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고관절수술 때문에 거의 거동이 불편하신,
누운채로 대소변을 받아야하는 저희 친할머니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간병인을 쓰다가 할머니랑 간병인 사이에 크고 작은 트러블이 많아서 자르고 금요일부터 가족들끼리 돌아가며 돌보고 있어요.
잡소리가 길었네요.
여하튼 저희 할머니는 거의 1시간에 1번 꼴로 소변을,
하루에 2~3번은 대변을 보는 편이고,
전에 간병인이 자꾸 기저귀를 채워둬서 엉덩이에 2곳, 엉덩이랑 허벅지 사이에 접히는 부분에 2곳에 욕창이 생겨
지금은 침대에 위생깔개매트를 깔고------강아지들 배변패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사람용이라 조금 큰 것
바지는 그냥 덮고 계신 정도에요.
또 1시간에 한 번꼴로 하반신을 다 벗은 채로 손으로 피부를 토닥토닥 두드려 욕창을 방지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할머니가 바지를 벗고 계신 것을 굉장히 부끄러워 하셔서 저희는 항상 침대커튼을 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일입니다.
저희 할머니 대변받고 있을 때 옆 침대 간병인이 와서
"커튼 좀 열면 안되나요? 어머 대변받고 계셨네."-----앞으로 빨강은 간병인 말
그러고 그냥 가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어요.
참고로 병실구조를 간단히 그리면 아래와 같아요.
이런 구조거든요.
그림판으로 그려서 스케일이 좀 엉망진창인데 옆 침대 자리에서는 저희가 커튼을 치면 TV를 못 보고
TV앞 통로에서 봐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커튼을 치고 있는 동안 옆침대 간병인은
통로에서 티비를 보거나, 보호자침대에 엎드려서 얼굴을 살짝 내밀고 보거나, 혹은 다른 간병인 침대에 앉아서 TV를 봤어요.
불편하긴 했겠지만 공동생활에서 이 정도는 환자를 위해서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도 TV도 안보고 할머니 일찍 주무시는데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티비 틀어놔서 거슬리고 시끄러웠지만 서로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하고 줄곧 참아왔거든요.
그러면서도 저희 할머니가 TV보고 싶어하시면 노트북에 이어폰 끼고 조용히 보여드리는 등 저희는 병실수칙은 철저히 지켰습니다.
그런데 TV 때문에 커튼 열어두라고 하는 거면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TV소리 시끄럽지만 참고 있다, 너희도 불편하더라도 TV보려고 입원한 건 아닐 것이고 환자의 안정이 너희 TV보는 것보다는 우선 순위인 것 같다. 그러니 너희도 참아라.------------------파란색은 제 생각이나 말 중 중요한 것
라고 내용으로 얘기하려고 마음 먹고 지나가는 말로
"또 커튼 열라고 얘기하면 한 마디 할 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옆 간병인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가 흘렀고
저와 할머니는 오후 재활운동을 하기 위해 굉장히 천천히 병실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실문을 나오기도 전에 저희 커튼을 훽 젖히며
"아우 답답해. 왜 맨날 커튼을 쳐놔 짜증나게, 짜증나 죽겠어, 이놈에 커텐 때문에"
제가 안 볼 때 했으면 모를까, 다 보는데 그러길래 저도 순간 욱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운동이 우선이라 할머니랑 운동하고 중간에 (입원이후 처음으로) 장애인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셨습니다.
근데 처음이라 아직 좀 미숙해서 바지가 젖어 옷을 갈아입기 위해 병실에 돌아왔습니다.
할머니 바지를 갈아입혀야 하기도 하고 바로 엑스레이 촬영을 하러 다시 나가야 해서 할머니를 침대에 걸터앉혀두고
바지를 가지러 나오면서 옆 간병인에게
"저랑 잠깐 얘기 좀 해요."
저는 나가는 김에 밖에서 얘기하려고 했습니다.
서로 감정이 조금은 상한 상태인데 환자 앞에서 그러면 환자에게 안 좋을 것 같아서요.
근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그래 하자해!!"
그러더니 싸울 듯이 제 얼굴 앞으로 바싹 붙는 겁니다.
저도 좀 다혈질이라...
그래도 나가서 얘기하자고 잘 얘기해야 했는데 저도 좀 흥분해서
커튼 왜 그러셨냐고 했습니다.-----여기서부터는 흥분해서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 않네요. 대강 줄거리만 쓰겠습니다.
그러니까 눈을 부릅뜨며 "커튼 답답해서 그랬다. 답답해서 죽겠다. TV도 못보고, 너네가 이 병실 전세냈냐? 나도 참을만큼 참았다"
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저는 존댓말, 이분은 계속 반말-
그러면서 어린 게 싸가지 없이 어른한테 뭐하는 거냐고 그러더군요.
그 이후로는 거의 제가 말을 못했습니다.
계속 흥분해서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며 싸가지 없다는 말만 반복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는 옷도 거의 벗고 계시고 대소변도 자주 보셔서 계속 닫아둬야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까 그럼 대소변 볼 때만 잠깐 잠깐 닫고 나머지는 열고 있으면 될 거 아니냐고
계속 그럴거면 1인실을 가지 왜 다인실에 있냐고 공동생활하면(=TV를 보여주기 위해) 서로 불편한 것도(1시간에 한번꼴로 대소변을 보시고, 그나마도 제어가 잘 안되서 대소변 받는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옷은 하루에 4~5벌, 침대시트는 2번정도은 가는 판국이었는데 커튼까지 쳐가며 받으려면 더더욱 타이밍을 놓쳐서 옷 버리는 횟수가 늘텐데도) 참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TV를 보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환자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가 싶어서
아니 여긴 병원이고 환자의 안정이 최우선이 아니냐고 따졌더니
너네 할머니는 커튼 열어도 전혀 상관 없어 하시는데 왜 니가 나서서 그러냐면서 할머니한테 커튼 열면 뭐 문제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저희 할머니는 싸움말리는데 신경쓰느라 자꾸 "얘가 어려서 그러니까 이해하세요."그러면서 저더러 그만하라고 다그치고 계셨거든요.
그러니 저희 할머니도 "예예 열어도 되죠, 너도 그만해" 뭐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아주 신이 나서 것 보라고 너만 난리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할머니도 있고 해서
그럼 우린 커튼 계속 치고 있고 그 쪽에서 티비 보고 싶어하면 잠깐 잠깐 열어두겠다.
라는 방향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알았어요. 정리할게요." 이러면서 새끼손가락이 있는 쪽 손옆면으로 제 손바닥을 치며 제스춰를 취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싸가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계속 제 말을 막더군요.
별말 다들었습니다.
니 인생이 어떻게 될지 두고 보겠다.
너희 할머닌 중환자도 아니다.(참고로 저희 할머니 1년 생존율이 40~50%밖에 안된다는 말까지 듣고 왔었습니다.할머닌 아직 모르셔서 이 말 듣고 아무 말도 못한 게 계속 화나네요.)
여하튼 저도 말을 정리하려고 정리할게요 하며 저 제스춰를 몇 번 취했습니다.
그러자 "너만 하냐? 나도 할 수 있어. 어디서 어린 게 어른 앞에서 이러고 있어?"
그러면서 제 눈 앞으로 삿대질를 해대더라구요. 어디 정리해봐 해봐 하면서
너 같은 거 하나 내가 힘으로 못할 거 같애? 아유 아유
이러면서 저한테 확씨 하는 제스춰도 하고요 주먹을 들었다놨다해가며
그 아줌마가 저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아서 절 좀 얕잡아본 모양입니다.
제가 노가다판에 좀 있었어서 남자장정들 버금갈 정도로 자재도 직접 옮겨본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먹 올릴 때 제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어? 니가 나한테 될 거 같아서 그래?" 그러면서 흥분해서 저를 밀며 제 다른 손을 잡더라구요.
F=ma이므로 그 아줌마가 미는 힘에 밀려 뒷걸음질치다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아줌마 손 제압하며 목을 주먹으로 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 아줌마가 흥분해서 제 손을 꽉쥐다가 그랬는지 저도 손가락이 손톱에 긁혀 살점이 조금 떨어져 나가며 피가 좀 났습니다.
(지름 1~2mm정도.. 그래도 살점이 나간지라 피는 좀 났죠.)
근데 그 피가 그 아줌마 손에 묻으니까 자기 피인 줄 알았나봐요.
저한테 떨어져서는 피좀보라고 제가 손톱이나 길러서 피본다고
진단서 끊고 고소한답니다.
흥분해서 때린 건 잘못했죠.
근데 저도 흥분해서 손이 나간지라 정말 헛손질 정도로 맞았고
저도 때린건지 아줌마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면서 목을 친건지 솔직히 헷갈립니다.
그래도 때린 건 잘못했습니다. 여하튼
간호사가 왔고
간호사는 그냥 환자들 안정취해야하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된다며 그냥 가볍게 중재만 해주고 갔습니다.
그리고 옆 침대 할머니(환자)가 자기도 TV보고 싶은데 커튼 때문에 못 본다. 심심하고 답답하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러면 할머니(옆 환자)께서 TV보고 싶으실 때 말씀하시면 그 땐 커튼 열어드리고 그 외에는 항상 닫겠다고 말씀드리고 끝냈습니다.
그 후 제가 바지를 가지러 갔다와보니 저희 할머니가 침대밑에 쓰러져계시더라구요.
낙상입니다.
제가 싸우고 난 후라 신경 덜 쓰게 해주시려고 혼자 양말 벗다가 떨어지셨답니다.
아니 그러면 아무리 싸우고 난 후라도 옆에서 환자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텐데 그 간병인은 물론 거기 그 간병인을 제외하고도 2명이나 간병인이 있고 다른 보호자도 있었을텐데 다들 나몰라라 하고 있었던 겁니다.
진짜 할머니께 미안해서 계속 할머니 미안해 할머니 미안해 하면서 일으켜서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어차피 엑스레이 찍으러 가려던 참이었으니 빨리 엑스레이 찍고 이상여부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옆에 간병인은 화가 나서 계속 제 욕을 하며 싸가지 싸가지 1인실을 가지 왜 여기 왔냐고 분을 못이겨 소리소리 지르더군요.
병실에서, 자기 환자 옆에 두고...
그러니까 보다 못한 다른 보호자분께서 "잘은 모르지만..."으로 시작해서 제 편을 들어주셧습니다.
자기 침대 커튼, 자기가 치고 싶으면 치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리고 지켜봤는데 저 분은 좋게 풀어가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당신이 말도 못하게 계속 막고 위협적으로 굴었다.
그런 식으로 제 편을 들자 "저 놈도 미쳤네 미쳤어. 미친놈이야." 해가며 싸우려고 덤비더라구요.
그리고 저희 병실엔 간병인이 많아서 간병인들은 모두 그 간병인 편을 들어줬구요.
이래저래 싸움에 휘말리기 싫으셨던지 대충 무마하며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래도 기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맞는데 다들 그 간병인편만 들어주셨거든요. 자기들도 우리 커튼친 것 때문에 보기에 답답했다며)
여하튼 저는 할머니 빨리 엑스레이 찍으러 가느라 같이 거들어 드리지 못하고 바로 엑스레이 찍으러 갔습니다.
다녀와서 바로 옆 침대 할머니(환자)께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습니다.
뭐가 됐든 환자 앞에서 싸운 건 잘못한 거니까요.
그랬더니 "아가씨 말도 이해는 하는데 어른한테 그런 건 잘못한거다. 간병인한테 사과해라. 그리고 사실 나도 TV보고 싶은데 엄청 심심하고 답답하다." 그러시길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면서, 그럼 TV보실 때 언질을 주시면 바로 커튼 열어드리겠다. 하지만 그 외에 시간에는 커튼을 치겠다. 보통 몇 시쯤에 TV를 보시냐"고 여쭤보니 드라마 주로 보신다고 하시고 시간은 안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간병인이 들어오길래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거의 없지만 옆 침대 할머니가 시켰으므로 대충 "죄송합니다."하고 제 자리로 가려고 하니 또 눈을 부릅뜨며 "니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니가 뭘 잘못했어? 어? 말해봐" 하며 또 싸우려고 덤비더라구요.
저희 할머니가 얘가 몰라서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그러고 저도 할머니 봐서 더 싸우면 안될 것 같아서 더 대답안하고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저도 화가 나서 그냥은 못 넘어가겠습니다.
사과하면서 그 간병인 옷에 써있는 소속회사 이름을 확인하고 그 업체에 전화해서 따지고 주의를 주라고 얘기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전화번호 검색해보니 업체평가가 2개 있었는데 모두 환자보호자들도 불만글이었고, 2개 모두 회사에 클레임을 걸면 오히려 보호자를 진상취급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전화해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방법을 궁리해봤지만 고소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간호사들도 대부분 간병인들을 더 오래 보니 간병인 편을 많이 들어주고 간병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인지 병원에서도 간병인들 편의를 많이 봐주는 편이구요.
얘기가 길었네요.
결론은 그래서 병원에서 내 침대커튼의 행사권(?)은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쟁점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고소 말고도 더 간단하게 이 간병인에게 주의를 시키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유인 여러분들의 조언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