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전에 편의점 외국인 시리즈로 베오베를 간 적 있는 매니저 오징어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이 많아서 이야기 또 갖고 왔어요!



 
 1. 여기 어디야?

저희 편의점 단골 중에 40대쯤 되신 아저씨가 계셔요.
체격도 크고 살짝 뚱뚱하신 편인데
머리에 포마드(?) 같은 걸 엄청 발라서 올백으로 쫙 넘기신 스타일이에요ㅎㅎ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지 약간 저는 분이셔요.

그날도 어김없이 그 단골 아저씨가 오셔서 계산 중인데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서양 아가씨 둘이서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자기끼리 수군거리더군요.

"도라, 여기가 어디지?"
"한국이지. 왜?"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 김정은이야?"

깜놀한 도라씨는 단골 아저씨의 뒷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봅니다ㅋㅋ;;

"오... 뉴스에서 김정은이 요새 다리를 절뚝인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단골 아저씨는 가시고....ㅜㅠ
(괜히 돼지놈과 인상이 비슷해 오해 받은 아저씨 지못미...)
그 아가씨 둘은 이제 제게 심각한 얼굴로 묻습니다.

"여기 남한 맞죠?"




2. 전통 음료를 먹고 싶어!

어느 날, 덩치가 매우 큰 서양인 아저씨가 들어왔어요.
음료 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이더군요.
저희 가게가 작은 편이라 고를 만한 게 별로 없긴 해요^^;;

대부분 서양인들은 의외로(?) 자기 입에 익숙한 음식을 사는 편입니다.
코카콜라, 글라소, 스니커즈, 프링글스 등등...

그런데 이 아저씨는 뭔가 고심하며 찾는 눈치더군요.
그러다 마침내 카운터로 가져온 게 밀키스!
서양인 입맛에도 무난하겠지~ 라고 생각 중이던 제게
아저씨가 건넨 한 마디는...

"이거 한국 전통 술 막걸리 맞져ㅎㅎㅎ???"

의기양양한 아저씨의 표정은 귀여웠습니다ㅋㅋㅋㅋ

"아뇨, 이건 그냥 음료에요. 술이 아니랍니다."

제 말에 급시무룩해진 아저씨ㅜㅜ
잠깐 고민하는 거 같더니....

"그럼 이게 식혜인가요?"
(식혜가 아니라 사케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문맥상 식혜를 의미한 거 같습니다ㅋㅋ;;)

"아뇨ㅜㅠ 이건 그냥 우유 같은? 크리미한 탄산 음료에요...
저희 가게엔 막걸리, 소주, 식혜, 수정과 같은 한국 음료가 없습니다...ㅜㅠ"

아저씨는 두배로 시무룩해졌어요ㅜㅠㅠ
이거라도 먹겠다며 사긴 했습니당ㅋㅋㅋ;
그리고 정작 한입 드시더니 의외로 괜찮다고 엄지척 하고 가셨어요ㅎㅎ




3. 전쟁이야?

이건 꽤 된 이야기인데요...
제목부터 눈치채신 분들 있으실까요ㅎㅎ?
민방위 훈련 이야기입니다ㅋㅋㅋ

한국 사람들이야 어릴 때부터 민방위 훈련에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은 당연히 아니죠^^;;

오후 2시쯤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고
사이렌이 울리고 건물 내에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색이 창백해진 한 외국인 청년이 후다닥 가게로 뛰어들어옵니다.

"이봐요! 이게 무슨 안내 방송이죠? 사이렌은 또 뭐죠?
대피해야 합니까? 바깥으로 못 나가게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요.
뭐죠? 누가 나한테 설명 좀 해줘요@ㅁ@!!"

그렇습니다ㅜㅜ
민방위 훈련 안내 방송이 한국말로만 나오니까
그걸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인 입장에선 완전 멘붕이었던 거죠^^;;;

짧은 영어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때를 대비한 민간인의 훈련이라고 설명해주니
그제야 안심하고 생수 하나 사마시더군요ㅋㅋ

"고마워ㅜㅜ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방송은 모르겠고,
경비들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
전쟁이면 어떡하나 완전 걱정했다ㅜㅜ;;;"

하고 그는 밝아진 얼굴로 갔습니다ㅋㅋ   





이번 에피소드는 이게 끝입니다!
어쩌다보니 분단 국가의 슬픔에 대한 얘기가 두 개나 있네요ㅜㅠ
외국인들(최소한 한국에 관광 올 만큼 관심이 있는)은
한국에 대한 큰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이더라고요.


음... 마무리는 어떻게 하지^^;;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