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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소녀. 외전 : 야당 지도자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344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리리맇
추천 : 24
조회수 : 1299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03/27 19:00:28
완결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약속을 어기고 하나 더 적게 되었습니다.
사실 개그 에피소드는 정말로 다 떨어져서 쓸게 없습니다. 근데… 아는 지인 중에 한명이 글을 보고 하는 말이…

‘야당 지도자 너무 무능한 듯…’ 이라고 해서… 이렇게 마치기에는 왠지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 살짝 진지 빤 에피소드를 한편만 더 길게 써봤습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이나 교리를 주장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는, 그냥 뻘소리니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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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신은 항상 그대들과 함께 하시니 늘 믿어 의심치 말고 섬기기를 게을리 말지어다."

그렇게 항상하는 후렴으로 설교를 마무리 하였다. 수많은 신자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나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자 몰려오는 사람들에게서 경호하는 추종자들의 도움을 받아 사원을 빠져나왔다. 사원을 나와 경내를
걸으며 당 지도부가 위치한 당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이전의 성전에서 보여주는 엄숙함과 신성함 대신 긴장된 얼굴의 당원들과 관련 관계자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언론의 기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저 너머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선생님... 왔습니다. 특사가 방문했습니다."

나의 제자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다급한 표정이지만, 승리를 만끽한 표정으로 나에게 달려와 특사의 방문을 고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응접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대통령의 특사에게 우리의 의지를
똑똑하게 재확인시켜 줄것이다.



이 나라는 절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오랜 정치적 혼란과 경제난으로 나라는 피폐하고 국민들은 굶주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절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화되어 갔다. 그것은, 바로 지난 정권의 대통령이던...
그야말로 개자식이라고 부르면 개에게 미안할 지경인 자에 손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정상적이지 않은 군부의 쿠데타로 집권한 그 자는 강한 조국을 건설하겠다는 빌미로 잔혹한 악정을 베풀었다. 그는...
소수의 그에게 충성하는 부족과 종교를 중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박해하는 잔혹한 정치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사람들은 잡혀가 고문당하고 살해당했고, 언론은 침묵하였다. 그런 그의 학정은 특히... 나와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잔혹한 학대를 가하였다. 수많은 선배와 동료 사제들이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나는 그들중에 신의 가호로 운좋게 살아남은 행운아였다. 그런 그의 악정은 도가 지나쳐, 더이상 군대도 그의 지지를 포기했고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하며 정국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는 군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자, 자신이 총애하는 친위대와
민병대를 동원해 잔혹한 인종청소와 종교박해를 감행하였다. 결국... 국민들은 견디지 못하고 일어섰다. 시민혁명의 불꽃은
전 국토를 휘감았고, 독재자는 결국 내전을 감수하고라도 권좌를 유지하려다 시민군의 손에 체포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평화가 오지는 않았다. 국민들은 독재자가 사라지자 난립한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들에게 환멸을 느꼈고,
당시 오랜 시간 NGO 단체로서 우리 나라를 지원해왔던 어느 외국인이 정계에 의향을 비치자... 정치에 염증을 내고 모두 그를
지지하는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것은... 결말이 아니었다. 또다른 시작에 불과했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곧바도 몇가지 경제 문제에 대한 긴급한 사안을 해결하며 인기를 모았으나... 그는 근본적인 과거의
죄에 대한 해결을 하지는 않았다. 역시... 외국인이며 무신론자인 그에게 이 나라의 일은 남의 일일 것이다. 그는, 과거 잔혹한
학살을 자행한 정치가들과 민병대에 대해... 응당한 복수를 허락하지 않았다. 멀고도 먼 재판을 통해 그들을 심판하라는
전형적인 외부인의 입장에서 사안을 다루려 하였다.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 민병대의 손에 살해당하고, 그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 복수는
당연하고 이는 신께서도 허락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수의 종교를 차지하는 우리 백성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가해자들을
끌어안으려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래서... 봉기를 준비했다. 사안이 심화되자, 결국 사건의 해결을 위해 대통령은 그들의
중심에 있는 나에게 특사를 보낸 것이었다.

그는... 엄청난 사람이었다. 전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면서도 그 방향을 인류를 위해 유익한 방향으로 설계된 여러
기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다진... 불가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세계의 열강들이 적대하기를 두려워 마지 않는 그지만,
그 또한 신의 앞에선 연약한 인간에 불구하고, 그의 재산과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우리의 신앙을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 할것이다. 나는 그런 다짐을 마음속으로 새기며 특사를 맞이했다.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특사로 파견된 이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질적인 퍼스트레이디로 여겨지는 소녀였다. 나는 그녀에게 자리를 권하고 맞은
편에 나 역시 앉았다. 그녀는... 의외로 완곡한 수사를 구사하지 않았다.

"봉기를 중단해 주십시오."

제대로 직구였다. 나는 그녀의 말에 느긋한 얼굴을 하며 대꾸했다.

"봉기라니요... 그저 우리 종교에 일상적인 의식에 불과합니다. 이 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입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지킬 생각이 없는 쓰레기가 넘쳐나서 문제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대통령께선 기존 헌법을 준수할 것을
대외적으로 분명히 약속하지 않으셨나요? 이 의식을 중단시킬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만..."

그녀는 차분하게 나의 말을 받았다.

"당신의 신앙심에 대해서 존경을 표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당신들의 종교에서 명하는 금식절의 의례가 지극히 통상적인 것임을
잘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알고 하시든 모르고 하시든... 그 행동은 정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것입니다. 이미...
들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인종청소의 시발점이 바로 그곳의 금식절에 있었던 일이 아닌가요?"

나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10년전의 기억이 바로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금식절을 마치고 무사히 금식을 마친 것을
위해 벌어지는 축제를 준비하던 사람들... 내전으로 몇번이나 교전지가 되어 여기저기 지뢰와 참호가 널려 있던 어느 북부
지역에서... 그들은 정부군의 참호 너머의 도열에도 불구하고... 설마 평화로운 축제에 사격을 하겠냐 싶어 별 상관없이 축제를
벌였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나중에 어느 친위대의 똘아이가 한걸로 알려진, 최초 격발 이후... 당황한 정부군은 일제히 사격을 하며 축제를 즐기던 비무장의
민간인들을 무참하게 사살했다. 그리고, 그에 분개해 우리 측 민병대가 무장을 하고 달려와 대응사격을 하면서... 내전과
동시에 인종청소가 시작되었다. 나는 당시 직위를 받은지 얼마 안된 성직자로서 그 참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눈으로 보고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그곳에... 의인은 없었다. 오로지 우리 종교를 박해하려는 살인귀들만이 무기를 들고 저항할 능력도 없는 부녀자들과 아이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있었다. 단 한명이라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우리를 위해 사격을 중지하라고 하거나, 사람들을 구하려
했다면... 나는 어쩌면 용서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거기서 신께 기도했다.
저 흉악한 마귀들을 영원히 용서하지 않고 반드시 복수하겠노라고...

다시 시간의 흐름이 현재로 돌아왔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미... 정보부에서 대외적인 이상 기류도 포착하였습니다. 당신들의 종교의 일부 광신 지파가 만든 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이번 봉기에 대해 암묵적인 지지와 지원을 보내고 있다죠? 이미 무기와 자금의 흐름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략적인 계획도 이미 알아냈습니다.

금식절에 모이는 수많은 신실한 성도들에게 잔뜩 신앙심을 고양시킨 다음, 금식절이 끝난 축제에 일제히 무기를 들고 봉기하라
선동하여, 그 집결된 병력으로 기존 정권을 지지하던 당신과 다른 신앙을 믿는 사람들과 독재자의 민병대들을 일제히 살해할
생각인거죠? 그만둬 주세요. 그러셔서는 안됩니다. 복수는 아무것도 낳을수 없습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창밖을 보며 말했다.

"저는 대체 당신께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예전 비극이 벌어진 장소에서 과거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금식을 통해 애도하는 의식을 가질 예정일 뿐입니다. 그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정권을 우리가 혹시
다른 죄인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심판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또다른 박해를 가할 생각인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수
없습니다. 이미... 수많은 언론사의 기자들도 초청되어 그곳에 모이고 있습니다.

한번 해보시죠. 다시 한번 군대를 보내서 우리에게 무력으로 진압을 해보시죠. 세계의 모든 여론들이 보는 앞에서 말입니다.
그럴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할수 없다면... 우리를 내버려 두시오. 외국인 무신론자 지도자는 이해할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느낀 고통과 상처의 깊이를... 그리고 우리의 신앙을... 가서 전하시오. 우리를 막지 말라고... 만약에 우리를 막는다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 될거라고...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줄수 있는 유일한 결론입니다."

그녀는... 실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더이상의 설득은 의미가 없겠군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박사님에게 당신의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복수는... 아무것도 낳지 못합니다. 저 역시도... 전쟁의 참화를 통해 가족을
잃은 전쟁 피해자입니다. 언젠가 저 역시도, 제가 얻은 기적의 힘을 가지고 복수를 위해 박차고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허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당신도 부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그건...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오?"

"아니요... 박사님을 걱정해서 하는 말입니다. 박사님이라면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실 테니깐요."

소녀의 눈빛에서는 어쩌면 내가 신을 대하는 것 이상의 경외가 대통령을 향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떠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자, 곧 나의 측근들이 나에게 몰려왔다.

"결단을..."

그들은 이제 대통령 특사의 협상도 거절한 상황에서, 거의 확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의 확고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받았던 고통에 대한... 신이 허락한 복수를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자들이여... 신께서 그대들과 함께 하실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북부의 땅은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황폐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에는 이미 10년도 넘었지만 여기저기 폭탄에 의해 부숴진
집들과 폐허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어떤 신자는 그것을 보고 눈물 흘렸고, 어떤 신자는 그것을 보고 분노했다. 어떤
형태든... 복수의 시간에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미 수만명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나를 지원하기 위해 이곳에 집결했다.
다들 같은 기도를 올리고 같은 신을 섬기는 이들은 서로를 환영하며 이 거대한 복수의 축제를 위해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사상 초유의 종교 봉기가 될 이 상황을 촬영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자들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전사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주변의 측근에게 물었다.

"우리측 준비 사항은?"

"오랜 내전으로 잘 훈련된 민병대가 3만 이상, 민간인으로 잠입해있습니다. 명령만 하시면 일제히 집결해 명하시는 곳으로
공격해 들어갈 것입니다."

나는 폐하가 된 마을 외곽에서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깊은 참호가
이곳과 저곳에 파여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사실 그 안에는 사람의 목숨을 삽시간에 날려버리는
대인지뢰가 대량 매설되어 있다. 그것은… 경계였다. 죽일 자와 죽을 자의 경계…

과거 금식절의 학살에서... 가장 주동자가 되었던 자는 저 너머의 마을 주민들이었다. 경계를 두고 종교가 달라, 오랜 시간
우리와 반목하다가, 예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학살에 가담했던 죄인들... 그들의 마을이 바로 저곳이었다. 예전 인종청소가
시작된 곳이 이곳인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었다.

그때 대통령의 친위대는 다수 저 마을에 포진해서 참호에 몸을 숨기고 우리를 감시하다 결국 학살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복수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는 우리가 저기 현 정부에 무장을 해제당하고 재판을 받으며 무기력하게 우리의 공격을
당할수 밖에 없는 죄인들을 쳐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것이다. 측근이 말했다.

"다행이군요. 혹시나 정부군이 병력을 파견했다면 틀림없이 저 너머 마을에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되었을텐데...
지금 아무리 봐도 병력은 없군요.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통제할 감당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측근이 그의 말을 받았다.

"당연하지... 이건 외통수라고. 현재의 정권의 입장에서 보자면... 저곳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을 불가능해. 만약 군대를
파견하면... 그대로 정부가 지난 학살의 시작과 동일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지. 우리 교인들에게 그건 참을수 없는 분노를
불러 일으킬꺼야. 거기다 교전까지 벌어진다면, 전세계의 여론이 보는 가운데에서 정부군이 신앙을 믿는 우리 형제들을
공격하는게 적나라하게 전세계에 나가게 되지. 그러면 주변에 우리 형제 국가들 수십개가 가만히 있지 않을껄?"

그의 말이 맞았다. 그래서... 어떤 과격한 신자는 오히려 정부가 군대를 파견해 이 상황에 불을 붙여주길 바라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더 괜찮다. 우리는 이곳에 머무르며 각종 종교 행사와 금식을 통해 과거의 회한을 되새기고, 우리 종교에
가해진 잔혹한 학대에 대한 복수심을 고취한 다음... 죗값을 치르게 할것이다. 나는 명령했다.

"금식을 시작한다."



금식이라고는 해도 그리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해가 져있는 밤동안에는 과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은 허락되니깐.
마을에 곳곳에 천막에서 집결한 신자들은 다들 숨겨놓은 무기를 점검하고, 식사를 나누며 앞으로 이어질 복수의 시간에 대해
용기를 고양시켰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직은 아무런 대응을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대처에 대해 궁금해했다.

"꽁무니를 뺀게 틀림없어. 아무렴..."

"혹시 모르는거 아냐? 듣자하니 완전히 정신나간 과학자라던데."

"조심해서 나쁠건 없지. 그 자가 만든 로봇이 예전에 우리 난민들을 정부군으로 부터 도와준적도 있잖아."

"어라? 그러고 보니 그게 문제네... 그때 그 부대가 오면 어떻게 하지? 그래도 나름 빚이 있는거 아닌가?"

"무슨 상관이야! 그래봤자, 무신론자의 개들이야. 부숴버려!!!"

다들 정부의 대응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나 역시도 정부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우려되고 있으니...
그들은 어떠한 수를 써서든 우리의 행동을 저지하려 할것이다. 그것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어떤 이는
그 방식이 잔혹하면 잔혹할수록 우리의 봉기에는 큰 기여가 된다고 하고 있지만... 나는 가슴 한편에 그로 인해 발생될 희생에
대해서... 우려를 감출수 없었다. 과연... 그 무신론자는 어떻게 나올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 답은 다음날 아침 알게 되었다.



"자기도 금식을 하겠다고?"

"네,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 금식을 시작하신지 이틀째, 자기도 오늘부터 금식을 하겠다고 오늘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국민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 그런 어처구니 없는..."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설마 이런 생각치도 못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대항할줄이야... 곧 우리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던 언론이
그에게 몰려갈것이 틀림없다. 나는 그의 방식에 대해 불신자로서 어처구니 없기 그지 없다는 성명을 내서 대응하리라 마음먹고
측근에게 물었다.

"곧 대응 성명을 하겠다. 기자들을 불러라."

"이미...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에게 몰려 가버렸습니다."

"무슨 소린가? 지금 여기저기 내 눈에도 몇몇 사람이 마을에 뛰어다니고 있는게 보이는데..."

"저어... 선생님... 그게 말입니다... 그자가 지금..."

잠시후 그의 말이 끝났을때... 나는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지뢰 지대의 한복판에 앉아서 금식을 하고 있다고?"

측근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제서야 지금 마을에서 황급히 뛰어가는 기자들의 방향이 어딘지 깨닭았다. 나는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들이 몰려가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금방 그를 찾을수 있었다. 그는 마을의 경계에
있는 참호의 너머에... 지뢰지대 한복판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이라도 하는 듯, 반바지 차림에 밀짚모자를 쓰고 파라솔까지 쳐놓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괴랄할 생각이 나오는 걸까? 이미 세계 언론의 특파원들과 기자들은, 차마 지뢰지대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참호에 들어가 어떻게든 드론과 스테디캠을 써서 그를 촬영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나는, 나의 신자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생각치도 못했던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기가 막혀하고 있었다. 당연히 전차와 헬기를 동원한 봉기 진압
병력이 건너편 해자에 진을 치리라 생각했는데... 온것은 달랑 한 사람... 그것도 대통령 본인이라니... 나는 말했다.

"그에게 가보겠다."

"위... 위험하십니다. 저곳은 지뢰 지대가..."

"지금 당장 안내해라!!!"




"어이~~~ 이틀 굶은 상판 치고는 제법 빤질빤질하네... 뭐 몰래 주워먹는거 아냐? 페어플레이하자고. 안그럼 댁이 반칙패
한걸로 칠꺼야."

그는 마치 오랜 지기라도 되는 양 초면인 나에게 느긋하게 말을 건냈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군데군데 지뢰가 매설되어
제거가 확인된 깃발이 꽂힌 곳만 안전한 공간, 인간이 존재할수 없는 노맨스랜드에서 그는 그야말로 태평하게, 마치 놀러라도
나온 사람처럼 자리를 깔고 퍼질러 앉아 있다. 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너랑 배틀! 함 붙자매? 내가 맘에 안들어서 밥까지 굶으시겠다며? 함 해보자고. 나도 어디가서 지고는 못사는 사람이니깐...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똑같은 룰로 네놈을 이겨주겠어. 우민들에게 쪽팔리게 군대를 보내서 쥐어패서 끌어낼수 없잖아."

"어서 돌아가시오. 이건 우리 신자들의 일이요."

"그럴수야 없지. 아직 승부가 안났잖아. 이길때까진 안나갈꺼야. 날 보내고 싶으면 금식을 멈추든가."

대단히 영리한 자다. 막나가는 애송이처럼 생떼를 쓰는 듯 하지만 사실은 고도의 정치적인 함정을 팠다. 금식을 마친 이후에
벌어지는 축제는 우리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신앙이 고조되는 시점이다. 그때 성전을 선포하고 복수를 천명하여야
다소 우려하는 이들도 모두가 다함께 봉기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 금식을 지키지 않으면, 뭔가 종교적으로 고조되는 봉기의
흐름을 유지할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를 그냥 그대로 무시하게 되면... 계속 저 지뢰밭에서 버티고 앉아 금식을 하는 자를 보며 뭔가 흔들리는
신자들이 역시나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신자도 아닌, 불신자 주제에 같은 조건에서 금식을 하며 버티는 저자를 보며... 신앙에
있어서 이성적 판단이 나올 여지가 많은 것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그는 만들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를 갈며 말했다.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그만 두시오. 이건 당신과 무관한 일이오. 우리 교인들이 당한 일에 대한 회한과, 죄지은 자에 대한
응보를 왜 이방인인 당신이 간섭하는 것이오?"

그는 매우 간단하게 말했다.

"그야... 전부다 내가 다스리는 나의 우민들이니 당연한거 아니냐."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양 말하시는구려."

나의 분노어린... 성직자로서 할수 있는 가장 큰 비난에도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받았다.

"없는 것은 될수조차도 없지. 하지만 너는 그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그럼 붙어보자고. 정말로 과학의 측정을 뛰어넘는
절대권능자가 존재한다면... 그의 가호를 받는 네가 이기겠지. 안그래?"

더 이상의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나에게 그는 말했다.

"함 좋은 승부해보자고. 축제라면서? 여흥거리로 제맛 아닌가? 원래 축제에는 이런 멋진 승부가 있어야 우민들이 환호하는 법이지
뭐, 그래봤자 세상을 지배할 이몸이 이기겠지만 말이야... 크하하하!!!"

나는 화가 났다. 하지만 의외로 저 무도한자로 인해 분노한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왠지 돌려서 나에게 상기시키는... 나의
종교적 의식이 정치적 의도로 활용 되는 것에 대한 조롱에 대해... 부정할수도, 부인할수도 없는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났다.
나의 측근들이 와서 나에게 물었다.

"지금... 억지로 자리를 지키라고 하고 있지만 많은 기자들이 참호에 모여 관심을 우리가 아니라 저자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신자들 중에 믿음이 부족한 자들 일부도 그의 존재에 대해 대단히 동요하는 눈치입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제거를..."

"멍청한 놈!!! 지금 수많은 눈이 보는 앞에서, 우리가 피해자가 아니고 가해자인 듯한 모습을 보일 셈이냐?"

"하... 하지만, 저래서야... 지금 모인 사람들이 저 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그는 우려의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했다.

"내가 가겠다."

"네?"

"나도 그곳에서 금식을 하겠다. 그자와 함께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그 자만을 향할수는 없겠지."




다음날 아침 그에게 방문했을때... 그는 졸고 있었다. 그러다 나로 인해 태양이 가려지자 눈을 뜨고 말했다.

"좋은 아침이구만. 난 이틀, 댁은 3일인가? 아직까지는 큰 이상은 없겠지? 뭐, 그건 임상 실험으로도 증명된거니깐. 오히려
정신이 맑은 상황일꺼야. 근데... 여긴 또 왠일인가?"

"당신의 앞에서... 나도 금식을 할 생각이오."

"호오... 정면승부냐? 그것도 재밌군. 링위에 올라온걸 환영해. 지뢰가 많으니 엉덩이 조심하고 앉으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자세를 취하고 앉았다. 태양빛이 내려쬐는... 그늘하나 없는 황무지의 한복판이었다. 저너머에
있는 우려하는 사람들까지 걸어갈래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그런 위치였다.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도문을 암송하며
느긋하게 옆으로 드리누운 그자의 앞에서 고고하게 자세를 취하고, 사람들에게 진실한 신앙이 명하는 금식의 의식을 행하였다.

시간은 참으로 느리게 흘렀다. 차분하게 나는 기도문을 암송하며 그를 보았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간간히 곁에 둔 물을
조금씩 마실뿐 달리 움직이진 않았다. 어느새... 하루의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해가 지기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잠을
자러 마을으로 향했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잘들어가쇼. 내일 또 붙어보자고."

나는... 별다른 인사없이 몸을 돌려 숙소로 들어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저 사람은 해가 진 이후에도 식사를
하지 않고선 금식을 할 생각인건가? 그런 나의 생각이 마침 나의 측근들도 말했다.

"밤에도... 식사를 안하려고 하는 걸까요?"

그럴리가... 그래서야 그 긴 금식을 버틸수가 없지 않은가? 그건 그야 말로 아사하려고 작정한 것이 틀림없는 행동이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런 짓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순간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닭았다. 그건 바로...

"설마... 예전 최초로 말씀을 전한 선지자의 행보를 밟으려는 건?"

"그... 그럴리가 없잖아. 그건 신의 선택을 받으신 그분이니깐 가능한거지... 사람이 어떻게 22일 금식을 버텨?"

그렇다. 우리 종교를 처음 시작한 선지자의 사례... 그의 행적에서 분명... 우리 종교가 정한 금식을, 그는 저녁조차도 하지
않고 버틴 고행의 기록이 존재한다. 더구나 그것은...

"하...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분께서도 호수 백성과 언덕 백성의 경계에서 그 싸움을 멈추게 하려고 전선의 한 가운데서
금식을 하셨었잖아. 설마 저 자가 그런 사례를 알고 그대로 행하려는 건..."

그렇다. 그때 그분께서 그런 금식을 하신 것도... 수백년간 싸워온 어느 부족들을 화해시키고 개종시키기 위해 그 경계선에
한가운데서 금식을 행하셨다. 22일이 지났을때 보다못한 두 부족의 사절이 선지자에게 다가와 더이상 싸우지 않을테니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사정을 하고서야... 그제서야 식사를 입에 대셨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금식에 대해 선지자께서는 함부로
흉내내어 몸을 상하게 하는 것 또한 엄격히 금지하시어, 그 이후 금식은 해가 뜬 동안만의 식사를 하지 않음으로 규정하셨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대체 어째서... 불신자인 저자가 우리 신앙의 가장 신성한 부분에 대해 감히 흉내를
내려한단 말이더냐. 그리고 그로 인해... 동요하는 신자들의 모습에 나는 적잖은 불쾌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너는 정말 진정한 신앙을 가진 것이냐고 나에게 힐난하는 것 처럼 들렸다. 나는... 결심을 해야 했다.

"내일부터는... 나도 저녁을 들지 않겠다.

"네? 선생님... 하... 하지만..."

"믿음이 있는 자에게 신은 항상 함께 하신다. 신께서 나에게 미음을 떠먹여주시고 빵을 찢어 먹이실것이니... 신자들은 두려워
하지도 걱정하지도 말라."




그리고 그날 저녁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나는 아침에 그에게 가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펴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는...
나의 그런 모습을 마치 재밌다는 듯이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그와 마찬가지로 물만을 몇모금 마시며 기도하는 나를 보며... 그는 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공복의 고통이 서서히 몸을 괴롭혀 왔다. 낮에는 내려쬐는 작렬하는
태양을 이겨내야 했고, 밤에는 얼어붙는 듯한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의외로 마음은 편했다. 각 언론들은 이제 나란히
지뢰밭의 한가운데 앉아 금식을 하는 우리들을 보며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초조하게 지켜보며 보도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이제 더이상 저 불신자만을 주목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변화도 생겼다. 그는 금식의 시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단순히 공복과 열기와 냉기 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견딜수
없는 공허함과 지루함도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그는 며칠이 지나자 심삼한듯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며 얘기를 하려 하였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무시하려 하였으나... 어느새 경전을 몇번이고 반복해 거의 모든 기도문을
다 암송하자, 나 역시도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와 말을 섞게 되었다. 의외로... 주제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예전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교수들에 대한 질타, 자꾸 음식에 당근을 갈아넣는
조수에 대한 불평, 그리고 자신의 발명에 대해 괴상하나 용도로 곡해해서 사용하는 우민들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다.
별 관심없이 흘리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의외로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공복의 고통이 훨씬 덜하다는 것을 알게되자
의외로 대화를 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랬더니 쫙빠진 몸매를 비키니만 입고 찍어서 자랑스럽게 나한테 보내는 어리석은 여자들이 속출했다는 거지. 큭큭큭...
멍청한 것들... 자기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나에게 빼앗겼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역시 우민들이란..."

"전부터 자꾸 걸렸는데... 그 우민들이란 말 좀 그만 둘수 없소? 일국의 지도자가 할말이 아니라고 생각되오만."

"어리석은 자를 우민이라 부르는게 뭐가 잘못됐지?"

"당신이 똑똑한건 인정하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당신보다 다소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을 조롱할 권한은 그 누구도
주지 않았소."

"내가 우민이라고 부르는건 지능의 문제가 아니야. 본질에 대한 문제야. 그들은 어리석어... 그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지로 판단하지 못하고, 타인의 말이나 대중 심리에 의해 흔들려서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에 우민이라고 부르는거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을 봐. 그리 멀지 않은 두 마을의 사이 공간이야. 그들은 어리석게도 종교와 권력을 핑계로 친하게 지내던
이웃을 도륙해야 할 적으로 간주했어. 그게 자신의 의지로 내린 결론일까? 그럴리가 없지. 만약에... 그들이 자신의 의지로
아닌건 아니라고 얘기할만큼 현명했다면... 이곳에는 지뢰밭이 아니라 장터가 열려 있었겠지. 안그래?"

"......"

"그런 질문을 너에게 받으니 우습군. 너의 신앙인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두려워 하여 전지전능한 자들을 섬기고 보다 현명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자들이 아니던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너희들이야 말로 세상의 모든 이를 우민으로 여기며 그 단어를
신자라는 말로 돌려 말하는 위선자들이군."

"......"

과학자라는 그의 본질에도 불구하고, 신앙에 대한 이해는 의외로 논리가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그 막무가내에 달하는
지적이 그 어떤 최고의 신학자들과의 논쟁보다도 더 내 가슴에 아프게 박혀들어왔다. 나는 신에게서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받기를 원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도... 밀려오는 공복의 고통 속에 흐릿하게 잊혀져 갔다.



열흘을 넘은지가 제법 되었다. 15일 정도 되었을까? 사람들이 이제 그만 나오라고 사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수는 없었다. 나보다 하루를 더 금식한 그는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여전히 자리에서 버티고 앉아 있었다.
나는 신에게 기도을 올렸다. 부디 저에게 기운을 주소서. 이 고통에서 이겨내고 나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게 저와 함께 하소서.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그가 입을 열었다.

"기도를 하는건가? 이제 슬슬 포기하고 싶은가 보지? 신의 도움을 청하는걸 보니?"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나의 신이 나와 함께 하고 계시오. 그분께서 나를 승리로 인도하실 것이오."

나의 말에...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의 곁에 신? 그가 어딨는데? 난 너 밖에 보이질 않는데?"

"그분을 모독하지 마시오. 그분은 항상 나와 함께 하시며, 그대와의 싸움에서 이기게 하실 것이오."

나의 말에... 그는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이기면, 나는 너의 신을 이긴건가?"

"무... 무슨 소리를..."

"아아... 걱정하지마. 내가 미친놈이란 소리는 많이 들어도, 이간 다음에 어디가서 '니네 신 발랐음, 키득키득!' 이러고 다니진
않을테니깐. 그럴수가 없는게... 애초에 나랑 붙은건 너야. 여기엔 너랑 나만 있을 뿐이야. 괜히 신을 들먹이며 승부 흐리지마."

"무엄하시오. 신은 어디에나 계시고, 그 누구나와 함께 하시오."

그러나 나의 분노에... 그는 왠지 침울하게 말했다.

"너의 신은... 아마도 어디에나, 그 누구나와 함께 하시진 못하셨을꺼야. 정말 그랬다면... 우리가 퍼질고 앉은 이 땅위에서
학살당한 수많은 너희 신자들인 여자들과 아이들이 죽는걸 그냥 보고만 있었다는 말이 되잖아."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신학은 잘 모르지만 그가 그런 존재가 아니기를 바래. 아이가 아이였을때는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부모가 돌봐줘야
하지.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책임되게 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의 가치가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잖아. 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을 행하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하는 자를 간섭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존재라고 해도... 그 가치가 하찮아지는 건 아니겠지."

"결국... 인간이 모든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거요?"

"최소한... 죄에 있어서는 그렇지. 너는 여기서 자행된 죄를 인간이 책임지지 않고 신의 과오로 변명하는 자를 인정할수 있나?"

나는 더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계가 다가왔다. 20여일을 넘긴게 틀림없는 시점이었다. 이제 더이상의 대화도 별로 없게 되었다. 서로 최소한의 물만을
머금으며 밀려오는 고통을 그저 인내할 뿐이었다. 시간이 길어지자, 초조하게 지켜보던 기자들도 이제는 그저 멀리서...
큰 변함없는 하루를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의 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살아 있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지금의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그저 세상은 별다른 미동없는 상황에 지루해할 뿐이었다. 그리고... 변화가 발생했다. 그가 쓰러졌다.

이미 어둑어둑해진 저녁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식사를 마치고 다들 잠이 들었을 시간이었다. 어느샌가 수면조차도 하지
못하고 24시간을 공복의 고통에 시달리던 우리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세상에 오로지 둘만 남은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기도문 조차도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그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이... 이보시오. 대통령... 정신차리시오."

나는... 당황해서 나 역시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황급하게 그에게 기어 다가갔다. 그는 실날만큼 가늘게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정신 차리시오."

"하아... 하아... 아직... 멀었어. 난 아직 안졌어."

"그만 두시오. 이제 그만 두란 말이오. 어서 도움을..."

"큭큭큭... 그만둬. 다들 깊게 자고 있을꺼야. 그리고... 설령 누군가 알아챈다고 해도 어떻게 이곳으로 올꺼지? 잊었나? 여기
지뢰밭 한가운데야. 낮에 깃발만 따라 걸어도 식은땀이 나는 곳을... 밤에 어둠속에서 너는 지나갈수 있겠나? 지뢰밭을 넘어서?
아침까지 무리야 무리... 하하하... 이것 참 공교롭구만. 이제... 네가 없으면 나는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겠구만. 절망의 순간에
나를 구할건 너밖에 없다. 나에게 있어서... 마치 너는 나를 구할 유일한 신과 같은 상황이군."

"그게 무슨 신성 모독같은 소리를... 취소하시오."

나의 말에 그는 힘겹게 말했다.

"아니, 너는 신이야. 지금의 나에게선 확실하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른 그 누군가에게 신이 될수 있어.
목숨이 위협당하는 순간에 사람에게 있어서, 뭔가 빛나는 영광에 천사들에 휩쌓인 홀로그램보다는, 적극적으로 부축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신으로 보일꺼야.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있어 그 누구나 신이 될수 있어.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말이지... 그것이야 말로 너희 종교에서 말하는 어디에나 그 누구에게나 곁에 있는 신의 존재일지도 모르지.

너희들은 저 너머 마을에 다른 종교를 믿는 자들이 민병대가 되어 저희 교인들을 학살했다고 복수를 꿈꾸지만...
저들 중에는 광신도 민병대의 눈을 피해 너희 교인의 아이들을 숨겨주고, 국경밖으로 피신 시킨 의인들도 살고 있어.
그들은... 구해진 아이들을 위해 너희 신을 대신해 온 천사들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계속 해야겠나? 법으로 심판할수 없는
그저 권력에 내몰려 가담할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죽여 또다른 가해자가 되야 만족하겠나?

신의 이름으로... 너희들은 그것을 진정 바라는 것인가? 대답해보게..."

나는... 나는.... 그를 억지로 부축하며 말했다.

"빌어먹을!!! 안하면 될꺼 아냐! 이제 그만두라고!!! 이제 더하면 죽는단 말이야!!!"

"큭큭큭... 크하하하..."

그는 왠지 모르게 그렇게 웃으며 의식을 잃었다. 나는 소리쳤다.

"도와줘요!!!"

그러나... 어둠속에 공허하게 외침이 울려퍼졌다.

"도와달라고!!! 여기 대통령이 위험하단 말이야!!!"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어둠속에서... 저 멀리 보이는 마을에서 몇일동안 이어진 지루한 금식에 대해 아침까지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는 사람은 없는 듯 하였다. 나는 그를 들쳐메었다. 나 역시도 기력이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죽을 힘을 내서 그를
들었다. 그리고... 어둠속을 바라보았다. 지뢰 제거지역을 알려주는 깃발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심호흡을 하였다.
그리고... 기도대신 쌍욕을 하며 첫발을 내딛었다.

"씨발!!! 뒈지지 말라고!!! 저기 데려다 줄때까지!!!"



시간이 흘렀다. 대통령은 금방 회복해서 방송에서 희희낙낙하며 나를 금식으로 이긴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TV를 껐다. 그리고 나는 지난 일들을 회상했다. 아마도... 그날 나는 제대로 미친게 틀림없었다.
그를 들쳐메고 조심스럽게는 커녕... 반 미친듯이 지뢰밭을 달려서 질주했으니깐. 그리고... 기적적으로 단 한개의 지뢰도
밟지 않고 나는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당장 사람들을 깨워 그를 돌보라고 말하고 대통령실에도 연락을 해서 그를 돌려보냈다.

그의 조수와 집사는 순식간에 달려와 그를 데리고 돌아갔다. 가는 와중에 정신을 차린 그가 그의 조수에게 뭔가를 물어보다가
왠일인지 대단히 놀라서 화를 내며 기절해버리는 것을 보고... 나도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며칠간의 정양을 마치고 몸을
회복하고선 내가 내린 첫번째 지시는 해산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나의 지시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해외에서 파견된
신자들은 더 격렬하게 반발하며 나를 불신자와 같은 자라고 매도했다. 나는 그런 자들에게 간단하게 말해줬다.

"너희들 전부 이단!"

내 삶이 그리 나쁘진 않았던듯 했다. 나의 말이 떨어지자 나에게 이단으로 지목된 복수를 강력히 주장하던 과격파들은
대부분 당황해하며 용서를 빌고, 버티던 정말정말 꼴통들도 다른 신자들의 압력에 못이겨 줄행랑을 쳐야 했으니깐.
나는 신자들에게... 더이상 복수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고하고... 봉기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봉기를 하는 대신... 거기 모인 우리들은 다들 두 마을 사이에 놓인 지뢰밭으로 가서... 지뢰를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대편에서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그러나... 몇날 몇일을 종종 사고까지 당해가며 지뢰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자...
언제부터인가 그쪽 마을에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도 나와 우리 쪽으로 향해 지뢰를 제거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주가 흐른 다음... 우리는 두 마을의 가운데... 예전 나와 그가 금식을 하던 자리이자, 과거 인종청소가 시작된 첫 격발이
시작된 장소에서 만날수 있었다.

그들의 대표는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와 용기를 내어 나에게 우리 교인들을 학살한 자신들의 교인들의 죄를 대신 사과했고, 나는
그들에게... 더이상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오랜 원한을 해소하였다. 그의 말처럼... 이제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 정권의 압력으로 어쩔수 없이 가담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우리 교인들의 고아들을 여전히 돌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멀리 도망치는 걸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해묵은 원한을 해결하고, 축제를 마무리 지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금식절의
축제였다.



"죄송합니다. 부족한 몸이 자리에 오른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당신은 자격이 있습니다."

몇년이 지났다. 나는 대선에 나가서 더 뭐라 할 말도 없이 깔끔하게 참패했다.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세상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를 상대로 대선 토론회를 가져본 사람은 내가 최초가 아닐까? 나는 새로 취임한 에디 대통령을 방문하여 앞으로의
일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이제 앞으로 큰일이군요. 전에는 연립야당의 대표로서 금식을 통해 여당측을 압박했는데... 아예 식사를 하지 않으시는
대통령께서 취임하셨으니 그것도 무의미하겠군요. 앞으로 야당쪽에서 괴롭혀드리기 좀 쉽지 않겠군요."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서 정국을 운영하겠습니다. 아너코드에서는 적의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부디 저를 도와서 이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로봇이라는 생각은 외관의 금속에 모습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유려한 대응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악수를 하고 그에게
나의 신의 이름으로 축복을 하여 주었다. 기자들은 그 모습을 열심히 촬영하였다. 아마도 내일 신문에는 그 사진이 타이틀을
장식하게 될것이다. 간단한 회담을 마치고 대통령궁을 나왔다. 그리고 그를 회상했다.

어쩌면 일생동안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의 거리를 좁히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는 여전히 불신자이고, 나는 영원히 나의
신을 섬기는 종이 될것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내 관점은 조금은 둥글둥글 해진건지도 모르겠다. 이교도와 결혼하는 청년에게
축복을 해주거나 여성들의 자유로운 복장에 뭐 그럴수도 있지라는 반응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의외로 나의 측근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 국가의 보수적인 선배 사제들에게 비난도 좀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내 안에 나에 대한 신앙이 약해졌다거나, 흔들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의 신을 섬기는 이로서... 세상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신자로서의 가장 중요한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나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그의 말처럼... 누군가의 신이 될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의 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하지 않는...
어른이 된 자식에게 그래도 조금의 도움을 주는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기도문을 마음속으로 암송하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항상 마지막 구절을 되뇌이며 기도를 마쳤다.

"...그리하여 신은 항상 그대들과 함께 하시니 늘 믿어 의심치 말고 섬기기를 게을리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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