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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은 어떻게 검찰총장이 되었는가?(딴지일보)
게시물ID : sisa_4381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혼돈의강
추천 : 21
조회수 : 3900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3/09/12 23:17:07
http://www.ddanzi.com/ddanziNews/1492561


2013. 09. 12. 목요일
물뚝심송








1. 채동욱은 어떻게 검찰총장이 되었는가?


채동욱 검찰총장은 임명 당시부터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 나쁜 인선이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의 수족, 입안의 혀처럼 가지고 놀아야 할 검찰 총수를 정권의 맘에 안 드는 사람으로 임명하게 되었다는 점을 얘기하는 것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얘기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퇴임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상대 총장이 검찰을 떠나게 되는 과정 역시 말끔한 일은 아니었다. 온갖 추잡한 내부의 권력다툼에서 패배하고 물러서게 되었다. 최재경 중수부장과의 권력다툼에 대한 얘기는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한상대가 판을 어지럽히고 검찰을 떠나게 되는 시점이 하필 정권의 교체기 한복판이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후임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다.


2011년에 관련법이 개정되었다. 검찰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명시한 개정법안은 검찰총장을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추천위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 의해 최초로 선출된 총장이 바로 채동욱이다.


문제는 이 추천위가 구성되던 시점이 이명박 전 정권이 물러나고 박근혜 정권은 아직 자리를 못 잡은 권력의 공백기였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은 자생적으로 조직의 논리에 따라 조직에서 선호하는 후보를 낼 수도 있게 된다.


여기에도 맹점이 있는 것이, 이 추천위 구성 자체에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직책이 바로 법무부장관. 당시 법무부장관은 이명박의 수족이나 다름 없었던 권재진이었다. 권재진은 자신의 의중대로 추천위를 구성하고 이 추천위에서 검찰총장 후보를 3인으로 압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진영에서 추천한 사람들이 모두 잘려 나간다.


최초 당연직으로 추천위에 포함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국민수라는 사람이 법무부의 안이라고 하면서 3인의 후보를 추천한다. 이 셋이 바로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인 안창호, 김학의, 채동욱이었다. 안창호라면 헌재 재판관이면서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분류되던 사람이며, 실제 박근혜 정권은 안창호 검찰총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학의라면 나이도 많으면서 힘도 좋아 맨날 무슨 접대 의혹에 연루된 그 아저씨다.


5.png

검찰총장이 될 뻔했던 어느 분


그런데 안창호는 헌재 재판관이 된지 4개월도 안되면서 총장후보 인사검증에 응하고 나서 그 이유로 벌써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결국 추천위는 법무부가 제출한 이 안에 반대를 하게 되고 다시 9명의 후보를 추려 '무기명 투표'를 통해 새로운 3인의 후보를 선출한다. 여기서 결정된 3인의 후보가 김진태, 채동욱, 소병철이다. 김진태는 14기. 소병철은 15기.


김진태는 애초에 임명되기 힘든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한상대가 물러난 뒤로 계속 총장직무대행을 해왔던 입장이며 이 의미는 김진태 역시 직무대행이기는 해도 전 정권의 검찰총장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병철은 기수도 하나 아래지만 호남출신이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아무리 채동욱이 입 맛에 안 맞는 후보라 하더라도 소병철로 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박근혜의 청와대에서는 이 3인의 후보를 놓고 심지어 추천위를 다시 열어서라도 후보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된다. 채동욱이 그만큼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추천위 재개최라는 극악의 카드는 관련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만다. 아무리 새로 당선된 떠오르는 권력의 청와대라 하더라도, 겨우 법을 만들어 처음 시행한 추천위 제도를 그런 식으로 물 먹일 수는 없는 것이다.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들이 맘에 안 든다고 추천위를 다시 열라고 하는 것은 대놓고 검찰은 내가 기르는 강아지라는 점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꼴이 될 수 밖에 없다.


1.jpg

사실은 이거 너 주기 싫거등~


결국 박근혜는 채동욱에게 억지 미소를 띠면서 임명장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 버린 것이다. 어찌보면 이래저래 들러리 역할로 이름만 끼어 있던 채동욱이 어부지리로 검찰총장이라는 대어를 낚아 버린 그런 상황이다. 그리고 채동욱은 정치권에 빚이 없는 탓에 나름대로 독립적인 검찰을 만들어 보려고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가 바로 원세훈과 김용판의 기소이다.


2. <조선일보>는 왜 채동욱을 겨냥하는가?


안창호를 원하던 박근혜의 청와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채동욱을 임명해 놓고 씁쓸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맘에도 안 드는 이 총장이라는 인간이 자꾸 뎀빈다.


박근혜 정권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마구 파헤치더니,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그렇게 대놓고 하지 말라고 싸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결국 원세훈과 김용판을 기소해 버린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최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야권에서는 왜 겨우 그 둘만 기소하는가, 왜 구속은 안 하는가, 직원들은 왜 봐주는가 하고 항의를 시작한다. 사실 원세훈과 김용판 그 둘만 기소한 것도 엄청나게 정권의 편의를 봐준 행위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것도 맘에 안든다.


6.jpg


채동욱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도록 한 것이 무슨 의도에서였는지는 모른다. 순수한 검찰의 입장에서 엄청난 불법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정의감의 발로? 설마... 새로 들어온 정권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면서 우리 검찰 무시하면 좋게 되는 거야~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여간 채동욱은 이명박의 힘을 업은 것도 아니고 박근혜에게 뒤를 잡힌 사람도 아니니 스스로 자신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권력의 원탁 테이블 한 쪽에 끼어 베팅을 해 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결과적으로 채동욱의 그런 행보는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웃으며 임명한 정권 최초의 검찰총장을 아무 이유도 없이 잘라내 버릴 수도 없다. 최소한 검찰총장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외통수에 빠져 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유일하게 여론재판 뿐이다.


권력이 자신을 원한다면, 권력이 불러 준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홀랑 벗고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는 대표적인 언론, 아니 언론을 가장한 똥통의 무리가 있다. 


바로 조선일보 되시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가 거래를 제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기들이 보기에 그저 채동욱이라는 가시가 대통령 가카의 선량한 눈망울에 꽂혀 있는 것을 보자마자, 저 가시를 우리가 뽑아 준다면 가카께서 내려주실 하해와 같은 은총이 얼마나 클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한다.


그 기대감에 온 몸을 떨면서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채동욱 총장에게 혼외자녀가 있다는 루머를 발견하고 냅다 물어 버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것도 아니고 어떤 확증을 잡지도 못한 상태에서 아이의 학교 학적부에 부친의 이름이 채동욱으로 기재된 것만 가지고 '확인되었다', '밝혀졌다' 따위의 소리로 기사를 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아니 정상적인 언론들 사이에서나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 조선이라면 아주 잘 이해가 된다.


조선은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이 정도로만 바람을 잡아주면 알아서 여론이 형성되고, 청와대에서는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여론에 물의를 빚은 책임으로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말 안 들으면 경질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여태껏 그래왔다. 그게 잘 안된 것 뿐이다.


1차로 채 총장 본인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을 하고 나서면서 유전자 검증을 받을 용의까지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거기에 검찰이라는 조직이 아무리 권력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집단이라 해도 일단 총수는 자신들의 리더라는 생각이 강하다. 겨우 대검중수부장의 신분으로 총장하고 다이다이 뜨던 최재경 같은 말종은 보기 드문 법이다. 이 검찰이 똘똘 뭉쳐 조선을 상대로 삿대질을 하고 나섰다.


채동욱 자신이 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검찰 출신으로 총장의 자리에 올랐다기 보다는 검찰 내부에서 단계를 밟아 자생적으로 성장해 총장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일반 평검사들의 로망이 된다.


거기다가 엉뚱하게도 여태껏 국정원 관련 수사가 미진하다고 검찰을 비난하던 야권과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까지 나서서 채동욱 총장을 보호해야 된다는 뜬금 없는 소리를 막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엄마가 직접 장문의 편지를 보내 이 아이는 채동욱 총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자기가 그냥 총장의 이름을 사칭한 거라고 해명을 해 버렸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자 조선은 구질구질하게 장문의 사설을 통해 아이엄마가 보낸 편지가 비상식적이라는 둥 쉰 소리를 늘어놓더니 오늘부터는 아예, 공직자의 사생활을 염탐하고 뒷조사해서 터트리는 사회 분위기가 도를 넘었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부정하는 물타기 기사까지 내게 되는 상황이 왔다.


2.JPG

장문의 사설? 뭔 사설이 이렇게 길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10/2013091003761.html



4.JPG

스스로를 부정하는 물타기 기사의 좋은 사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12/2013091200110.html


채동욱 총장이 임기를 무사히 다 마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정권의 눈 밖에 난 검찰총장이기 때문에 바늘 끝 만큼만 트집 잡힐 거리가 생긴다면 바로 잘려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조선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들의 의제 설정 능력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많이 나왔으나 이렇게 적나라하게 실패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물론 이번에는 조선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을 정도로 무리하고 저질스러운, 언론이라 보기 힘든 천박한 행태를 보인 것도 한 몫 하긴 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는가. 솔직한 심정으로 약간의 연민까지 생긴다.


아니다. 이 정도로 연민을 보여주기에는 그들이 해온 악행의 두께가 너무나 두껍다. 


니들은 좀 더 당해야 된다.


3. 공직자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는가?


이거 무척이나 어려운 주제다. 실제로 채동욱 총장에게 혼외 자녀가 있는지 여부와 전혀 관계 없이 본질적인 얘기를 좀 붙여 보고 싶다.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제일 관대한 국가는 아마도 프랑스다. 미테랑에게 혼외 자녀가 있다는 기사가 터져 나왔을 때, 그들의 입장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였다. 기사를 터뜨린 언론은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비교하기에는 좀 기분이 더러운 경우지만 일본 역시 정치인의 허리 아래 사정은 서로 덮어주는 관례가 있다고 전해진다. 일본풍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박정희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일본풍 이전에 일단 자신이 워낙 구린 구석이 많으니까 서로 안 까기로 한 거겠지만.


반면에 미국 같은 경우는 청교도 정신이 아직 살아있는지, 불륜이나 마약 등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나라답게 실제로는 가장 개족보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곳이 또 미국이다. (이와 관련해 <더딴지> 통권 7호에서 '섹스와 권력 그리고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에 대해 꽤 구체적으로 다룬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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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으로 진땀 꽤나 흘렸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출처 - <아이엠피터>)


물론 공직자의 부정부패나 직무상 과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유리처럼 투명하게 파헤치고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간섭해야 할 것인가?


참여정부 시절에도 신정아 사건으로 말미암아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칼에 날아가기도 했다.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고 권장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공직자들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한층 더 높은 윤리기준을 적용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들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타의 모범이 된다면 더욱 좋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도덕성과 업무능력이 언제나 비례하지는 않는다. 특히 성에 관한 윤리는 이미 우리사회에서 천차만별로 갈라져 버렸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공직자에게 자유 연애를 허용할 정도로 진보하지는 못한 것일까?


술집가서 매매춘하고 성접대 받는 건 뇌물 차원과 인권 차원에서 징계하는 게 맞다. 공직자들이 그런 행동을 뒷조사해서 밝혀내고 고발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 맞다.


허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문제와 관련한 조선일보의 폭로성, 가십성, 추측성 기사들은 이미 그 방법부터가 졸렬하고 되먹지 못했다. 정권의 눈엣가시로 들어 앉아있는 검찰 총장을 대신 제거해드리려는 의도 또한 불순하기 그지 없다. 조선이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녀를 걸고 넘어지려는 의도가 사회 공익에 우선한 것인지, 정권에 충성하려는 것인지는 아마도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채동욱은 죄인인가? 만약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 자녀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나는 채동욱 검찰 총장의 아내도, 그의 가족도 아니다. 그가 공직자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 하거나 직권을 이용하여 비리를 저지른다면 죄인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테지만 개인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만약 혼외 자녀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한민국 정서상 여론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현 행태는 똥짓거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8.jpg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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