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상처좀 봐봐요'
여자는 전화기를 받아들며 말했다. 지금 이상황에 그깟 상처가 대수인가.
'아 약간 찢어진거 같은데 압박할만한게 있으려나...'
'저걸로 해보죠.'
어디서 날라왔는지 현수막 쪼가리가 멀지않은곳에 보였다. 여자는 현수막을 찢어
익숙한 솜씨로 다리의 상처를 치료했다.
'고마워요. 혹시 간호사세요?'
'아니에요. 간단한 응급처치만 할수있어요. 일본재난구호반에서 배웠죠. 소독이 제대로
되지않았으니까. 일단 지혈만하고 소독약을 구해보죠. 이럴때일수록 작은 상처라도 방심하면 안돼요.'
여자는 일어서며 말했다. 에? 일본? 응급처치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배울수있는거 아닌가.
'아 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계속 아가씨라 부르기가 좀...전 박성민이라고 합니다'
'이은경입니다. 걸을수 있겠어요?'
'물론이죠 은경씨. 걷는건 문제없는데 이제 어떻게해야할지 암담하네요.'
'일단 가능한만큼 구조해봐야죠. 도시전체가 파괴돼서 언제 구조반이 올지몰라요.
이 도시의 119나 구조반은 우리와 같은 상황이라 도움을 기대할수없어요
근처에 피해가 없는 지역에서 구조반이 도착할때까진 우리 스스로해야해요.'
은경은 성큼 앞으로 나갔다.
이 여자 대단히 침착한데...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닌거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치신분들 없나요? 모두 괜찮으세요?'
공원엔 10여명의 사람이 아직 엎드려있거나 망연히 앉아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를 바라보고있었다.
'아이고 이게 무신일이고 아이고 민철아 민철이가 저기에 있을낀데...아이고...'
은경의 말에 정신이 든듯 한 아주머니가 울면서 근처 건물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씨x 장난하나 이거 지진이라니 말이돼? 자다가 날벼락이네 죽을뻔했잖아 '
한 청년이 일어나더니 담배를 꺼내물며 말했다. 모두 반응이 제각각이였다.
아직 정신을 못차리는사람, 미친듯이 무너진 건물로 가는사람, 서로 껴안고 우는사람,
이런사람들을 데리고 구조는 커녕 우리자신의 안전도 장담하긴 힘들것 같았다.
'은경씨 우리끼리라도 가보죠 아파트쪽은 잔해가 많아 힘들겠고 저기 아주머니나 도와줍시다.'
'그래요'
'은경씨 이런일 처음 아니죠? 혹시 일본에서...'
서둘러 건물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고베 대지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역시... 알죠. 그때 생존자신가요?'
'... 네 고등학생때였죠. 그때도 새벽이였어요.'
'그럼 우리나란 언제...? 부모님은 일본에 계신가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왔어요. 부모님은... 지진으로 돌아가셨죠...'
'아 이런 미안해요. 괜한걸 물어봤군요.'
'아니에요. 일본에 남아있으면 계속 그때 생각이 날거같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소용없게됐네요.'
은경은 쓸쓸히 웃어보이며 말했다.
오늘은 좀 짧네요^^;
휴일에 좀 길게 진행할게요.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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