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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때 친일파 옹호하는 선생님이랑 싸움
게시물ID : humorstory_4342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존덴버
추천 : 12
조회수 : 947회
댓글수 : 77개
등록시간 : 2015/03/21 02:00:47
고 1때 미술선생을 만났는데 나이가 좀있긴 하지만 괜찮은 양반이라고 생각했음.

유머감각도 있으시고. 조금 푸근한 인상이 있는 사람이라 아 이분은 좋은 분이시구나 라고 생각함.

그러나 1학년 1학기 끝나갈때쯤 그선생님이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여준다고 했었음.

그 다큐멘터리란? 우리 지역의 네임드 중 하나인 운보 김기창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음.

https://mirror.enha.kr/wiki/%EA%B9%80%EA%B8%B0%EC%B0%BD

운보 김기창에 대한 정보는 여기를 확인하시길.

그때는 그 선생님이 운보를 직접 만나보셨다며, 정말 기품있으신 분이시고 또 장애를 이겨내신 훌륭한.. 뭐 이런식으로 말씀을 하셔서 

나는 그냥 운보 김기창이라면 아 그사람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음. 

그런데 2학기 들어 국어시간에 회의가 오기 시작했음.

그때 무슨 부분에 나온건진 모르겠는데 김기창의 '해를 먹는 새'라는 작품인가? 그걸 분석한 글이 실렸는데.

국어선생님이 이런 친일파 그림 분석한 글은 볼 필요없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안보고 넘기셨음.

친일파? 어? 그분이 친일파일리가 없는데. 생각하고 집에 가서 혹시 김기창이라는 화백이 둘 있는지 찾아봄.

아님. 그 김기창이 그 김기창임. 이쯤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짐.

그리고 며칠 뒤에 또 이중섭의 생애를 분석한 글을 국어시간에 배웠는데, 국어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예술 하는 사람은 당시 사회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을 합니다.

이중섭의 소는 비쩍 말라있는데 이게 뭘 상징하는지 압니까?

6.25 이후 배고팠던 자기 자신, 그리고 더 나아가 헐벗고 굶주렸던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전에 봤던 김기창 그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당시가 일제 강점기였는데, 해를 먹은 새? 이런 건 말도 안되는 거라고 하셨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친일행적을 자세히 말씀해주시는데 그 미술선생님께 배신감느낌.

그러니까 이건 뭐 노천명에 대한 다큐를 보여주면서 한국최고의 여류시인이라고 포장하는거랑 동격아님?

그래서 교무실로 찾아가서 미술선생님께 여쭤봤었음.

"선생님 저 질문있습니다."

그 선생님은 평소 조용했던 내가 웬 질문을 하러왔나 싶으셨는지 해보라고 하셨음.

국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여쭤봤음.

"저, 김기창 화백이 친일 행적을 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갑자기 배에 주먹을 장난식으로 날리셨음.

그렇게 훅을 몇방 맞고 얼떨떨해 있는데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음.

"그때는 예술 하려면 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음. 내가 국어시간에 배우는 심훈, 이육사, 뭐 이런 작가들은 그럼 전부 다

독립운동 하는 척하고 뒤로는 호박씨를 까셨다는 소리인가? 그래서 그 선생님께

선생님 김흥수 화백(친일인명사전에 나온사람과 동명이인이심)이나 이중섭 화백 같은 분들은 어떻게 된거냐고,

만약에 선생님 말이 사실대로라면 내가 국어시간에 배우는 저항시인들은 전부 어떻게 된거냐고 여쭤보았음.

그랬더니? 출석부로 머리 쳐맞고 나가라고 해서 나갔음.

그때부터 그 선생이랑 악연이 시작된거 같음.

일단 누구랑 같이 떠들면 무조건 나만혼남. 다른거 없음. 나와 이 새끼야 하고 나오면 배에 훅 맞음

그리고 영화같은걸 볼때면 무조건 나를 교실밖으로 내쫒고 시작했음.

이러다 보니까 나도 무슨 민족 의식 이런게 생겨서 

미술선생이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 김기창 그림을 냈길래 

그선생님하고 1학년 부장선생님 찾아가서 엄청 따졌음. 친일파 그림을 미술 시험지에 싣는게 말이나 되냐고,

아 참고로 그 1학년 부장선생님이 저 국어선생님이심.

아쉽게도 내가 낸 문제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 미술선생은

내게 2학기 미술 수행평가 30점 만점에 18점이라는 전교최하점(운동부랑 동급이었음)을 주고

2학년부터는 미술수업을 하지 않게 됨.

그리고 그다음 해 내가 교지 편집부장을 맡았는데 팜플렛이 한다발 옴.

뭔가 했더니 그 양반이 개인전 한다고 이걸 교지에 광고하라는 거임.

팜플렛 싹 갖다버리고 그거 들어갈 자리 백지로 남겨서 인쇄함.

물론 그 일을 하느라고 내 미술수행평가 성적은 떨어졌지만

후회할 이유도 없고 후회하지도 않음.

그리고 이쯤되면 우리학교 동기들이 눈치챘을법도 한데 그래 나다

너네는 관종새끼라고 하겠지만 난 신념을 갖고 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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