한 차례 감기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아프다니까 괜히 걱정이 됐다. 온화한 컨트롤러도 없는데...
 
나: (방문열고) 오빠야, 야.
작은오빠: (이불 뒤집어쓰고) 나가.
나: 어디 아픈데? 아픈거야?
작은오빠: 아, 몰라. 귀찮아.
나: 이불 걷어봐. 응? 이럴 시간에 이불 걷겠다. 얼른.
 
가까스로 이불을 걷었는데, 얼굴이 시뻘건것이 마치 불타는 고구마.. 아니 상기된 작은오빠가 누워있었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아 이것은 정말 아픈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 앞에 서 있는 막내는 작은 형의 상태를 보더니 무슨 약을 사와야 하냐고 물었다.
나도 잘 몰라서 일단은 같이 약국에 가자, 했는데 작은오빠 말하기를...
 
작은오삐: 아까 해열제 사먹고 왔어. 그냥 있어.
나: 밥은?
작은오빠: 나가. 귀찮아.
나: 그래도 밥 먹어야하는데. 감기약 사올게. 있어봐.
막내: 머리 수건 얹어 줄까?
나: 엄마한테 전화해줘?
작은오삐: 아 무슨 중병 환냐냐. 나가라고. 나가.
 
그렇게 방에서 쫓기듯 나와, 약국에 갔다. 약국에서 작은오빠의 상태를 설명하고 약을 샀다.
막내는 큰형한테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마침 큰오빠의 전화가 왔다.
작은오빠가 아픈 것 같다고 얘기를 하니,
 
큰오빠: 니네 죽 끓일 수 있어?
나: 없지.
큰오빠: 레시피 문자로 보내줄게. 시키는 대로 하면 되거든?
나: 자신 없는데.
큰오빠: 귀찮게 굴지 말고, 시끄럽게 굴지 말고.
 
큰오빠의 말대로 집에 돌아와 숨죽이고 밥먹고, 작은오빠 약을 먹이고
막내랑 둘이 죽을 끓이기 위해 부엌에 앉아 있었다. 죽을 끓이는데, 죽이 죽 형상이 아니고 자꾸만 늘러 붙는거 아닌가.
갑자기 눈물이 치솟았다. 정말 갑자기.
 
막내: (걱정스럽게) 나나도 아파?
나: 아니.
막내: 근데 왜.
나: 그냥 내가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한다. 죽 하나 제대로 못 끓여.
막내: 처음해보니까 그렇지. 나나 잘 못도 아닌데 뭐. 다시 끓이면 되지.
나: 너무  한심하지 않냐.
막내: 나나, 죽 끓이고 있을래? 내가 형 위로 해주고 올게.
나: 가서 뭐할건데.
막내: 책도 읽어주고, 춤도 춰주지 뭐. 역시 아플땐 가무지.
나: 오빠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막내: 너무  좋아해서 벌떡 일어날 거 같지 않아?
 
그렇게 막내의 위로를 받고, 죽 비스무리한 어떤 것을 끓여냈다.
약과 함께 죽을 들고 방에 갔고, 작은오빠는 이게 무슨 맛이냐며 타박은 했지만 마른 입으로 한 접시를 다 먹었다.
그렇게 밥+ 약을 먹고 나니 열이 조금 내렸고 주말 내내 뒤척거리고 입맛 없어 했지만,
막내와 내가 한 죽은 다 먹고 지금은 감기와 마지막 사투, 즉 잠에 빠져 있다.
아마도 이르면 이따 큰오빠가 집에 올 때쯤, 다 나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빠 둘, 남동생 하나와 함께 살고 있다.
 
 
출처 골방에서 자고있는 작은 오빠의 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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