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방콕으로, 방글라데쉬로 가는 날입니다.
출발은 아주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댓글질하려고 어깨-허리-팔-무릅-팔운동을 한 후
컴퓨러를 켜고 여기 저기 댕기는 데
주방에서 '꺄아아아악!!'하는 소음과 더불어
'쨍그라랑랑랑!'라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아내님이 사고를 친겁니다.
(뭐,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깨뜨리는 거...
예전에 어머님이 일본여행에서 사오신 예쁘장한 유리컵
열 개를 하나씩 하나씩 깨먹은 전력도 있는 지라...)
뭘 깼는데?물으니 설탕담긴 유리그릇을 놓쳤답니다.
바닥에 깨진 유리조각이며 흰설탕이 즐비했습니다.
무심코 대답했습니다. '잘했네~ 새로사면 되지, 머~
유리그릇은 깨지라고 있는 거니깐...'
'난, 바보인가봐?' '마저~ 바보야.'
'왜 이렇게 물건을 잘 깨지?' '바보니까~'
'음식도 잘 엎지르고... 난 모잘라나봐.' '응, 모잘라~'
'나같은 건 음식을 하면 안되나봐~' '응~ 너같은 건 음식을 하면 안돼.'
'맨날 음식을 엎지르고 그릇도 잘 깨고... 정말 난 바보X신인가?'
'응~ 바보x신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고 내가 말을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바로 그순간이었습니다.
아내님이 갑자기 '이쉑~~!'하자마자
무엇인가가 바람을 '휘익!'가르며 날아왔습니다.
불과 0.000003초였다고 생각합니다.
탁구경기에서 랠리를 할 때
내가 친 공이 상대방의 라켓을 맞고 다시 나에게로
날아온 순간보다도 더 짧은 찰라만큼의
아주 짧은 순간에 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투명하고 맑고 특수처리공법으로 만든
유리잔이 두터운 밑바닥이 앞머리로 저에게 날아오는 것을...
분명히 저의 머리를 타켓으로 던졌을 법한 방향...
이래서 탁구는 운동신경을 발달심키는데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겁니다.
예전에 탁구출신 선수에게 머리통 맞아가면서
탁구를 배운 것이 전부 이때를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아마 2005년경의 서울 은마아파트 한채는 말아먹었을 것입니다.
탁구배우느냐고...
하여간,
순간의 운동신경을 이용하여,
왼쪽어깨를 들어 유리컵을 막았고
다행히 왼쪽 어깨에 충돌한 유리컵은 지가 알아서
바닥으로 낙하하였습니다.
꼴에 강화유리라고 깨지지 않네요.
게다가 바닥은 나무고...
그리고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무엇인가가 고등학교 1학년 유도선수 크기의 덩치가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저의 머리끄댕이를 잡고는
사정없이 저를 패기시작합니다.
유리컵을 피하는 동시에 하던 댓글질을 하려고
여유만만하게 손구락으로 키보드 워리잉을 하는 중인데...
싸움에서는 상대방의 1차공격의 실패시
2차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전에 검술 스승님이 가르쳐준 적이 있는데
검을 놓은 지가 거의 20여년이 되어가니
그 기억도 사라져 버렸씁니다.
저는 예전에 검술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검도가 아니라...)
전통검술이라고 하는데 그 종류가 대략 너댓가지?
확실한 전통검술이냐?라고 묻는다면 스승님이 그랬다니깐요!!
라고 밖에 대답을 못해줌을 양해바랍니다.
좌우지간,
검술 중의 하나가 중국명나라 때 '모원의'라는 병법가가 저술한
'무비지(武備誌)'라는 무술서적에 '조선검법(朝鮮劍法)'이라고 설명한
'예검총보(銳劍總譜)'의 동작만은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하여간 아내님은 1999년도에 첫아이를 낳을 당시,
아내님의 두 손을 잡고 '힘내라! 힘!'하며 응원을 하던 그때,
"이쉑궤야!! 너땜에 내가 이고생 하잖어!"라며
제머리끄댕이를 잡아뜯은 지 두번째로 ,
제머리끄댕이를 잡아댕기더니
사정없이 패기 시작합니다.
ㅠㅠ
'이거 왜 이래! 내가 뭘 어째다규!! 누가 하늘같은 남편을 때려!'라고
반항을 해보았으나 이미 찬스를 놓쳤습니다.
선빵을 당한 것입니다.
이때 방안에서 공부하던 딸래미가
거실이 소란하니 무슨일인가 나와 보더니
엄마랑 같이 핪세합니다.
'아빠! 왜 힘없는 엄마를 괴롭혀! 그러고도 아빠야?'
아~ 정말~
우리가족 왜이래?
다행히 아들은 주말이라고 한글학교에 갔습니다.
애가 좀 모질라서 한국어를 잘 못합니다.
한국어를 왜 못하냐구요?
울아들은 유치원때부터 중국학교를 다녀서
중국어밖에 못합니다.
(실은 여기가 중국이거덩요. 퀄~~~)
그래도 공부는 중국애들보다 훨 잘해서
상위권입니다.
그래도 한국앤데 한국어를 잘 가르쳐야 하지 않겠어요?
좌우당간 아들이 있었으면 3명이 한꺼번에 저에게 달려들었을 겁니다.
키힝~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더구나 이제는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끄댕이를
또 잡아댕기고...
예전에는 머리숱이나 많았지~~
머리카락이 무슨 죄라고...
요즘엔 머리숱 이 빠져 여간 조심하는 게 아닙니다.
머리감을 때도 머리카락 빠질까봐 조심조심...
머리 빗질할 때도 빠질까봐 노심초사, 살살살살...
그런데 이건 뭐, 갈고리같은 손으로 움켜쥐면은...
지남편 대머리되면 그렇게 좋아?
어릴 때 동네누나들끼리 싸울 적에
머리끄댕이 잡아댕기며 싸우는 건 봤어도,
그 꼴을 내가 당하다니...
애고~~
그나저나 아까운 내 머리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