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새벽4시... 자고있던 침대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생각할 시간도 없이 침대에서 떨어져버렸다. 뭐야 꿈꾸고 있는건가?
책상위에 물건들도 이미 제자리가 아니다. 옆에 떨어진 시계는 4시를 가르키곤 멈춰있었다.
몸을 일으키려하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 침대를 짚고 겨우 일어섰다.
온갖 물건들이 소리를 내며 떨어지거나 흔들리고 있었다. 눈앞이 어지럽다.
엉거주춤 자세를 유지하려 애써보지만 다시 주저앉고 만다.
지진이라... 두렵거나 무섭다기보단 어처구니없다.
이런건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이정도로 쎈 지진이 일어날줄이야.
우리나라는 지진안전지대가 아니였던가...??
빨리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도 1분이상은 아닐거야. 일단 밖으로 나가자.
옷을 찾았다. 이런순간에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미친놈처럼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바지를 움켜쥐곤 방문을 열었다. 이젠 아예 침대며 책상이 움직인다. 나가기가 쉽지않다.
이리저리 가구들을 피해 복도로 나왔다. 옆집에서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나왔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을 보며 내 눈빛에도 두려움이 묻어나올까 걱정이 됐다.
여태 인사도 못한 이웃을 이런 모습으로 만난다는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어처구니없게 인사를 해버렸다.
여자는 손잡이를 놓치고 쓰러졌다. 이런...
얼른 여자를 부축해 계단을 내려왔다. 몇번을 넘어질뻔하면서 아파트 정문을 통과해 주차장에 여자를 앉혔다. 이제 지진은 많이 약해져 약간의 흔들림이 있을뿐이였다.
웅성웅성 주차장은 아파트를 빠져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얼른 바지를 주워입었다. 모두들 황급히 빠져나오느라 가관이 아니였다.
속옷바람은 흉도 아니였다 거의 알몸으로 나온 부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동차 사이에서 나오질 못했다.
'괜찮아요?'
아직 정신을 못차리는 옆집여자에게 물었다.
여자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20대후반? 긴머리에 갸름한 얼굴 미인이다. 미리 인사좀 할걸 그랬나
'...네 괜찮아요...고마워요'
'아 뭘요. 혼자 사시나봐요? 갑자기 이게 뭔일인지 하하 지진이 나긴 나네요'
'...네'
바보같이 말해버렸다. 어색하게 웃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벌써 이리저리 전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있었다.
'이거 전화가 안되네? 통화량이 많아 어쩌구하는데? 집전화로 해볼까?'
옆에 있던 남자가 투덜대며 아파트로 들어가려했다.
'이봐요 아직 들어가면 안돼요. 여진이나 머 이런거 있다잖아요. 좀 기다리세요'
40대쯤의 아줌마가 말린다.
'아줌마 이정도 지진에 여진이면 아까보다 더 약할거에요. 이정도는 상식아닙니까. 자자 걱정마시고
이제 들어갑시다. 날도 추운데 여기서 날 샐겁니까? "
남자는 대답도 듣지않고 아파트로 들어가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집에 들어가서 옷이라도 챙겨입고 나오자고하며 서둘러 아파트로 들어갔다.
주차장에 남은 몇몇은 전화도 하고 차량에 있던 tv로 뉴스에 지진에 대한 내용은 없는지 보고있었다.
'이거 지진난지 10분도 넘었는데 아직 뉴스도 없고 큰 지진이라도 나면 어떻할려고 이모양인지 나참'
누군가가 큰소리로 한탄했다.
'그러게요. 일본은 지진나면 바로 문자메세지도 보내준다는데 우리나란 멀었어요 멀었어.'
또다른 사람이 받는다.저마다 불평을 터트렸다.
'저기 아가씨 괜찮으시면 이제 들어가는게 어떨까요? 머 이젠 안전해진거 같은데...'
조심스럽게 물었다.
'... 다리에 힘이 빠져서요. 너무 놀랬나봐요. 좀 쉬었다 상황보고 들어갈게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이럴때 안도우면 사람인가요 하하 머 날도 상쾌한데 좀 앉았다 들어가죠머'
옆에 털썩 앉으려 엉거주춤 자리를 잡았다.순간 땅이 솟아오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앉으려고 하는데 엉덩이가 땅에 닿기도 전에 먼저 땅이 엉덩이를 치는것이였다.
어이쿠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거 모양새가 말이 아닌걸 생각하며 일어나려는데 귀를 찢을듯한
굉음과 함께 미친듯이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엎드렸다. 아니 쓰러졌다해야하나.
수십대의 차들이 이리저리 부딪혀 경보기가 시끄럽게 울려댔고
그렇찮아도 땅이 흔들려 정신없는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아갔다.
난 여자의 머리를 감싸안으며 어서 이순간이 끝나길 바랬다.
'!!!!'
여자가 일어서며 뭔가 말했지만 들리지않았다.
'네? 머라구요? 어서 엎드려요 차밑으로 들어갑시다'
'여길 벗어나야한다구요!!. 아파트가 무너지면 여기도 위험해요. 공터로 가야해요!!!'
여자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일어나기도 힘든데 어딜가요. 조금만 참아요 곧 끝날겁니다.'
여자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안돼요 빨리 일어나요 아파트가 무너진단말이에요. 여기있으면 죽어요'
내손을 잡아끌며 여자는 비틀거렸다.
무너진다니... 조금전 지진으로 정신없이 건물을 빠져나올때도 그런 생각은 하지않았다.
그냥 본능적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뿐. 어느정도 재미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사실 지진은 그렇게 위험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넓은 벌판에서 지진을 만난다면 그저 흔들림에
넘어지면 그만인것이다. 지진이 무서운건 건물이나 다리같은 구조물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건물이 무너질정도로 지진이??? 흥 웃음만 나왔다.
이 여자가 두려움에 정신이 나갔나보다. 머 일단 혼자 놔두면 위험할테니 따라가자...
'알았어요 알았어 갑시다.'
'저기 공원까지 가야해요 서둘러요'
100미터쯤 떨어진곳에 공원이 보였다. 가다가 지진이 끝날거 같은데... 속으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자와 손을 잡고 비틀거리며 공원을 향해 뛰었다. 흔들리는 땅위에서 뛰기란 쉽지않았다.
거기다 차량이 이리저리 움직여 부딪힐 위험도 있었다.
'조심해요!!!'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순간 머리위가 서늘한게 생각할 겨를없이 여자를 밀치며 앞으로 굴렀다.
'꽝!!!' 뭔가 떨어졌다. 베란다 창틀이였다. 창틀이 떨어지다니... 고개들 들어 아파트를 올려보았다.
이미 여기저기 창문은 깨어져 있었고 건물은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았다.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난 여자손을 잡고는 정신없이 공원으로 뛰었다. 아니 마음은 뛰고 있었지만
쓰러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갈뿐이였다. 반정도 도착했을때였다.
길 건너편 5층건물이 굉음을 내며 폭삭 주저앉았다. 여러가지 소리가 섞여 구분조차 가지않았다.
그것이 시작이였다 뒤쪽에서 먼지바람이 몰려왔다. 아파트는 허리가 부러지며 주차장을 덮치고
있었다. '어...' 말이 나오지않았다 이게 정말 꿈이 아니고 현실인가...
멍하니 뒤를 보던 나를 여자가 세게 잡아끈다.
'빨리요'
오히려 여자쪽이 더 냉정한 모습니다. 정신 차리자...
'갑시다'
다시 공원을 향해 뛰었다. 주위에서도 공원을 향해 가는 사람이 보였다.
울부짖으며 기어가는사람, 구르듯이 넘어지는사람 강아지를 안고 뛰어가는 여자...
고요하던 새벽이 지옥으로 바뀌는건 순식간이였다...
아비규환속에 여자와 나는 공원에 도착해 엎드렸다. 땅은 아직 일렁이듯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이번엔 여자가 물어왔다.
'네? 아 괜찮습니다. 아가씨도 다친데는 없어요?'
'넘어져서 까진거 빼고는 괜찮아요.' 아 내가 밀었었지...
갑자기 다리쪽이 불에 댄듯 화끈거렸다. 살펴보니 찢어진 바지밑으로 유리조각이 보였다.
'어머 유리잖아요. 피가 많이 나네 이리줘봐요.'
'괜찮아요 지진이 멈춘다음 봐도 됩니다.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네요. 건물이 무너질줄이야...'
유리조각을 빼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욱한 먼지연기 속에 어렴풋이 건물의 잔해들이 보였다.
온전한 건물은 거의 없는것 같았다. 아 건물이 문제가 아니지. 그밑에 깔린 사람은 얼마나 될까...
머리가 어질했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 친구들. 모두 무사할까?
전화... 휴대폰을 두고왔다. 바지 주머니 속엔 동전만 있을뿐이였다.
'이제 좀 잠잠해졌네요.'
여자가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혹시 전화 있어요?'
'있긴하지만... 어차피 지금은 통화가 안될거에요...'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며 말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신호가 가질 않는다. 통신이 마비된것이다. 이건 국가적인 재난이야!!
새삼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져 가슴이 아려왔다. 어느정도의 피해일까.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너무도 만화같아서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어느 게시판에 올려야할지 고민되네요.
오늘 쓴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스토리는 다 나와 있습니다만... 과연 마칠수 있을것인지...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보려고 애쓰는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