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풍조가 만연한 나의 조국 한국은 아무리 내가 어엿한 한국인임을 입증하는 주민등록증과 선거권이 있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속고 살았길래 이러나..."하며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2015년 5월부터는 서로가 서로를 믿는 그런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동남아 사람 취급 받는 나의 에피소드는...
1. 회사에서..
사장님의 작년 운세가 좋았는지, 아니면 누구의 말대로 봉사 문고리 잡는 한 해였는지 몰라도 우리 회사는 작년 창립 이후로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장님은 작년 초 "설마 너희들이 목표 달성하겠어~" 하는 마음에 남발했던 공약 중 하나인 전 직원 해외여행을 울며 겨자먹기로 실행하셨다. 우리 부서가 선택한 행선지는 빌어먹을 젠장 하필이면 태국.. 예감이 좋지 않았다.
부장님은 "야~ *대리 좋겠네 금의환향해서 고향도 가고" 이렇게 놀리고 옆 동기도 "야 너 예전에 호텔에서 팁도 받았다면서 이번에 한 번 해봐" 이러면서 약을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면세점에서부터 나는 외국어로 인사받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태국에 도착하자마 온풍기 같은 태국의 열대몬순 따뜻한 바람보다 내게는 좌절이 먼저 찾아왔다. 우리 일행은 15명이었는데,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어.. 그런데 왜 14명밖에 안계세요? 한 분 어디 화장실 가셨나요?" 라고 물었다. 우리는 "15명 맞는데요?"라고 하자 가이드는 나를 가리키며 "아... 저는 저분은 공항에서 짐들어주는 태국사람인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회사 동료들은 역시 현지에서도 인정받는다면서 기뻐했고,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어딜가나 우리 일행에게 잡상인들이 붙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가이드님의 말로는 잡상인들도 자기들만의 룰이 있어 한 명이 붙으면 절대 안붙는다고 나를 키 큰 잡상인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식당이나 상점의 태국인들은 내게 태국말로 말을 걸었고, 심지어 길거리의 똥개도 내게 태국말로 짖는거 같았다. 그렇게 악몽의 태국여행을 마치고 다시는 죽을 때까지 태국여행을 안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얼마 전 회사에서 체육대회를 하는데 숨쉬기 운동도 버거운 신생아 체력이라 격렬한 스포츠는 피하고 싶었지만, 인원이 부족해 마지못해 축구를 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 상대편에 있던 부장님이 "야.. 용병~ ! 너 왜 그렇게 못하냐"라고 놀리셨다. 나도 모르게 "태국은 축구 못하는 나라에요" 라고 말하며 인정하고 말았다. 태국인 화이팅 하며 응원하고 웃고있는 직원들을 보며 내 입을 원망했다.
2. 식당에서...
친구 회사 앞에 정통 태국 음식점이 생겼다고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다. 친구가 함께 가자고 했던 이유는 "태국 음식 먹을때 너랑 같이 먹으면 태국에 온 느낌이 드는거 같아서..." 였다. 단호하게 "귀하는 더이상 내 친구가 아니십니다 ***씨 지난 18년 동안 즐거웠습니다." 이러며 절교와 동시에 거절하고 싶었지만 18년간 쌓아온 우정과 제발 같이 가달라며 자기가 쏘겠다고 하는 말에 공짜를 싫어하지 않는 성격과 18년 우정을 버릴 수 없어 만나러 갔다.
친구는 이 식당이 얼마 전에 이 식당이 오픈을 해서 태국 여행 사진이나 태국과 관련된 게 있으면 똠양꿍을 공짜로 주는데 자기는 태국 사람을 데려오는 것으로 똠양꿍을 받을 거라 했다. 심지어 이 식당을 예전에 회사 동료들과 왔을 때 자기는 태국인 친구가 있다고 식당 사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니 주변에 태국 사람이 어딨어?" 라고 물었다. 친구는 18년 동안 쌓은 우정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나를 바라봤다. 젠장 그 태국인 친구는 바로 나였다.
식당에는 사람이 우리 말고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친구는 개업 이벤트로 자기는 태국인 친구를 데려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장님은 자신이 태국에서 10년 넘게 살다 왔는데, 서울에서 오랜만에 태국인을 본다면서 나에게 간단한 태국인사를 했다. (사장님의 눈빛에서 전혀 내가 한국인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없었다.) 나도 간단히 태국어로 인사를 하는데 친구는 "더 이상 말하지말고 닥쳐!!" 하는 눈빛을 보냈다. 사장님을 향해 한 민족 아니 '글로벌 패밀리즘' 다운 미소로 화답하고, 나는 졸지에 나는 한국으로 파견 근무온 태국인 통차이 씨가 되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사장님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따봉만 해댔다. 친구가 계산을 하고 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겨 "뫗있었슴미따. 깜솨합니다."라고 했다. 식당 사장님은 "어우~ 한국말 공부도 열심히 하나보네" 하시며 망고쥬스도 한 캔 주셨다. 이런 걸로 뿌듯해하면 안되는 데 왠지 뿌듯했다. 망고쥬스를 마시며 마치 어머니꼐서 담궈주신 식혜를 마시는 거 같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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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꽙씁니다. 저는 똥양꿍보다 도가니탕을 좋아하는 한국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